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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명화에 숨다 - 명화 속 물리 이야기
김달우 지음 / 전파과학사 / 2022년 11월
평점 :
과학과 미술은 얼핏 생각하면 그다지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어렵게만 여겨지는 과학을 미술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종종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란 책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미술관에 간 ~학자' 시리즈가 여러 권 출간되어 있다) 이 책도 난해한(?) 물리학을 명화를
통해 좀 더 쉽게 설명하려 한다. 물리학을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이 과연 어떤 게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거나 특별전시회를 통해 전시한 작품들로만 물리학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책에선 '유체', '역학', '열', '소리', '빛', '전기와 자기'의 여섯 분야로 나눠 설명을 진행한다. 사실
시카고 미술관이 어떤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 어떤 작품들이 등장할지,
물리학과는 어떤 접점이 있을지 예상하기도 어려웠는데 르누아르의 '바다 풍경화'를 통해 유체가
일정한 형태가 없고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물질임을 설명한다. 물리적인 내용을 설명한 후 소개한
미술 작품이나 작가 등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데 과학과 미술이라는 조금은 어색한 사이인
두 분야를 잘 연결해주었다. 고흐의 '술꾼들'도 시카고 미술관 소장품이라 빨대와 관련한 설명으로
초반에 등장하는데 고흐가 생전에 한 점도 그림을 못 팔았다고 적고 있어 다른 책에서 본 것과 좀 달랐다.
개인적으론 물리보단 그림에 더 관심이 있어 어떤 그림이 나올까가 더 궁금했는데 시카고 미술관 소장
또는 전시 작품들의 규모가 정말 대단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화가나 작품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시카고 미술관을 관람한 거나 진배없다고 할 정도였다. 물리와 관련해선 학창시절에 배웠던
이미 오래 전에 까먹은 내용들을 복습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미국에서 주로 쓰는 화씨온도는 날씨를
온도 스케일의 표준으로 사용하여 화씨 0도가 가장 추운 날씨, 100도가 가장 더운 날씨로 상정한 것이고,
요즘 방한복 재료로 사용되는 거위털이나 오리털 등 다운은 공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울보다 더
따뜻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밖에 대부분의 야행성 동물이 색맹이라거나 소가 붉은
천에 달려드는 것이 천 색깔 때문이 아니라 망토의 펄럭이는 움직임 때문이라는 등 제대로 몰랐던
흥미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게 되었다. 좀 아쉬운 점은 그림들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경우가 많아서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불편해서 별도로 찾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시카고 미술관의 유수한
그림들을 통해 어렵게만 생각하던 물리를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