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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의 세계 현대건축 여행
김종훈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2년 6월
평점 :
건축물은 인류의 문화를 대표하는 창작물이라 할 수 있는데 주거공간으로 시작해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며 사회의 초상'
으로 특정 지역의 문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아 여행을 다닐 때면 각종 유명 건축물들이 주요
관광지가 되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책 제목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회장이란 직함을 내세우고 있어
누굴까 싶었는데 국내 최초의 PM(건설사업관리) 기업이자 26년간 국내 1위인 한미글로벌의 회장이었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세계의 유수한 현대건축물들을 둘러봤던 여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건축은
그 시대의 정신을 기록하고 도시는 건축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잇는다'는 저자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대건축물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 기록, 현재 창조', '인간과 도시와 자연의 공존', '철학과 신념을 담음', '눈물을
씻어주고 희망을 품음'이란 네 개의 테마로 크게 네 장에 걸쳐 각 장에 네 개씩의 건축물을 배치하여
총 16곳을 소개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의 건축물로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9·11메모리얼 파크,
중국미술학원 상산캠퍼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선정되었다. 앞서 두 곳은 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잘못과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한 곳들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곳인 반면 처음 알게 된 중국미술학원 상산
캠퍼스나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이 포함된 것은 좀 의외였다. 선정된 건물뿐만
아니라 건축가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건축가가 지은 여러 건물들을 함께 보면 그 건축가의
스타일을 잘 알 수 있었다.
2장에선 나오시마로 시작하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트래블 어게인'이란 책으로도 만난 적이 있어 정말
유명한 곳임을 새삼 실감했다. 자연과의 조화는 건물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인데 안도 다다오가 지은
나오시마의 여러 건축물들은 조화를 넘어 '건축이 만들어낸 융합의 예술 공간'이란 점에서 돋보였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를 거쳐 또다시 미술관이 등장하는데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선정되었다. 이곳을 지은 마리오 보타는 국내의 리움 미술관과 교보타워 건축에도 참여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었다. 미술관이 미술품만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미술관 자체가 작품임은
3장에서 계속되는데 파리의 명성을 되찾게 해준 퐁피두 센터나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이 대표적이었다.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공사기간이 무려 16년이나 걸렸는데 건축가 요른
웃손이 중간에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건축의 전설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거쳐 4장에서도 미술관이 등장하는데 바로 빌바오 효과로 유명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미술관으로 쇠락해가는 도시를 재건한 얘기는 건물이 한 도시를 재건하는 말뫼의 터닝 토르소와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사례를 거쳐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현대건축물을 보면서 건축이 인간의 삶과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는데 '좋은 건축 디자인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좋은 건축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저자의 말처럼 건축물 자체가 그야말로 예술품(그래서인지 미술관들이 유독 많았다)임일 잘 보여준 책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소개한 여러 건축물들을 직관하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