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유괴살인사건으로 21년간 복역한 남자는 정말 무죄일까?

완전 무죄
다이몬 다케아키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2년 2월

세 건의 여자 아이 유괴 살인사건으로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히라야마는 복역 

21년이 지나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나섰고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마쓰오카 지사는 동거녀

아이를 추락시켜 죽인 혐의를 받던 남자가 무죄판결을 받게 만들어 주목을 받는다. 마침 히라야마의

재심청구사건의 변호를 제안받은 지사는 악몽을 꾸게 만드는 범인이 히라야마가 정말 맞는지를 알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유괴했을지도 모르는 남자의 변호를 맡는데...

일본에서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건을 원죄사건이라고 한다. 형사사법절차에서 가장 피해야 할 일이

바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이 없게 해야 하는 것인데, 원죄를 다룬 작품들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테미스의 검' 등을 만나봐서 낯선 소재는 아니다. 현실에서도 화성연쇄살인과 연루되어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 사건 등 가끔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형사사법절차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잘못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이 했다고 처벌을 받는다면 정말

미치고 환장할 일일 것 같다. 이 책에서 히라야마는 여자 아이들을 유괴하여 한 명은 살해, 한 명은 

실종, 한 명은 탈출(지사)한 사건의 범인으로 인정되어 21년이나 복역을 했는데 그를 범인으로 만든

결정적인 증거에 조작이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지사는 히라야마를 접견한다. 자신을 납치했을지도 

모를 남자와 대면한 지사는 자신이 바로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해자임을 밝히며 히라야마가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그가 무죄임을 믿고 변호를 시작하는데...

히라야마 사건에는 경찰들의 가혹행위와 증거조작이 있었음이 밝혀진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던 

히라야마가 범인임을 확신했던 담당 경찰들은 그를 폭행하고 자백을 얻어냈으며 심지어 죽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그의 차에 놓아두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히라야마는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히라야마가 무죄를 선고받은 건 경찰의 강압에 의한 자백과 증거

조작이 있었기 때문이지 히라야마가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건 아니어서 히라야마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히라야마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던 지사마저 히라야마가 풀려난 

후 "고마워, 나 같은 살인자를 무죄로 만들어줘서'라고 말하자 그가 진범이 아닌지 혼란에 빠진다. 

여전히 히라야마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당시 담당 경찰 아리모리와 진범이 누군지 꼭 밝혀내겠다고

결심한 지사가 계속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 아리모리에게 히라야마를 범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의문의 전화가 걸려 오고 실종되었던 아이의 시체가 있는 장소까지 알려주자 그동안

숨겨져 있는 엄청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오만과 독선이 부른 그야말로 끔찍한 인재였는데 요즘

그런 인간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 책 속의 비극이 결코 소설 속 얘기만은 아닐 것 같다. 자기만 정의라

부르짖으며 철판을 깔고 사는 인간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더 웃긴 건 그런 인간들을 수호한다느니 

지지한다느니 하는 정신 나간 인간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선 히라야마가 과연 진범인지를

끝까지 애매모호하게 끌고 가면서 마지막에 가서야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데 제목처럼 완전무죄를

받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는 게 최고의 가치인

형사사법절차가 어떻게 왜곡되어 억울한 희생양과 그로 인해 또다른 피해자들을 낳을 수 있음을 

흥미진진한 얘기로 잘 담아낸 작품이었는데 다이몬 다케아키라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수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