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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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부부를 살해하고 금고를 털어 달아난 강도살인범을 수사하던 나루미와 와타세는

불법 고리대금업을 하던 피해자에게서 대출받은 사람들 중에서 용의자를 추리다가

구스노키 아키히로라는 남자로 용의자를 압축해서 그를 다그치기 시작하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작년에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시작으로

안면을 튼 이후 무려 짧은 시간에 무려 6권이나 읽었을 정도로 정말 친한 사이가 되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자주 만나야 정도 들고 허물없는 사이가 되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인 작품들인 데다 히가시노 게이고 못지않게 다작을 하는 작가라 최근 국내에 계속 소개되고

있어 만남의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작가의 다른 책에서 까칠하고 괴팍한 조연으로

등장했던 와타세 경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형사사법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인 원죄(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둘러싼 사법기관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84년 당시 수사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와타세는 노련하지만 막무가내 스타일인 파트너 나루미 경부보와 강도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용의자로 특정된 구스노키 아키히로에게 거의 우격다짐으로 자백을 받아낸다. 전형적인

구시대 수사기법이 동원되었는데 문제는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되는 피해자의 피가 묻은 점퍼가 나중에

알고 보니 나루미 경부보가 조작한 것이란 사실이다. 결국 누명을 쓴 구스노키 아키히로는 나중에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들 때문에 사형판결을 선고받고 교도소 내에서 자살하고 만다.

이 당시엔 증거가 완벽하게 갖춰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와타세를 비롯해 몇 명은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예전 구스노키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사건이

다시 발생하고 범인을 잡고 보니 그가 구스노키 사건의 진범이었으며 나루미 경부보가 증거를

조작했음이 밝혀진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지만 구스노키 사건에서 오판을 했던 당사자들이나

오욕을 덮어쓸까 두려워한 우라와 경찰서는 진실을 밝히려는 와타세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사법농단사건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상고법원이라는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 성취를 위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전방위 로비가 행해졌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판 거래가 일어났다는 의혹으로 인해

사법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이 책에서도 구스노키 사건은 나루미 경부보의 증거조작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지만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보여준 우라와 경찰서의 조직적인 은폐는 조직의 비리를

세상에 밝히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본의 아니게 내부고발자가 된 와타세가

친분이 있던 검사를 통해 구스노키의 원죄사건을 세상에 알리자 당연히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왔다. 

하지만 반전의 명수인 나카야마 시치리가 여기서 얘기를 끝낼 턱이 없었는데 진범 말고도 누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예상 밖의 인물이 드러나 끝까지 충격을 줬다. 형사절차에서 격언처럼 하는 말이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말라고 했는데 이 책에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남자가 누명을 제대로 벗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을 그 중심에 있던 와타세 경부를 통해 

흥미진진한 얘기로 잘 그려냈다. 믿고 보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라 역시나 만족스러웠는데

다른 작품에서 밉상이었던 와타세 경부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다양한 시리즈가

진행되면서도 서로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다음에는 누구를 주연으로 하는 작품으로 만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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