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젖어 - 나는 위로해 주었던 95개의 명화
손수천 지음 / 북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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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미술치료를 내세운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라는 책을 읽었지만 미술작품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총 95점의 

자신을 위로해준 미술작품을 선정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작품이 선정되었고 어떤

사연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이 막막하고 내 존재가 흔들릴 때', '세상의 어둠과 슬픔을 바라볼 때', '잃어버린

꿈과 희망이 그리운 순간에',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림이 전하는 우주'의 총 네 파트로 나눠서 그림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놓는다. 친숙한 화가의 익숙한 작품들도 많았지만 거의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화가와 작품들도 적지 않았는데 영광의 첫 사연은 몬드리안의 작품이 차지했다. 초등학교 1학년 미술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검정색을 많이 칠했다고 선생님한테 핀잔을 들은 사연을 들려주는데 보통

검정색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은데 뭔가 남다른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선 과학적인 연구를 해보니 원래 속눈썹이 존재했었는데 

지워졌다는 몰랐던 사실을 알려줬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은 사실 많지 않고 약간은 낯선 작품들을

소재로 사연을 들려주는데 어떤 작품에 위안을 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연관되다

보니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오케스트라에서 조연에 불과했던 바순

연주자를 중심으로 그린 드가의 작품도 주목받지 못하던 존재의 중요성을 보여줘 인상적이었고, 프랭크 

톱햄의 '1665년 런던에서 흑사병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다'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절의 절박한 순간을

포착해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세상의 어둠과 슬픔을 다룬 작품들에선 피터르 브뤼헬의 '장님을 이끄는 장님', '죽음의 승리'나 고야의

나폴레옹 군대의 만행을 고발한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이 나란히 등장해 분위기를 고조

시켰고, 내가 브뤼셀 왕립미술관에서 직접 봤던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도 나와서 반가웠다.

클림트의 '키스'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남녀 간의 혐오와 갈등의 이분법과 관련되어 등장해서 좀

의외였고, 거의 서양화나 조각이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윤복의 미인도와 박수근의 작품들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등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큐알코드만 

덜렁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저작권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보다가 갑자기 그림 확인을 위해 휴대폰을

봐야 해서 불편한 점이 없진 않았다. 암튼 미술작품과 얽힌 저자의 여러 사연들을 엿보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미술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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