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을 활용한 기발한 범죄들도 유가와 교수 앞에선 속수무책

허상의 어릿광대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을 하다 보니 항상 신간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신작이 나왔다. 동명 제목인 시리즈의 첫 편 '탐정 갈릴레오'를 필두로 '예지몽'과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용의자 X의 헌신'까지는 읽었는데 그 후로는 한동안 뜸했었다. 이 책의 뒷쪽 

날개를 보니 갈릴레오 시리즈 6편까지가 이미 국내에 소개되었고 이 책은 7편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총 7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탐정 갈릴레오'에서처럼 각 단편은 해당 내용의 핵심 트릭을 나타내는 동사들을 제목으로 하고 있다.

먼저 '현혹하다'에선 신흥 종교 집단 구아이회에서 벌어진 의문의 추락사를 다룬다. 교주가 간부를

염력을 사용하여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게 했다는 황당한 사건인데 탐정 갈릴레오 유가와 교수가 이들이

벌이는 교묘한 장난질을 밝혀낸다. 사이비 종교들에 속아 넘어가는 어리숙한 사람들이 없지 않은데

유가와 교수를 투입하면 한 방에 정체를 폭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시하다'에선 말 그대로 투시 

마술(?)을 선보여 인기를 끌던 유흥업소 여직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녀의 특별한(?)

기술이 결국 비극을 낳았고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까지 드러난다. 다음으로 '들리다'에선 이명으로

자살을 하거나 이상행동을 하는 회사 직원들의 얘기가 등장하는데 구사나기 형사가 직접 제압을 하다가

칼에 찔리기까지 한다. 여기서도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기발한 범죄가 시도되었는데 기술이 발달할수록

범죄는 점점 지능화, 고도화되는 반면 이에 대응한 경찰의 역량은 한 발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만약

유가와 교수가 없었으면 완전범죄로 끝났을 사건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소설이지만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휘다'는 은퇴를 앞둔 야구선수의 아내가 강도살해되는 사건을 다루는데 그녀의 수상한 행적을 추적

하던 중 가슴을 울리는 사연을 알게 되고 유가와가 선수의 재기를 돕게 된다. '보내다'에선 쌍둥이 자매의

텔레파시를 다루는데 죽을 뻔했던 쌍둥이 언니에게 일어난 일과 텔레파시의 진실을 유가와가 밝혀낸다.

'위장하다'는 말 그대로 살인과 관련된 위장이 나오는데 부모가 살해된 현장에 도착한 딸의 얘기 속에

유가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내지만 우산을 빚진 관계로 진실을 덮는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연기하다'는 연극 연출가의 살인사건과 관련한 트릭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도서형 작품일 줄

알았더니 완전히 뒷통수를 맞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에 수록된 7편의 단편들은 모두 첨단 기술 등을

바탕으로 한 기발한 트릭들을 구사해 공대 출신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들이 실제 벌어진다면 과연 진실을 밝혀내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현실에서도

유가와 교수같은 인물이 등장해 정의구현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오랜만에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었는데 여전한 유가와 교수와 구사나기 형사 콤비의 활약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 이전의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도 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