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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클로에 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평점 :
100일 동안 은제이의 남자친구가 되는 조건으로 3억 원을 받기로 한 전세계는 은제이가 심장병으로
죽을 날이 멀지 않은 걸 알게 된다. 은제이는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버킷리스트로 작성해 하나씩
전세계와 함께 해나가는데...
로맨스 장르의 소설은 별로 안 읽은 편이지만 가끔씩 정신 건강을 위해 읽을 때가 있다. 달달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지만 당분을 보충해야 할 때가 있는데 마침 제목부터 딱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그런
뭔가가 느껴지는 이 책은 알고 보니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된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에서 여자 주인공이
심장병임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인공들의 개성이 강해 좀 느낌이 달랐다. 미남 바람둥이인 전세계는 제멋대로인
스타일인데 부잣집 딸로 곱게 큰 은제이도 못지 않았다. 게다가 평생 심장병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삶을 간신히 살아온 그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보려 하고 거기에 3억이란 거금에 코 낀 전세계는 은제이의 무리한 요구들을 들어주기가 힘들지만
위약금을 3배로 물어낼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맞춰 주려고 애쓴다. 첨에는
은제이가 시한부 인생인 줄 모르고 막 대하던 전세계는 차츰 그녀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티격태격하면서 지내던 두 사람 사이에 점점 로맨스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하지만 점점 약해져가는 그녀의 심장은 한 번씩 전세계를 식겁하게 만들고 어느새 은제이를 사랑하게
된 전세계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수술이라도 받아보게 권유하지만 그녀는 수술실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기 싫다며 거부하는데...
은제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고 그녀는 점점 꽃처럼 시들어가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전세계의
속타는 맘이 잘 전달되었다. 전세계의 맘을 받아주지 않고 죽음을 준비하던 은제이는 결국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과연 은제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시간이 계속되는데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전세계에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처럼 그녀의 일기장이 전달된다. 자신과 만나던
동안의 은제이의 마음을 알게 된 전세계는 정말 기적을 바라게 된다. 톡톡 튀는 20대 초반의 남녀가
그려가는 알콩달콩한 사랑의 여정은 불치병이라는 어떻게 보면 뻔한 신파성 멜로가 될 수 있었던 작품을
나름 아기자기한 스토리로 엮어냈다. 좀 작위적인 부분들이 없진 않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사랑의 환상과 기적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절실히 원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책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추운 겨울에 잠시나마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