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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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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의 책은 얼마 전에 방랑시인 김삿갓을 다룬 '시인'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조선 후기 실존 인물의 삶을 다루다 보니 소설적인 재미는 좀 떨어지는 면이 없진 않았는데 이 책은

예전에 언론에도 크게 보도될 정도로 페미니즘과 한판 대결(?)을 벌인 문제작이라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선 화자를 조선 선조때 태어나 숙종때 사망한 한 여인의 넋으로 설정하고 있다. 조선시대 여자를

내세우다니 좀 뜬금없는 느낌이 들었는데 속칭 '꼴페미'라 불리는 좀 정도를 벗어난 자칭 페미니스트

들을 향한 훈계를 늘어놓는다. 요즘 워낙 이대남, 이대녀 하며 성별 대결이 심해 서로 피해자라 하며

상대 성을 가해자로 만들고 있는데 이 책에선 조선시대 여자를 등장시켜 극렬 폐미니스트를 비판하고

있으니 약간 생소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과거 시대의 여자들이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요즘 여자들이 자신이 직접 피해를 본 건 별로 없는데도

마치 자신들만 여전히 피해자인 것처럼 군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또래 남자들은 특별히 덕본 것도

없는데(오히려 군대 등 차별만 받는데) 가해자 취급을 받으니 서로를 적대시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일부의 얘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정서가 양쪽에 팽배한 건 여러 통로도 접할 수 있다. 암튼

이 책에선 화자인 조선시대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그려지는데 선비 집안에서 무남독녀 외동딸로 

자라나며 남자 아이 이상의 글 재주와 수리에 밝았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 능력을 펼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당시 대부분의 여자들과 같이 결혼해서 아내, 어머니, 며느리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것도

아이들이 딸린 홀아비의 재취 자리로 들어간다. 요즘같으면 절대 환영받지 못할 그런 결혼 자리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게 흠이 되진 않았는지 기꺼이 힘든 길로 들어간다.


시집에선 남편의 형들이 연이어 사망하고 남편이 장남 노릇을 해야 하는 상황에 전처 소생 자녀들도

키워야 했던 주인공의 삶이 녹록할 리가 없었는데 그래도 그 시대 여인답게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에

헌신한다. 여기서 출산과 관련하여 요즘 여자들의 출산기피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는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정말 어렵고 소중한 일이기는 하나 이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하였다고 비난을 하기는 시대에

좀 뒤떨어진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마치 출산이 의무인 것처럼 여기는 건 지나친 감이 있었다. 뒷부분엔

아들들의 인생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이 가상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가 확인해보니

실존 인물인 석계부인 안동 장씨로 그녀가 남긴 규곤시의방은 한국 최초의 요리책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조선시대 실존했던 인물이라 뭐라 애기하긴 조심스럽지만 그 시대에선 나름 여성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제한된 선택지 가운데서 그야말로 그 시대의 최고의 여인상인

현모양처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요즘 여자들을 주인공을 기준으로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전통적인 여인상이 가지는 가치가 분명 있기는 하나

이를 강요하거나 무조건적으로 권장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정도를

넘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일 뿐 페미니즘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둘러싼 과거의 소란은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조선시대 실존 인물로 요즘 여성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는 시도는 나름 신선하다고도 볼 수 있었으나 과연 그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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