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조선시대 이후 600년 넘게 대한민국 수도 

역할을 해온 서울에 있는 옛길 12경을 설명해준 책이었다. 이 책은 광복 이후 급변한 서울의 모습을

표석을 따라 거닐면서 곳곳에 남겨진 자취와 그 의미를 알려주는데 알고 보니 표석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었다. 이 책에선 '근대적 도시화의 시작'과 '현대적 대도시의 건설'의 두 부로 나눠 서울에 있는 

총 10구간의 길을 다룬다.


먼저 제1부에서 다루는 길들은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 길을 시작으로 명동 길, 용산 길, 영등포 

길, 마포 길, 동대문 길을 다룬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서울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오늘날 강남, 서초 지역은 물론 관악, 구로, 금천, 강서, 양천 

등 영등포, 잠실 일대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이 1970년대에야 서울에 포함되었다. 5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급격한 개발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할 수 있었다. 종로 길은 

모더니스트를 만나는 길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인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횡보 염상섭의 

좌상이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 있다고 하는데 그의 집터도 서촌마을쪽에 있다. 모더니스트로 유명한 

박인환이 세운 책방 '마리서사'가 예술인의 아지트 역할을 했다거나 김수영과의 애증(?)의 관계 등이 

다뤄진다. 한때 대한민국 유행의 중심이었던 명동 거리를 거쳐 외국군대의 주둔지로 오랫동안 빼앗긴 

용산의 아픈 역사도 만날 수 있었는데 최초의 국가공원인 용산 국가공원이 그 아픔을 치유해주길 

기대해본다. 영등포 길에선 여의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작년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여의도와 

관련한 기획전시를 봤던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포 아파트, 당인리 발전소 등 근대 도시화의 시작의 

흔적들을 간직한 마포 길과 광장시장, 평화시장 등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동대문 길로 1부를 마무리한다.


2부의 시작은 은평 길이 맡았는데 조선시대 의주로 가는 첫 길목이었던 이곳은 수색역을 중심으로

조차장, 관사촌, 연탄공장, 변전소 등이 있어 교통은 발달했지만 못 사는 동네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양 도성 십리 밖에 무덤을 써야 해서 이곳에 무덤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후 기자촌, 한양주택, 은평

한옥마을까지 이곳에 등장하게 된다. 구로 길은 예전 수출산업의 메카였던 구로공단과 그곳에서 일했던 

노둥자들의 얘기들을 다루고, 강남 길은 강남 개발의 역사를 압축해서 들려준다. 요즘은 강남하면 

강남구를 비롯한 서초, 송파 등을 당연히 떠올리지만 처음 요즘의 강남을 개발할 때는 '영등포 동쪽'

이란 의미로 '영동'이라고 했다고 하니 영등포와 강남의 운명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지막 잠실 길

에서는 잠실이 예전에는 섬이었는데 택지개발을 위해 매립공사를 해서 요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석촌호수도 원래 호수가 아닌 강을 메우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였다. 이 책을 

보니 제대로 몰랐던 서울의 과거 모습을 알 수 있었는데 뒤에 별도로 정리해놓은 표석은 물론 이 책에 

소개된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들을 직접 찾아가서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