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 재앙의 정치학 - 전 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Philos 시리즈 8
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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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맹활약을 하면서 전세계의 일상을 마비시키다 보니 전염병을 비롯해 그동안 인류를 괴롭힌

다양한 재앙을 다루는 책들도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등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이 책은 그 두께부터 다른 책들을 압도한다. 총 751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인데 그중 미주만

1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학술서적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있었던 재앙도 마지막

재앙도 아니다 보니 재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현재 상황을 이겨나가는 지혜와 미래에 있을 또 다른

재앙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다루는 재난의 역사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전문적

이어서 생각보다는 쉽게 진도가 나가진 않았다.


재난이 여러 번 반복되면 순환주기 등 일정한 법칙과 공통된 원인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선 순환이론도 살펴보지만 경직성이 좀 더 덜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서 다룬

내용도 언급한다. '문명의 붕괴'는 오래 전부터 책장에 고히 모셔놓은 정말 두꺼운 책인데 엉뚱하게도

이 책을 통해 그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붕괴'를 초래하는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한 사회가 그들이 직면한 위협 혹은 여러 위협을 해결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고 보며 붕괴의

대표적인 사례 7가지를 분석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직접 읽어봐야겠다. 대부분의 재난은

이를 미리 경고하는 카산드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면서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와 관련해선 메시지의 내용보다 메신저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신저'라는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클라크와 에디가 재난의 위협, 재난을 경고하는 예언자, 의사결정자, 경고를

깔보고 무시하는 비판자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 '카산드라 상관계수'를 알려준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재난은 미리 대비하고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많은데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코로나

19와 제1차 세계대전도 그런 일이 발생할 거라고 동시대인들이 오랫동안 반복해서 예측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재난의 역사는 곧 회색 코뿔소(위험하고, 자명하며, 발생 확률이 높은), 검은 백조

(한정된 경험에 기초해보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드래건 킹(극단적인 사건)으로 

가득한 동물원을 엉망으로 관리한 역사이고, 불행하지만 중요치 않은, 그리고 현실화되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의 역사라 정의한다.


인류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무수히 겪었음에도 마치 단층선 위에나 그 근처에 대도시를 최대한 많이

건설하겠다고 단체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재난의 낮은 발생 빈도'와 '인간의 기억력 부족' 사이의

치명적인 상호작용을 나타낸 것이고, 질병의 역사는 병원체, 곤충 혹은 동물 매개체들이 진화와 인류의

여러 사회적 네트워크의 진화 사이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상호작용의 역사로 보았다. 전염병에 

대해 인류를 더욱 취약하게끔 만든 세 가지 사건은 인간 정착지 규모의 지속적 확대, 곤충 및 동물들과의

인접성 증대, 인간 이동성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보았는데 간단히 말하면 도시화, 농업, 세계화가 질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에선 다양한 재난이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었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잘 보여줬는데 대부분의 재난들은 하나의 복잡계 시스템이 모종의 작은 동요의

결과로 임계 상태에 다다랐을 때 발생하고 외생적인 충격이 재앙을 일으키는 정도는 대개 그 상황에

처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함수임을 알려주었다. 이 책이 완성된 시점이 작년이라

이후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어 현재까지 이르렀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출간된 책이지만 코로나와

같은 인류에게 닥친 재난이 어떻게 일어나고 이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잘 정리하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재난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준비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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