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속 중국사 도감 - 지도로 읽는다
오카모토 다카시 지음, 유성운 옮김 / 이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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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의 발생지이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에 읽은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통으로 읽는 중국사'라는 책에서도

왕조 중심으로 한 권으로 단권화를 시도했지만 핵심적인 내용만 압축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과연

이 책은 어떻게 중국사를 한 권으로 정리했을까 궁금했는데 기존의 책들에서 보던 시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중국사에 접근했다.


대부분의 책들이 왕조 줌심의 중국 정치사에 집중하는 반면 이 책은 중국 경제사에 주목하면서 그것도

중국만이 아닌 전세계의 경제 흐름이라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바라본다. 1장에서 시작하는 내용도 바로

'건조 지역과 습윤 지역이 인류의 삶을 양분했다'는 것인데, 자연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한 농경민과

유목민 차이가 지역에 따라 다른 생활방식을 낳게 되었고 문명은 이런 농경과 유목의 교류지대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으로 이는 기존에 농경지역을 중심으로 4대 문명이 발생했다는 일반적인

이론과는 확연히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이렇게 사뭇 다른 전제에서 출발하다 보니 고대 오리엔트 

문명에서 영향을 받은 황하문명에서 도시 국가들이 패권을 다툰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중국의 원형이

만들어진 진·한까지 일사천리로 진도가 나갔다. 이렇게 건조 지역과 습윤 지역의 이원화와 이들 간의

교류를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역사를 살펴보다가 3세기 한랭화로 인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서양에선 로마 제국이 붕괴된 것처럼 중국도 통일왕조가 없이 여러 나라들이 난립하는 5호 16국의 

남북조 시대가 펼쳐진다.



이런 혼란의 시기를 수·당이 통일하게 되는데 다민족과 다종교 정책으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온난화가 되면서 위구르인들을 비롯한 유목민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되는데 당송 변혁으로 석탄 등 에너지 혁명, 경작지와 인구의 증대, 화폐 경제의

성립, 상업화의 진전, 도시화의 진전이 일어난다. 온난화로 인한 경제발전에 기해 다원화에 대응하게

되면서 송대에 오늘날 중국문화의 원류가 탄생하였고, 뒤이어 몽골제국이 등장하면서 세계사를 뒤흔든

제국으로 발전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킵차크한국·오고타이한국·일한국·차가타이한국이 4한국이라 

불렸는데 이 책에선 한(칸)국이 아닌 '울루스'라는 용어를 쓰면서 훌라구 울루스, 차가타이 울루스, 주치 울루스, 대원 울루스로 구분했다. 이렇게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몽골제국도 한랭화와 페스트로

무너지면서 지금까지 구축된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도 리셋 상황을 맞게 된다. 명나라가 조공

일원체계를 구축해 '화이수별'을 국정기조로 했다면 청나라는 '화이일가'로 5대 종족이 공존하였고

20세기 혁명의 시대에 중국은 국민국가를 지향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나 중앙권력과 하부

구조의 괴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마무리한다. 중국 역사의 분수령이 14세기 한랭화와 대항해시대로

보고 중국의 역사적 다원성을 구조적 문제로 이해하는 등 기존에 알던 중국사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중국사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책이었는데 역시 역사는 어떤 시각

에서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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