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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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의 옛 지명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고흐가 작품활동을 했던 아를 등이 있는

지역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손꼽히는 마티스, 피카소, 샤갈이 모두 

프로방스에서 살았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음을 보여준다. 고흐의 경우 얼마 전에 읽었던 '영혼의 친구,

반 고흐' 등 그의 삶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그의 발자취가 남겨진 장소들도 자연스레 알게

된 반면 마티스, 피카소, 샤갈은 충분히 명성이 있는 화가들이지만 생전에 이미 미술계의 슈퍼스타였기에

고흐만큼의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들의 삶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이 책은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프로방스 지역을 공통 분모로 하여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상세히 살펴본다. 


프로방스 지역은 니스를 필두로 부자들의 휴양지로 오래 전부터 각광을 받던 곳인데 아무래도 따뜻한

날씨가 겨울철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 중 먼저 앙리 

마티스는 '프로방스 햇볕은 내 인생의 축복'이라고 할 정도로 이곳에 애착을 가졌는데 1921년에 니스에

영원히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1941년 72세에 대장암 수술을 한 후 색종이 오려붙이기(컷아웃)로 그의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기 시작하는데 그의 곁에는 40살 어린 모델이자 연인 리디아가 있었다. 남성 

예술가에게 여성은 창작의 원천이 되곤 하는데 마티스에게도 리디아가 있었기에 말년의 작품들이 

존재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마티스의 라이벌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피카소도 프로방스에서

말년을 보내는데 마티스와 교류를 하면서도 경쟁의식이 있어서 그런지 여러 관점에서 갈등을 빚는다.

마티스는 피카소와 자신을 '북극과 남극과 다르듯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두 사람은 정반대였지만 자석과

같은 끌림을 느꼈는데 마티스가 세상을 떠나자 피카소는 '이제 누구와 대화를 하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람둥이 피카소에게는 역시 화려한 여성편력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책에선 그의 여인들을 표로 보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쉽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피카소는 프로방스의 앙티브, 칸, 엑상프로방스, 무쟁을 이동하며 지냈는데 이 지역 곳곳에 그의 작품들과 삶의 흔적이 남게 되었다. 마지막 주자인

샤갈도 피카소 못지 않은 방랑자 생활을 했는데 러시아 출신 유대인이었던 게 큰 이유라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여자 없이 제대로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 샤갈을 위해 그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딸 이다가

샤갈이 만날 여자를 직접 구해주었다는 점이다. 샤갈도 말년에 프로방스로 가서 마티스, 피카소와 

인근에 살게 되었는데 두 명의 선배 슈퍼스타들에 대한 경외심은 물론 질투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도

이곳에서 삶을 마감하며 세 명의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인근에 모두 잠들게 되었는데 프로방스 지역이

이렇게 예술가들의 보고였는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프로방스 지역을

누볐던 세 명의 스타 화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어 좋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이들의 흔적을 찾아 프로방스 지역을 누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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