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미술관 - 잠들기 전 이불 속 설레는 미술관 산책
이원율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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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양한 컨셉의 미술책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대부분 미술 전문가들이 쓴 미술 

교양서인 반면 이 책은 미술 비전공자인 해럴드 경제 기자가 쓴 책이라 오히려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는

더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브런치북 8회 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아마 브런치를 하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미술 입문자를 위한 생애 첫 예술책을 지향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내겐 생애

첫 미술책은 아니지만 미술에 입문하던 새내기(?) 시절의 설레는 맘으로 과연 어떤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담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책장을 펼쳤다.


총 19명의 대가들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등장인물들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들로 시작해 독자들을 주목시키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첫 주자인 레오나르도 다치빈의 '최후의

만찬'과 관련해선 다빈치가 그 시대 백종원이라는 좀 황당한 화두를 던지는데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작업했던 2년 9개월 동안 엄청 먹고 마시면서 그림에 들어갈 음식을 추렸고 실제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는

몰랐던 얘기를 알 수 있었다. 카라바조는 직전에 읽었던 '미술의 마음'에서도 조현병 등을 앓았던 게

아닌가 추정했는데 이 책에선 '다윗과 골리앗'에 모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동안 참회하는 심정으로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다윗의

얼굴에 순수하고 젋은 시절의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니 새로운 정보였다. 저자가 미술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게 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선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에 읽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언급하며 흥미로운 추론을 들려준다.


이런 책에선 대부분 서양의 화가들을 다루는데 이 책에선 최북과 이중섭을 다뤄 국내 미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자기 눈을 찌른 광인 최북은 조선의 반 고흐로 칭했고, 최근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에도

포함되 화제가 된 이중섭은 파란만장하고 애달픈 가족사를 들려준다. 세계 미술계의 최고 스타로 우뚝

선 모나리자의 도난 사건이나 나쁜 남자의 끝판왕 폴 고갱의 이기적인 삶, 고흐가 자신의 첫 작품으로

'감자 먹는 사람들'을 꼽은 얘기 등 미술 입문자들이 미술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들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했다. 끝부분에는 속사정 특집으로 고흐가 자살한 것인지, 타살된 것인지, 페르메이르의 위작으로

나치 2인자 헤르만 괴링을 속인 사기꾼 한 판 메이헤런의 활약상과 뛰어난 예술작품을 보고 정신적

충동을 일으키는 스탕달 신드롬까지 미술과 얽힌 여러 얘기들로 마무리한다. 마치 어릴 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흡입력 강한 얘기들로 미술의 매력을 맛보게 해준 책이었는데 스토리텔링의

힘이 미술에 있어서도 강력함을 새삼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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