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깊이 - 공간탐구자와 함께 걷는 세계 건축 기행
정태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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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지만 해외여행에서 중요한 관광 대상이 바로 건축물들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유럽 여행 당시 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이나 쾰른 대성당, 루마니아의 

의회궁전,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등 인상적인 건축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규모나 외관상 

아름다움에 저절로 끌리게 되지만 일반 대중들이 건축학적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긴 어렵다. 이 책은

전직 치과의사이자 현직 건축학과 교수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전 세계 여러 도시들에 산재해 

있는 건축물들을 전문가의 시선에서 그 의미를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는 관심을 둔 건축물들과 도시 공간을 현대 건축의 주요한 다섯 가지 관점으로 구분했는데,

헤테로토피아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건축, 현상학으로 대표되는 지각과 체험의 

공간, 새로운 유형의 구조주의적 네트워크로서의 건축 공간, 자연을 모방한 바이오미미크리와 복잡계

이론에 기초한 건축, 스케일에 따라 건축에서부터 시작해 도시와 사람의 삶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곳과

차이가 나는 독특한 도시 여행의 다섯 가지이다. 철학과 건축이 만나는 듯한 쉽지 않은 내용들에 좀

난해함이 느껴지는 부분들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여러 건축물들의 잘 몰랐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가 나름 솔솔했다. 유토피아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헤테로토피아와 관련해선

경주의 고분군을 필두로 서울 종묘가 언급된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권 서울편 1'

에서도 종묘의 건축학적 가치에 대해 극찬을 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도 종묘가 뉴욕 센트럴 파크나

파리 뤽상부르 공원이 부럽지 않은 도심 속 비워진 보이드(void) 공간이라 말한다. 이렇게 일상 속

애도를 유도하는 건축물로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기념관 등이 언급되고, 신이 머무는 장소라 할 

수 있는 고딕 성당으로는 밀라노 대성당과 나도 가본 잘츠부르크 대성당, 그 밖에 그리스의 파르테논,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까지 등장한다. 이렇게 이 책에선 특정한 건축물을 집중 소개하기보단 특정

테마와 연관된 세계 곳곳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이어서 정말 많은 건축물들과 만나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가본 곳들이 더 반가웠는데 현상학적 분위기와 관련해선 쾰른의 콜룸바 박물관이

등장해 그때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가끔씩 나오는 국내 건축물도 마찬가지인데 경복궁 옆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은 담이 없어 동서남북 어디서든지 들어올 수가 있다고 한다. 전에 가봤을 땐 그런 점은

전혀 인식을 못했는데 다음에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출입구들이 각각 어디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이 책을 통해 정말 다양한 특색 있는 건축물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이런 건축물들을 모두 직접

가본 저자가 몹시 부럽기도 했다. 건축물 사진들에는 꼭 건축가를 제일 앞에 넣었는데 역시 건축가로서

자부심을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알려준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여행도 좋은 테마가 될 것 같다. 당연히 그런 여행을 한다면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꼭 가져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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