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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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에이이치라는 이름만 보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지만 오츠 이치라고 하면 예전에 봤던 'ZOO'

등 호러 미스터리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작가인데 나카타 에이이치는 바로 오츠 이치의 필명이라 한다.

호러 미스터리가 주특기인 작가가 완전 다른 장르인 SF 로맨스를 쓰려고 하니 같은 이름으로 책을 

내놓기가 민망해서 또 다른 필명을 사용한 게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추측을 해보는데 1999년과 2019년의

2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두 남녀에게 닥친 위기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2019년의 가바타 렌지는 누군가에 의해 뒷통수를 얻어 맞고 정신을 잃고, 1999년의 가바타 렌지는 

초등학생으로 야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 정신을 잃는다. 그 순간 2019년의 가바타 렌지는 20년 전 자신의

어린 시절로, 1999년의 가바타 렌지는 20년 후 성인이 된 미래의 모습에 들어가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20년 전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가바타 렌지는 현재의 자신의 연인인 니시조노 코하루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데 이미 강도가 집에 침입해 부모를 죽인 후 코하루마저 죽이러 찾아다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난데없이 렌지가 등장한다. 20년 후 미래로 간 렌지도 자신이 갑자기 어른이 되어

있고 자신의 연인이라는 코하루가 등장하자 혼란스러워 하는데 미리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며 미래의

자신과 서로 바뀐 사실에 조금씩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코하루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고 곧

그녀와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감당해야 했는데 바로 코하루의 삼촌과의 식사 자리까지 나가게

된다. 한편 코하루를 구하러 간 어른 렌지는 이미 알고 있던 정보들을 바탕으로 코하루 부모를 죽인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는데 코하루 부모를 구하는 등 역사를 새로 바꾸지는 못한다. 

그래도 사투를 벌인 끝에 코하루를 구출하고 범인이 타고 온 차량을 발견하여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소설들은 무수히 만나봤지만 같은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서로 바뀌는 설정은

드물었던 것 같은데 이러한 설정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각각 따로 논다는(?) 평행우주론에

근거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애초에 어른인 렌지가 아이인 렌지와 바뀌면서 코하루를 구하게 된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딱 그 일을 겪은 후 바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에 아이인 렌지는 어른인

렌지의 모습을 잠시 살면서 미래를 경험하고, 어른인 렌지는 아이인 렌지에게 미래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을 남겨준다. 특히 로또 당첨번호나 대지진 발생 등 그 가치가 엄청난 정보들을 알려줘서 렌지는

형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미래를 알게 된다면 당연히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렌지는 단순히 사적 이익을 탐한 것이 아니라 20년 후

코하루를 구하러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는 물론 대지진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위한 나름의

준비를 한 것이라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진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게 되지만 간신히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긴장감이 넘치는 얘기가 펼쳐졌는데 호러 미스터리 전문인 오츠 이치의 SF 로맨스 버전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묘하게 연결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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