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전생을 살았던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기억 2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 자신의 전생 인물들과 만나면서 기존의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르네는

감금되었던 병원에서 탈출해 자신을 받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유일한 사람인 오팔을 찾아간다.

아틀란티스가 실제 존재했던 문명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난 이후 게브와 계속 소통하면서 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게브에게 계속 정보를 주면서 자신도 경찰의 추적을 피해서

오팔과 함께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서는데...

전생 체험에 빠진 이후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 르네의 폭주가 과연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했는데 자신의 첫 번째 전생 인물인 아틀란티스인 게브를 살려내는 것과 현실에서 이들의 존재를

알리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야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렇게 전생의 인물과

소통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들에게 미래를 알려주면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게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에

대한 의문도 들긴 했지만 전설과 신화로만 알려졌던 아틀란티스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르네의 신념은

그를 지지하는 오팔과 다른 동료들이 등장하면서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진다. 미리 게브에게 증거를

남겨 놓으라고 알려준 후 그 증거를 찾아 생방송을 통해 공개하려는 야심찬 계획은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에 무참히 실패로 돌아가고 동료들과 함께 다시 감금되는 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지만 르네에게는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든든한 전생 인물들이 있기에 탈출에 가장 능력이 있는 전생 인물을 찾아 그의

힘을 빌리게 된다. 자신의 전생 인물들과 언제든지 소통하면서 그들의 능력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전생 인물들은 국적, 성별, 종교, 직업 등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굳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갈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한편 르네로부터 미리

정보를 얻어 화산 폭발로부터 탈출에 성공한 174명의 아틀란티스인들은 이집트까지 항해를 해가서

그곳에 정착을 하려 하지만 원시 인류들의 공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아틀란티스인들이 거인으로

설정되어 있어 르네가 알려준 종교라는 방법을 사용해 신으로 군림하게 되지만 이러한 방법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권에서는 르네의 현실과 게브의 과거 양쪽에서 역동적인 사건 전개가 펼쳐졌는데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책에서처럼 윤회가 계속 이뤄지고 전생과도 소통이 가능하다면

정말 유한한 삶에서 벗어나 사실상의 영생에 가까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흥미로운 소재를

역시나 잘 버무려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솜씨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루이 14세나 루이 16세에 얽힌

잘못된 진실(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등 우리가 진실이라고 배운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상당한 의문도 갖게 해준 책이었는데 인간의 기억을 어디까지 신뢰하고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