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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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최근에 내가 가장 많이 만나고 좋아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처음 만났던 법의학

교실 시리즈를 시작으로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그 속편, 와타세 경부

시리즈, 미사케 요시키 시리즈 등 너무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리즈들이 많아서 거의 정신이 

없을 지경인데 이번에 또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을 선보여 도대체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정도였다(책 뒷 날개를 보니 '비웃는 숙녀' 시리즈도 있다).


새로운 주인공은 제목으로 쓰인 표정 없는 검사 후와 슌타로 검사이다. 변호사,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바 있다 보니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검사를 등장시키는 게 그리 어색하진 않지만 직업마다

입장이 다르다 보니 사건을 대하는 관점도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신임 사무관 미하루가 후와

검사에게 배정되면서 얘기가 시작되는데 늘 표정의 변화가 없이 자기 일만 소신대로 처리하는 후와

검사를 미하루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림자 역할을 하게 된다. 처음 맡게 된 사건은

아동 납치 전과가 있는 야기사와라는 남자가 여자 아이를 죽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인데 용의자는

한사코 범행을 부인한다. 이런 사건은 편견으로 대충 용의자를 범인으로 몰아가기 쉬운데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후와 검사는 기소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독자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경찰들과 관계가 안 좋았는데 조사를 하던 와중에 경찰서 자료실에서 증거물들이 분실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오사카 관내 전 경찰서를 샅샅이 뒤지자 아직 진행 중인 사건들에 대한 증거물이 대량 

분실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안 그래도 경찰과 안 좋던 사이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새로 발생한

주택가 남녀 살인사건의 수사의 증거물도 사라진 게 확인된다. 이번에도 용의자로 여자를 스토킹하던

남자를 경찰은 범인으로 단정하고 송치하지만 그냥 쉽게 넘어갈 후와 검사가 아니기에 알리바이부터

다시 조사하는데...


원칙과 소신을 철저하게 지키며 전혀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 후와 검사라는 캐릭터는 공정한 법

집행이라는 목표를 가진 검사라는 직업에 어떻게 보면 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지만 전혀 인간미와

융통성이 없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늘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만다. 물론 최고의 에이스이고 원칙과 실력

으로 충분히 입증을 하다 보니 누구도 대놓고 불평을 제기하지는 못하지만 늘 곁에 붙어다니는 미하루

조차 그런 후와 검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 외에는 누가

뭐라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후와 검사가 오사카 경찰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지만 국민들은 그런

그의 업무처리를 오히려 더 잘한다고 할 것 같았다. 주택가 남녀 살인사건에서도 집요하게 파헤쳐 

들어가자 총격을 받고 위급한 상황에까지 처하지만 불사조처럼 일어나서 결국 범인을 밝혀낸다. 

사실 로봇같이 감정이 전혀 없는 후와 검사에게 감정이입이 되긴 어렵지만 이렇게 업무를 처리하는 

검사가 있기를 누구나 바랄 것 같다.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긴 쉽지 않은 사람이지만 중요한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가 그렇게 된 데에서 역시나

사연이 있었다. 표정 없는 검사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사무관 콤비가 벌이는 수사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탐정과 조수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는데 후속편도 있다고 하니 두 사람이 계속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지, 혹시 썸이라도 타는 건 아닐지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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