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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 쌍둥이 미스터리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며칠 전에 쌍둥이 트릭을 대놓고 선보인 '살인의 쌍곡선'을 읽고 나니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중
읽을 차례인 이 책이 바로 떠올랐다. 이 책도 제목에 대놓고 샴 쌍둥이를 등장시켜 쌍둥이가 중요한
소재인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기존에 봤던 국명 시리즈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먼저 국명 시리즈인데 국명이 어디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샴'이
예전 태국의 명칭이었다고 한다(이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33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명 시리즈의
트레이트 마크인 '독자에의 도전'이 없다는 게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라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부분
이었다. 책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이쯤이면 도전장이 등장해야 하는데 하고 계속 기다렸는데 그냥
쑥 넘어가버려서 이건 국명 시리즈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도전장을 받아야 한 번 더 고민을
하고 하는데 그게 없다 보니 바로 진실과 결말로 치닫고 말아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시작은 다른 작품보다 강렬했다. 아버지 퀸 경감과 함께 애마 듀센버그를 운전하면서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려가던 엘러리 퀸은 애로 산에 발생한 산불에 쫓겨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산
꼭대리를 향해 계속 운전을 하며 산불로부터 도망가다가 산 정상에 있는 기이한 저택에까지 이른다.
유명한 과학자인 존 사비에르 박사가 주인인 저택에는 뭔가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불청객인 퀸 부자가 하룻밤을 보내는 사이 존 사비에르 박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산불로 인해 사실상 고립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존 사비에르 박사는 오른손에 반으로
찢어진 스페이드 6 카드를 쥐고 있었고 이를 단서로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리하는데 처음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었던 인물이 오히려 범인의 누명을 쓴 것으로 밝혀지고 범인을 숨겨주고 있다는 의심
속에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저택에 손님으로 와서 숨어 있던 여자와 샴 쌍둥이 형제가 등장하고
퀸 부자가 산불을 피해 산 꼭대기를 향해 올라갈 때 반대로 내려가던 차를 운전하던 남자도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가운데 범인이 왼손잡이임을 밝혀내자 이에 당황한 누군가가 도망을 가다가 퀸
경감의 총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마는데...
범인으로 의심받던 의식불명의 사람마저 범인에게 당하고 범인은 다시 다이아몬드 잭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밖에서는 산불이 기어이 저택까지 다가와 정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모두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가운데 엘러리 퀸은 범인을 지목한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가 무색할 정도로 당장 죽어도 범인을 밝히고야 말겠다는 엘러리 퀸의 투철한 직업 정신이
빛난 순간이었는데 드러난 범인의 정체나 동기는 조금 의아하달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결국
사필귀정과 기적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기존의 국명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라
색다른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