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미술관 - 그들은 명화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최병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미술을 소재로 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나 봤다. 

명화를 통해 역사를 다룬 '세계 명화 속 역사 읽기'성경과 신화를 다룬 '세계 명화 속 성경과

신화 읽기',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물리학을 다룬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 등 명화가 특정 분야를 소개하는데 정말 유용한

소재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그다지 친하지 않을 것 같은 경제학을 명화를 통해 설명한다.  


일단 경제학자답게 그림을 하나의 재화로 본다. 소비재이면서 투자재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그림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향유를 누려야 하는 가치재이자 공공의 선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공공재이기에 다른 재화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는 재화인데 저자는

'명화 속에서 발견한 경제', '화가의 눈에 비친 경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미술산업'의

세 파트로 나눠 미술을 다양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먼저 피터 브뢰헬의 '바벨탑'으로부터 신자유주의의 기초를 제공한 밀턴 프리드먼을 찾아내고,

가난한 화가들이 비용제로인 자화상을 즐겨 그렸음을 알려준다.

아름다움을 인간이 가진 자본 중 하나로 거론하는데 아름다움의 가치는 상대적, 주관적이며,

행복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의 적용됨을 베르메르의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을 통해 잘 보여준다.

렘브란트의 '야경'에서 야경국가와 복지국가의 얘기를, 예술가들의 생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투입 요소인 창조성을 액션패인팅 기법으로 유명한 잭슨 폴락을 통해 끄집어낸다.


소변기를 '샘'이라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꾼 시킨 마르셀 뒤샹은 가치가 어떻게 창조되는지를 잘

보여줬고, 경제불황이 주식거래인을 하던 고갱을 전업화가로 만들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남미와 북미의 경제격차는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의 사연을 통해 보여줬고,

결혼을 다룬 그림들을 통해 결혼마저 경제학으로 접근하고 있다.

화가는 독점공급자이고 미술품은 기본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작품이기에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른 가격형성이 다른 재화들과는 완전히 다른데

이 책을 통해 미술품이 어떻게 거래되고 가격이 형성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미술품과 그다지 친하지 않지만 진품이 아니어도 모작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데

짝퉁의 천국인 중국은 대놓고 모작 생산 경제특구를 두고 있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짝퉁이라면 둘째 가면 서러울 우리도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아이템이 아닌가 싶었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는데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는 물론

화력 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이나 기차역을 개조한 오르세 미술관 등

발상의 전환이 미술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 책을 보면서 미술은 경제와 무관한 예술이라고만 생각했다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니

새로운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평범한 물건도 어떻게 배치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듯이 미술도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다른 측면을 알게 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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