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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평점 :
로마는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예전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하루 정도 주요 관광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본 기억이 남아있지만
로마를 제대로 보려면 사실 일주일도 부족할 것 같은데 로마에서 20개월 정도 살았던 저자가 그야말로
로마 여기저기를 누비면서 '영원의 도시' 로마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얘기를 담아내고
있다.
로마와 관련해선 올 여름에 '나의 로망, 로마'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봐서 과연 이 책과는 어떤 대비가
될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나의 로망, 로마'가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책이라는 설정이어서
이 책과 내용이 좀 겹치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확실히 결이 다른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로마 중심가 및 바티칸 시국의 지도를 제일 앞에 수록하면서 앞으로 저자가 데리고 갈 곳들을
간략하게나마 보여주는데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얘기를 시작한다. 아쉬운 점은 '나의 로망, 로마'와
대비되게 이 책에 실린 사진이나 그림들이 모두 흑백에 작은 크기로 수록되어 있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독특하게도 과거의 지도나 사진 등을 싣고 있어서
해당 지역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데 미켈란젤로가 설계하였다는 캄피돌리오 광장을 시작으로
곳곳에 얽힌 얘기를 들려준다. 로마와의 인연은 괴테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작년 유럽 여행 갔을 때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에 본 티슈바인의 '캄퍄냐에서의 괴테'란 작품의 모습처럼 괴테는
로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이탈리아 기행'이란 작품을 남겼다. 흥미로운 것은 괴테가 로마로
가고 싶어 피렌체에서는 3시간밖에 머물지 못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로마를 사랑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고대 로마가 탄생한 일곱 언덕과 테베레강,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 로마에 총 14개가 있다는 오벨리스크, 이탈리아 왕국 통일 50주년을 기념해 인위적으로
만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으로 인해 기존의 로마가 훼손되었다는 사실 등 그동안 몰랐던
로마와 관련된 얘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로마가 단순히 이탈리아라는
한 나라의 관광지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라 인류가 보존해야 할 도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로마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면서 '영원의 도시' 로마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꼭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