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 이야기 길 따라 걷는 시간 여행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3
홍인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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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에는 주말 등을 이용해 집 주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을 운동삼아 다녀보곤 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바로 주변에 있는 곳들도 몰랐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는데

찾아보면 인근에 우리 역사의 흔적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경기도 곳곳에 산재해 있는 대중들이 잘 모르는 부분들을 20가지 이야기로 엮어 소개하고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있던 역사적인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여주를 시작으로 이야기 여행을 시작하는데 여주라고 하면 역시 세종대왕을 빼놓을 수 없다.

세종의 업적이나 에피소드들은 여러 책들에서 많이 접해서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세종에겐 사사건건

반대하는 골치 아픈 두 명의 신하 허조와 고약해가 있었지만 늘 그들의 견해를 경청해서 요즘같은

불통의 시대와는 사뭇 대조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선 왕릉이 서울 안이나 인근에

있는데 비해 세종의 영릉이 여주에까지 간 사연이 문종부터 시작된 왕실의 비극이 세종의 묘가 있던

지금의 헌인릉 부근이 흉지여서 예종 때 여주로 옮겼다고 하니 세조가 일으킨 피바람을 엉뚱하게도

세종의 묘 위치 탓으로 돌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양평편에서도 언급되었던 정약용은 다음 편에선

본격적인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풍산 홍씨 집안의 홍혜완에게 장가들 때의 얘기부터 오랜 유배

생활을 거쳐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아내와의 애틋한 사연들이 담겨 있었다. 선정비와

관련한 얘기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추한 역사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 옛날에 아이들이 하던

비석치기도 선정비와 관련 있다는 견해가 있을 정도로 탐관오리들이 자화자찬식의 선정비를 남겨

놓아 원통한 백성들이 선정비의 글자들을 뭉개버리는 등 훼손시키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반대로 선정을 베풀고 떠나는 고려 시대 순천 지역 태수 최석에게 백성들이 모은 돈으로 산

말 7마리를 전별 선물로 딸려 보내자 서울로 돌아온 최석이 상경 길에 낳은 망아지까지 8마리를

돌려보내 백성들이 팔마비를 세워줬다는 훈훈한 사연도 있었다. 이렇게 경기도 여러 지역들마다

관련된 역사적인 인물들이나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어 그동안 큰 줄기의 역사와 수도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지역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냈던 아기자기하면서 흥미로운 역사 얘기가 많이 숨겨져

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역사책들은 왕조와 정치 중심으로 서술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책은 역사도 중앙집권화에서 벗어나 지방분권형으로 바뀌어야 함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역사의 현장과 얘기거리들이 무궁무진함을 잘 일깨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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