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미술관 -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김소울 지음 / 일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화가와 명화들을 다룬 책들을 읽을 때마다 숨겨진 사연들을 만나게 되면서 더 공감하게 되곤 하는데 과거나 지금이나 미술을 직업으로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유명 화가들에게는

산전수전을 겪은 에피소드들이 딸려 있기 마련이다. 미술작품이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정신적인 치료작용을 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소울마음연구소'라는

가상공간을 마련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유명 화가들과의 상담시간을 갖는 형식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총 15명의 서양 미술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소울마음연구소'를 들르는데 마치 정신가의사와 상담을

하듯 그들 내면의 고통과 상처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첫 번째 내담자는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트

뭉크로 어릴 때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겪고 공황장애에 시달렸던 그의 가족에 대한 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 속에 투영된 슬픔이 새삼 아프게 다가왔다. 다음 손님은 로댕의

연인으로 더 유명했던 카미유 클로델로 로댕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망가진 그녀의 마음과 인생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장애로 인해 불운한 삶을 살았던 로트렉이 그린 반 고흐의 옆

모습은 세상에 인정받지 못했던 두 사람의 쓸쓸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는데 둘 다 37세에 요절한

공통점이 있었다. 드가가 여성혐오자였던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삼촌과 바람을

피운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여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의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늘 이름이 모네와 헷갈리는 마네는 '풀밭위의 점심식사'로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다음에 등장하는 여성 화가 베르트 모리조가 동생과 결혼하여 특별한 인연을 맺었고 그녀의

딸인 줄리 마네를 다음 등장하는 르누아르가 후견인이 되어 줘서 인연의 끈이 계속 이어졌다.

본의 아니게 인상주의의 창시자가 되어 버린 클로드 모네, 생전에 아버지나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던 세잔, 아버지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고통을 이겨내고 여성 화가로 자리잡았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미술사에서 늘 빠지지 않는 에피소드를 남긴 고갱과 고흐 커플(?),

지독한 운명의 장난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했던 프리다 칼로, 우여곡절 끝에 찾아온 행복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스페인 독감으로 요절한 에곤 실레까지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총출동하여 자신의

은밀한 내면과 사생활을 숨김없이 드러내어 그들의 삶과 작품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였던 고야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이 책을 통해 훨씬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 읽었던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이란 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었는데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공감하며 치유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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