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 지옥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6
유메노 큐사쿠 지음, 이현희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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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 대중화되어 국내에서도 이미 인지도가 높은 인기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해 여러 명이 있다. 그만큼 저변도 넓고 역사도 길어 장르소설임에도 확고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 전에 읽은 '어느 가문의 비극'처럼 일본 추리소설의 초창기에 활약한 작가들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인 이 책은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유메노 규사쿠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 유메노 규사쿠의 단편 12편이 실려있는데

기존에 접했던 일본 추리소설들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이었다. 본격, 사회파, 호러, 고전물

등 나름 일본 추리소설의 다양한 스타일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왠만한 작품은 그리 낯설지가 않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뭔가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사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기에는 좀 애매한 괴담이나 정신이상적인 그런 내용이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뤄서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첫 작품인 '기괴한 북'은 연모하던 여자가 딴 남자와 결혼하자 북에 원망과 저주를

담아 그 북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겪는 괴담을 담은 얘기인데 그나마 친숙한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골의 사건'에선 약 한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얘기들과 그보다 좀 더 긴 얘기들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우리로 치면 전설의 고향 비슷한 괴담 같으면서도 야릇한 내용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세 번째 작품인 '사후의 사랑'은 좀 더 나아가 러시아의 마지막 황실 가족들을 소환하는데 제목처럼

좀 뜬금없는 결말로 계속 정신이 없게 만들었다. 책 제목으로 쓰인 '유리병 속 지옥'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매의 얘기인데 비록 친남매이지만 오랜 세월을 젊은 남녀 둘이 같이 있다 보니 묘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세 개의 맥주병이 떠내려와 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측하게 하는데

왠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느낌도 났다. '사갱'은 광산촌에서 벌어지는

연적에 대한 원한이 낳은 비극을, '기괴한 꿈', '미치광이는 죽는다', '미치광이 지옥'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광기가 야릇하게 발현되어 책을 읽는 나도 정신착란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기존에 만날 수 있는 일본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들이라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본 미스터리의 다양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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