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자 - 《화식열전》으로 보는 고전 경제학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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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한 워낙 방대한

내수시장을 가졌기에 현재도 부자들이 수두룩하지만 중국 역사 속에서 부자라 할 만한 사람들이 누가

있었는지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 역사서를 대표하는 사마천의 '사기'는 쉽게 도전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책이지만 핵심만 정리한 '사마천 사기56' 등의 책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는데

'사마천 사기56'에서도 이 책에서 언급하는 화식열전을 다뤘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부를 축적하고 증식하는 걸 중국에서 '화식'이라고 한다는데 이 책에선

중국 역사를 통틀어 16명의 부자들의 얘기를 소개한다. 

 

시대순으로 부자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우리가 익숙한 순임금인 제순이 차지했다.

흔히 태평성대를 요순시대에 비유하곤 하는데 순임금은 질그릇을 구워 판 중국 역사에 맨 처음 등장하는

상인이라고 한다. 요순 두 임금의 훌륭한 점은 여러 가지가 얘기되지만 자식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군왕으로서 적임자를 발탁해 임금 자리를 물려주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이는데 우리 재벌들의 2세,

3세들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창업주들이 요순임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인물인 범려도 오나라와 월나라의 치열한 전쟁에 등장하는 인물이라 친숙한데

이 책에선 그를 중국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얘기한다. 월나라 왕 구천과는 고생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같이 할 수 없음을 알았던 범려는 토사구팽 당하기 전에 미리 사직하고 장사에 나선다.

그가 위대한 점은 두 번이나 천금을 벌어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나눠졌다는 점인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그야말로 재물의 신이었다. 박리다매 등 부를 축적하는 많은 상업이론을 정립한

장사의 아버지 백규나 전국시대를 주름잡았던 여상 청, 목축업으로 범려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부자가 된 의돈,  의돈처럼 목축업으로 부자가 되었다가 관리까지 된 복식 등은 이 책에서 제대로

알게 된 부자였다. 진시황의 친아버지인 여불위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를 얻는 것이 권력을 잡는

것임을 탁월한 권모술수를 통해 보여줬지만 결국 자신의 아들에게 버림을 받고 죽게 되는 자업자득의

표상이 되고 말았다. 범려 등 부자 중에서 아름다운 명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악명을 떨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치부보다 사치와 향락으로 더 명성을 떨친 석숭, 돈벌레라고 불린 소굉 등은 

당대 최고의 부자였지만 졸부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역사에서 10대 부자에 속하지만 권력자에게

죽임을 당한 심만삼, 중국 인민일보에서 발표한 중국 역사상 부자 1위를 차지했던 명나라 환관인 유근, 중국 개화기의 부자들인 호설암, 오병감을 거쳐 중국 현대사의 로열 패밀리라 할 수 있는

송씨 자매의 맏언니 송애령까지 유구한 중국 역사를 대표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부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부자들의 사연들이 모두 흥미진진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역시 부라는 건 얻는 과정에서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짐을 잘 알 수 있었다. 과연 한국 역사상 부자들을 꼽으면 과연 그들이

어떤 얘기를 들려주게 될 것인지, 이 책에서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사람이 과연 존재할 것인지

궁금한데, 방대한 중국 역사 속에서 얘기거리가 많은 부자들을 잘 선정하여 소개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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