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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봤지만 현대물과 고전물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을 선보여서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여전히 그녀의 작품 중에 못 본 작품이 너무 많아서(특히 고전물은 몇 작품밖에 보지 못했다) 밀린
숙제가 없을 때엔 놓쳤던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나름 솔솔하다.
이번에는 일본 추리서스펜스대상을 수상했던 그녀의 초기작인 이 책을 골랐는데 자살로 추정되는
두 여자의 신문기사로 얘기를 시작한다. '낙원', '크로스 파이어' 등에서 초능력을 가진 존재들을
등장시켜 조금은 판타지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이 책에서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연이은 여자들의
자살 뒤에 숨겨진 비밀을 캐나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구사카 마모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회사 돈을 횡령한 후 실종되고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자 이모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운전기사인 이모부가 운전하던 택시에 스가노 요코가 갑자기 뛰어들어 사망하고 이모부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 유치장에 수감되자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이 와중에 고등학생인 마모루를 괴롭히는 미우라 일당을 비롯해 집으로 스가노 요코를 죽여줘서
고맙다는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질 않나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마모루는 스가노
요코의 죽음에 뭔가 비밀이 있음을 직감하고 예전에 배웠던 자물쇠 따는 기술로 스가노 요코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그녀의 죽음과 '정보 채널'이라는 잡지가 관련이 있음을 알아내게 된다. 한편
이모부의 교통사고는 이모부에게 과실은 없고 스가노 요코가 갑자기 차로 뛰어들었음을 목격한
사람이 등장해 이모부가 풀려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스가노 요코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연이어 죽은 세 명의 여자 모두와 관련되었던 하시모토라는
남자마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이들이 사기 연애행각을 벌이며 남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고
농락했기 때문에 자신이 죽였다는 남자가 마모루에게 연락을 하면서 마지막 남은 여자까지 곧
죽이겠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 사람들을 연이어 자살 아닌 자살로 몰아넣은 범인의 능력은 왠지 전에 읽었던 '풍선인간'과
유사한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 책 속에서와 같은
일들을 저지른다면 어떻게 막기도 어렵고 처벌하기도 쉽지 않아 제목에 사용한 것처럼 위험한
마술을 부린다고 할 수 있었는데 피해자들도 순수한 피해자로 보긴 어려워 과연 이런 범죄들을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 하는 어려운 문제를 던져 주었다. 게다가 마모루 아버지와 관련된
사건의 진실까지 더해져 상당히 정교하게 쌓아올린 이야기의 구조를 보여주었는데 이때 이미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이 정점에 오르고 있어 이후 수많은 명작들을 쏟아낸 게 아닌가 싶었다.
여전히 그녀의 못다 읽은 작품들이 남아 있다는 게 든든한데 다시 허기가 질 때 몰래 꺼내먹으며
그녀 작품만의 진가를 맛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