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이 지내던 나는 같은 반이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던 아키야마가

말을 걸어오자 당황한다. 자신이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아키야마는 내 생일인

2월 20일과 자신의 생일이 그레고리력의 윤년의 284번째 날인 10월 10일이라면서 220과 284가 서로

친화수(두 개의 서로 다른 자연수의 쌍으로 어느 한 수의 약수를 더하면 상대 수가 되는데 220과 284가

가장 작은 친화수라고 함)라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내 휴대폰 전화번호의 뒤 8자리인 5020-5564라서

더 친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해외출장으로 인해 한동안 독서 페이스가 주춤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몸과 맘이 따뜻해지는

로맨스가 갑자기 당겼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수학 천재 소녀와 평범한 남학생의 풋풋한

사랑 애기라 할 수 있었는데 왠지 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여자

주인공이 병을 앓고 있는 점이나 존재감도 없고 친구도 없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일기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등 닮은 점이 많았는데 라이트노벨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췌장이 먹고 싶어졌다.ㅋ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키야마는

기억이 한 달밖에 안 가고 한 달이 지나면 리셋이 되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의 한 달 버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항상 자신의 일기장에 한 달 뒤의 자신에게 한 달 전의 자신이 경험한 바를 남겨

놓아야 하는 슬픈 운명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지 않았는데 남자 주인공이 수학의 신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가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이 수학 천재이다 보니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나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들이

떠올랐는데 아키야마가 처음 남자 주인공에게 접근할 때 사용한 '친화수'를 비롯해 '삼각수(1부터

순서대로 자연수를 더한 수)'나 계승(1부터 순서대로 자연수를 곱한 수)' 등 우리 주변의 모든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나 온천이나 단둘이 간 훗카이도 여행을 통해 특별한 사이가 되어 가는 모습, 특히 호텔에서

진실게임하는 모습은 완전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동일한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아키야마가

전향성 건망증을 앓게 된 원인인 심장이식과 남자 주인공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던 점 등 두 사람

사이가 점점 절정에 치닫는 시점에서 다시 심장수술을 받게 된 아키야마가 이후 어떻게 될 지

궁금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심장수술 후 아키야마의 일기장을 전해받게

된 부분까진 거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와 판박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는 완전히

달랐다. 어떻게 보면 신파성, 최루성 멜로에서 벗어나 좀 더 쿨한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히 리셋된 아키야마와의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남겨주고 끝을 맺었는데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처럼 삭막했던 마음에 심쿵한 얘기로 조금이나마 사랑의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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