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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코이즈미 타카시 감독, 후카츠 에리 (Eri Fukatsu)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사고로 8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박사
(메멘토를 연상시키듯 양복에 메모지를 주렁주렁달고 산다. ㅋ)
박사의 가정부로 취직한 미혼모인 나를 보자마자
박사는 신발 사이즈부터 묻는다. 24, 4의 계승이군,
전화번호는? 576-1455, 1억까지의 소수의 숫자와 같군.
모든 것을 숫자로 전환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박사
밤하늘에 존재하는 별과 같이 무수히 존재한지만
깨끗하고 타협하지 않는 고고함을 지켜가는 숫자인 소수를 사랑하는 박사
그런 박사와 나는 숫자를 매개로 차츰 친해져가는데...
학창시절 수학은 늘 나의 발목을 잡는(?) 과목이었다.
다른 과목은 늘 성적이 괜찮았는데 수학만은 내가 기대한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학시간은 늘 기피대상이었고 문제 풀라고 시킬까봐 늘 조마조마했었지...ㅋ
루트같은 수학선생님이 있었다면 수학을 좀 더 재밌었을텐데...
문과를 가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수학이 싫어서였는데
루트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을지도...이공계쪽 연구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ㅋ
이 영화를 통해 숫자에 대해 몰랐던 것도 많이 배웠다.
계승(수열할 때 배운 것 같은데 기억이...ㅋ),
완전수(자신을 제외한 모든 약수의 합이 자신과 같은 수-28 등)
우애수(자신의 제외한 모든 약수의 합이 서로 같을 경우,220-284)
박사가 사랑한 수식 e의 파이i승+1=0
숫자의 세계에 이런 오묘한 아름다운(?) 질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고서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 야구를 흔히 숫자놀음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박사와 루트가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나도 선수들의 기록 같은 걸 많이 기억하는 편인데 박사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듯 ㅋㅋ
영원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음으로만 보인다.
루트의 첫 수학시간은 수학의 매력을 눈뜨게 해 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진리에 대해서도 눈뜨게 해 준 것 같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이 영화는
박사와 수식이라는 좀 어렵고 지루할 듯한 제목에 책으로는 보지 않았었는데
영화로 보니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편견을 버려야 할듯...
박사와 수식을 이어주는 사랑을 놓쳐서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