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의 비극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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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쓰지 마코의 가정 교사를 한 인연으로 마코로부터 졸업논문을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치조

하루미는 와쓰지 일가의 별장을 찾아간다. 마침 새해를 맞이해 별장에 모인 와쓰지 일가와 지인들

속에 유일하게 외부인이라 할 수 있던 하루미는 와쓰지 일가와 만찬을 즐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코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와쓰지 요헤 회장을 살해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하는데...  

 

비극 시리즈 하면 엘러리 퀸(바너비 로스) X, Y, Z의 비극의 알파벳 끝에서 세 단어 순서대로 이뤄진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이 책은 X 바로 앞의 알파벳인 W를 내세워서 왠지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와

연결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작가인 나쓰키 시즈코가 엘러리 퀸과 사숙관계로

이 작품도 엘러리 퀸의 사전 허가를 받아 출간한 것으로 맨 앞장에 엘러리 퀸에게 바친다는 헌정의

글이 실려 있다. 작가 소개 글을 보니 'M의 비극', 'C의 비극' 등 작가의 또 다른 비극 시리즈가 있어 

비극 시리즈에 대한 애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격 미스터리가 즐겨 애용하는 눈 내린 외딴 산장을

배경으로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범인을 알려주는 도서형 추리소설의 형식임을 보여주면서

와쓰지 일가가 모두 사랑하는 마코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공모하여 완전

범죄를 꾸미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여러 가지 트릭들이 사용되는데 먼저 범행시간을 조작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하는데 아무래도 외과의사인 마자키 쇼헤이가 있어서 나름 정교한 조작을

할 수 있었다. 먼저 범인인 마코가 조작된 범행시간에 별장에 없었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도쿄로

보내고,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을 만들며 요헤 회장 몫까지 야식을 시켜 요헤 회장이 밤늦게까지

살아 있었다고 믿게 만들었지만 사건을 맡은 후지5호 경찰서의 나카자토 형사를 속이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먼저 외부 침입이라는 증거로 눈 위에 가짜로 만든 발자국이 신발이 별장 안에서 발견되면서

거짓임이 드러나고 외부 범인설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내부 범인설이 강력하게 대두된다. 이어서 

공들여 꾸민 여러 조작들이 하나둘 가짜로 밝혀지면서 마코를 지켜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점점 

물거품이 되어 가는데...

 

범인을 알려주고 범행과정이나 동기 등을 추적하는 도서형 추리소설이면서도 현란한 범행 은폐

공작이 그려져 흥미진진하게 봤던 작품이었는데 후반부에 가서 급반전이 일어난다. 공작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너무 싱겁게 끝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고 막판에

대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 못지 않은 짜임새 있는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엘러리 퀸이 충분히 인정해 줄만한 직픔이었다. 몇 번이나 사건의 진행 상황을 뒤집어 발표해야

했던 아이우라 서장의 고충이 안쓰러울 정도로 반전이 나름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좀 오래된

작품임에도 충분히 찾아볼 의미가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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