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그 유산은 무엇일까. 그 수식어인 '위대한'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엄청난 재산일까? 매우 가치 있고, 훌륭한 유산 (heritage)일까? 그 유산을 모으는 과정이 숭고했을까? 아니면, 그 유산을 남기려는 사람이 위인에 버금가는 것일까? 나에게 '유산'이라는 것은 동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이라는 의미가 강해서 대문호 디킨스의 제목에서 무엇을 찾기는 힘들었다.

나에게 해석과 공감에 대한 희망적인 단서를 제공해 준 것은 한글 제목 아래에 있는 원제였다. Geat Expectations. 유산의 원제에 해당하는 것은 재산을 나타내는 inheritance도 아니고 문화 유적 같은 heritage 도 아니었다. Expectation. 기대였다. 물론 고어로 물려받을 재산에 대한 전망 또는 예상의 세 번째 뜻이 있었지만, <위대한 유산>이 19세기 초부터 중기까지의 배경을 가진다고 해도 세 번째는 무리가 있자. 주인공 핍부터 미스 해비셤, 매그위치, 조, 비디, 에스텔러를 비롯한 굴곡진 인생과 강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 제대로 그려낼 동력으로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Expection (ref: Google Oxford Dictionary)

1. a strong belief that something will happen or be the case in the future.

2. a belief that someone will or should achieve something.

3. ARCHAIC, one's prospects of inheritance.


<Great Expectations>

원제를 따라가면, <위대한 유산>은 수동적으로 소망하는 희망이나 꿈보다는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해서 이제 곧 그 결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허황된 것이었고, 누구에게는 세상에 대한 복수였고, 또 누구에게는 슬픈 바람이었다. 우리 인생의 슬픈 면 쪽에 놓여있는 좀처럼 이루어지기 힘든 기대이다. 이제 이 '기대'를 마주해보자.
<위대한 유산>은 기대를 2차원으로 다룬다. 하나는 주인공 핍의 성장기를 흘러가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총천연색의 '인물'이다. 두 개의 차원 중 흘러가는 '시간'에 따라 '인물'들의 '기대'는 그 라이프 사이클 (lifecycle)의 각 단계들을 거쳐 자라나고 커지고 변형되고 소멸된다.
핍의 성장기는 크게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진다. 핍이 누나와 매형과 함께 행복했지만,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아갈 때와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을 예정으로 젠틀맨 수업을 받는 시기, 그리고 그 엄청난 재산을 물려줄 사람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로 밝혀지며 그 인물로 인해 모든 것이 처음 보다 못한 상태로 전락하는 시기로 나누어진다.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인물들의 '기대'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의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다루어보고 말이다.


조 가저리

주인공 핍의 누나의 남편이다. 즉, 매형이다. 조가 핍의 누나에게 구혼할 때, 핍의 누나가 일찍 부모를 잃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핍을 '손수' 키우고 있다고 하니, 따뜻하게 핍을 가족으로 맞을 수 있다고 말하며 핍의 누나와 결혼한다. 그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부드러운 손을 가졌지만, 금방의 그 누구도 떼려 눕힐 수 있는 강인한 손도 동시에 가졌다. 그의 논리적으로 보이려는 말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아주 조금 모자라다. 아들 뻘인 핍을 그런 모자람, 부드러움, 강인함 그리고 사랑으로 친구처럼 대하며 이 세상에 딱 한 쌍인 단짝처럼 핍과 살아가고 있다.
그의 기대는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결하고 아름답다. '사랑하는 핍 내 친구야'라고 말하는 대상인 '핍'과 언제나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조의 기대이다. 자신을 업신여기고 폭주기관차처럼 화내기 일쑤인 아내와 오두막 같은 그 작은 집에서 대장장이로 그리고 핍은 자신의 도제로 그냥 사는 것이다. 어쩌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디킨스의 불우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담은 그의 자전적 소설의 주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사실, 등장인물 모두가 '평범하게 사는 것'으로 수렴해간다. 즉, 소설 속의 인물이 될 만큼 굴곡지고, 아픔과 분노가 있는 삶에서, '평범한 삶'으로 수렴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설 속에 등장할 필요가 없는 인물로 귀화한다. 그런데 이 평범은 '보통이면 돼'라는 말처럼, 참 어려운 것 같다.
조 가저리의 기대를 제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주제'를 두괄식으로 나타내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핍이 조와 비디를 영원히 남겨두고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으로 젠틀맨 수업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떠나며 자신의 가난, 자신의 여인, 자신의 신분을 위해 앞을 보고 나아갈 때, 조는 마치 우리의 부모님처럼 아무런 바람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핍에 대한 사랑과 우정의 변함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핍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묵묵히 나타나 변함없이 그를 간호하고 위로하며 조에게는 평생 모은 것 같은 돈을 모두 털어 핍의 빚까지 말없이 갚았다. 조건 없는 사랑을 보며 부모님을 생각했고, 이제는 내가 그들처럼 그 역할들을 해나가야 하고 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나에게는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그리고 나와 같이 나의 부모님도 그렇게 때 이른 '해야 함'에 속상한 궁핍을 느꼈을 것을 생각하니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미스 해비셤과 에스텔러

그녀는 그녀의 피앙세가 나타나진 않은 9시 20분으로 모든 것을 박제한 채, 양녀 에스텔라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키워 '남자'들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만 살아간다. 기괴하고 괴팍한 이 미스 할머니는 차가운 불꽃같은 복수로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을 단 하나의 그릇된 목표로 살아가며 늙어버린 미스 해비셤을 보며, 그녀가 따스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입양되어 재산 상속의 암투 속에 살아간 에스텔러도 차가움만이 가득했다. 결국, 둘은 따스함을 되찾지만, 모든 것이 다 지나가버린 후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데 아주 많은 인생의 시간이 걸렸다.


매그위치

그는 평생 감옥을 들락거렸다. 그 누구도 그에게 따스하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없다. 손을 내민 자는 콤피슨으로 미스 해비셤의 시계를 멈추게 한 사기꾼이었다. 매그위치도 콤피슨 때문에 감옥선에 가게 되었고, 탈옥 중 만난 아이가 핍이다. 인생에서 그에게 음식과 어려움을 극복할 도움 (쇠고랑을 자를 줄칼을 핍이 주었다)을 준 사람은 핍 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기대는 핍을 세상 최고의 젠틀맨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매그위치 또한 미스 해비셤처럼 단 하나의 목표로 인생을 살았다. 추방령을 어기고 영국으로 돌아와 자기 인생 목표의 화신인 핍과 함께한 시간을 보니, 그가 무척 애처로웠다. 핍은 자신이 받게 될 엄청난 재산과 그 재산으로 올라가게 될 지위가 모두 매그위치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한 사람은 자기 꿈의 화신을 봐서 행복하고 한 사람은 자기가 곧 이루게 될 인생의 꿈이 그 바닥부터 잘 못 쌓아 올린 것을 알고 절망한다. 마치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듯이 둘은 화해하고 서로를 위하지만, 그 또한 남겨진 시간이 너무 없었다. 매그위치를 국외로 보내려다 실패하고 그는 사형이 결정되었으며, 도주 중 체포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은 매그위치는 병원에서 죽고 만 것이다. "얘야, 핍" 이라는 그의 다정한 말이 '다정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목소리들을 생각하게 했다.



핍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 번도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말해줄 사람이 없었다. 핍은 어려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괴팍한 누나에게 '손수' 길러졌고, 친구는 조뿐이었고, 제대로 된 선생님이라고는 또래의 비디뿐이다. 누구에게 인생에 대해 안내받기 전에 무작정 그의 인생에서 소설 같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가난과 비천한 신분을 벗어나가고 싶었고, 아름다운 에스텔러와 이어지고 싶었고, 젠틀맨이 되고 싶었고, 친구 허버트가 혼자 설 수 있기를 바랐고, 자신에게 주어질 막대한 재산을 빨리 받고 싶었다. 엄청난 재산을 줄 사람이 자신이 도와준 탈옥수 매그위치라는 것을 그가 찾아온 날 알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꼈지만, 이제 그의 기대는 그 매그위치를 안전하게 영국 이외의 나라로 탈주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상당한 매그위치가 회복되기를 바랐다. 마지막엔 비디와 결혼을 꿈꾸지만, 그것도 너무 늦었다. 


이 이야기의 끝은 고요한 '일상'으로 귀화하는 것이다. 허버트와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며 가끔 조와 비디 부부에게 놀러 가는 아무런 소설의 소재도 찾을 수 없는 말 그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유산> 속 많은 인물들은 의도하고 또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지독하게 준비하고 인내한다. 그런 인물들과 비교했을 때, 핍은 모든 것들이 행운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연히 찾아왔다. 무덤 근처 어린 시절의 집과 그 집의 조와 누나 그리고 비디를 제외하고 말이다. 원래부터 속하고 가지고 있던 것들을 제외하고, 행운처럼 찾아온 것들은 모두 깊은 상처를 내고 사라져 버린다. 자기에게 걸맞지 않은 것은 결국 재앙이 된다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디킨스가 전하고 싶은 것은 행운처럼 찾아온 것들에 눈이 멀어 지금 내게 - 내가 비록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 소중한 것들을 뒤로한 채 그 행운을 쫓는 나방이 되지 말라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도 어떤 의도된 것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불현듯 찾아오는 인생의 변곡점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기로에서 어제까지의 나를 먼 과거의 지층으로 묻고 새로운 현재를 과거로 만들어가며 다가올 미래를 기대한다. 이것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어떻게 구별할까? 핍처럼, 그 이전의 과거에 나를 둘러싼 것들에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음을 느낀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핍처럼 그 바닥부터 잘 못 쌓인 위대한 유산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돌아보게 된다.


References

Wikipedia - Great Expectations

https://en.wikipedia.org/wiki/Great_Expectations


Wikipedia - David Copperfield

https://en.wikipedia.org/wiki/David_Copperfield


알라딘 - 데이비드 코퍼필드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801063


Significance of the Title of Charles Dickens's “Great Expectations”

http://www.literary-articles.com/2010/02/significance-of-title-great.html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6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9-13 0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드네요. 제목이 정말 유산이라는 단어는 아니군요. 등장인물의 설명을 보니 뭔가 꼬이고 꼬인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인것 같고 제목에서 역설이 느껴지네요 🙄

초딩 2021-09-13 15:26   좋아요 2 | URL
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Persona님 말씀하신 것처럼 제목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복잡한 Plot과 구성을 한 디킨스 대단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coolcat329 2021-09-13 0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핍의 매형 가저리가 참 좋았어요. 소설 속 아름다운 사람 고르라면 조 가저리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초딩 2021-09-13 15:29   좋아요 2 | URL
^^ 정말 여러 소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 고르라고 하면
저도
조 가저리
요 ^^
좋은 하루 되세요~

persona 2021-09-13 07: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위대한 개츠비랑 위대한 유산은 좀더 신박한 제목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자주 들어요. 개츠비는 그 징한 느낌이 엄청나긴 하지만 대단한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건데 위대한 개츠비란 제목이 개츠비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자꾸 한쪽으로 모는 느낌이고 위대한 유산에서도 매그위치가 주는 유산에 한정해서만 제목을 그렇게 짓진 않았을텐데 싶고요. 파격적인 번역가가 언젠가는 제목에 변화를 준 책을 내면 좋겠다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초딩 2021-09-14 00:12   좋아요 1 | URL
우앗
개츠비를 개인적으로 굉장히 탐탐치 않게 보는 일인으로 그 제목이 편향을 일으킨다는 말씀에
틀림이 아닌 다름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도 번역서에 제목 달아주셔서 감사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책은 원제를 찾기가 참 힘들어서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도세요!

Jeremy 2021-09-13 08: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If you take “the historical context” of this novel into consideration,
you will appreciate “the title” of it even more.

The technological innovations that gave rise to
”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late 18th and early 19th century introduced
the first capitalist economy, opening “social and financial opportunities”
to people who had never had the chance to gain status or wealth
under the rigid hereditary class hierarchy of the past.

“These opportunities” enabled people born into lower classes
to raise their standing in society by making money and acquiring education.
The new” opportunities”, or “ prospect‘‘, in turn, inspired ambitions
that had not been possible in pre-Industrial Revolution England,
where one‘s life path was predetermined strictly by birth.

“Great Expectations” explores both the ˝dream” and the “realization” of such “ambitions”,
both what is gained and what is lost,
and showcases “lives from all classes” of 19th-century British society.

초딩 2021-09-16 09:23   좋아요 1 | URL
^^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배경이 런던 그리고 19세기 초에서 중까지이니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이 급변하는 산업혁명,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각 계층의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과 어쩔 수 없음 (계층 이동에 대한) 그에따른 꿈과 욕망 이런 것들이 모두 버무러져 있는 소설 같습니다.
두터운 두권이 그래서 좀 짧게 느껴지기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디킨스의 코퍼피르나 다른 책들을 함께 읽어서 모두 엮어 생각하면 또 아주 멋지겠다 생각했습니다. ^^
답글이 늦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너무 감사합닏!

han22598 2021-09-17 06:45   좋아요 0 | URL
이래서..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역알못 ㅠ)

파이버 2021-09-13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 글을 읽고 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핍만큼 거대한 행운이 아니더라도 알게모르게 핍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거 같아요.

초딩 2021-09-16 10:48   좋아요 1 | URL
^^ 답글 늦어 죄송합니다. ^^
저도 그냥 간단한 이야기겠지 했는데 ㅜㅜ 읽고 나서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Falstaff 2021-09-13 0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서 저는 우리나라 만화가 이상무 화백의 주인공 독고탁을 생각했었습니다.
일찍이 고아원에서 유년시절의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가난한 환경 속에서 부자집 도련님 마동탁의 견제를 아득바득 견디며 살다가, 어느날 난데없이 나타나는 진짜 아버지. 거대 회사 회장님. 우리나라 출생의 비밀을 만든 시조새가 바로 이상무의 독고탁 아니겠습니까.
이상무 화백이 디킨스를 탐독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디킨스도 출생의 비밀, 또는 난데없이 떨어지는 돈벼락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습지요. ㅋㅋㅋㅋㅋ

초딩 2021-09-16 18:27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추억의 독고탁이네요 ^^
잠시 구글링해보니
2015년에 민음사 블로그로 보이는 곳에서
위대한 유산을 영국산 독고탁이라고 소개했어요 ㅎㅎㅎㅎ
http://minumsa.minumsa.com/bookreview/8762/
엄지척입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Falstaff 2021-09-16 18:56   좋아요 1 | URL
어.... 영국제 독고탁은 제가 유일하게 쓴 건데요.... 해서 가봤더니
와오, 민음사 아저씨들, 아니 민음사에 남자직원 별로 없어요, 이 사람들이 내가 쓴 거 몽땅은 아니고 2015년까진가 쓴 거 싹 쓸어갔네요? 이런.... 얘기도 안 하고 이게 뭔일인지 참.
가져갔으면 하다못해 책이라도 몇 권 줘야지 말이지, 맨입에 그럴 수가 있나요? 나쁜 것들!!!!

초딩 2021-09-16 18:59   좋아요 0 | URL
이거 따져야하지 않을까요!!!!!
최근에 저는 책 하나를 다른 책이 심하게 인용해서 출판사 연락해서
심하게 참조한 쪽에서 수정하기로 했어요.

초딩 2021-09-16 19:06   좋아요 0 | URL
정말!!! 민음사에서 무단 도용 이라니요!!!!

Falstaff 2021-09-16 19:09   좋아요 1 | URL
따지긴요 뭐. 어차피 열린 공간에서 누구라도 다 읽으라고 했던 건데요.
그나마 쓴 인간이 누군지 밝히기라도 했으니까요. 안 밝히고 올렸다면 지랄 좀 했을 겁니다. ㅋㅋㅋㅋ
초딩 님 덕분에 별걸 다 알게 되는군요. 근데 되게 웃기네요. ^^

han22598 2021-09-17 06:53   좋아요 1 | URL
민음사..완전 Falstaff님 제대로 이용했는데요...
서점에서 리뷰 사용한것도 아니고 출판서 홈피에 떡하니..ㅠㅠ
Falstaff님이 자청해서 출판사 홈피에 올렸으면 몰라도..다른 곳에 쓰신 것을 복사해서 홈피에 올린거면..본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양아치 냄새가...
전 좀 그러네요. ㅠㅠ

서니데이 2021-09-14 2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산을 헤리티지라고 생각했는데, 원제는 다른 단어였네요.
잘 읽었습니다. 초딩님,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1-09-15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하면 누군가 물려준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건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군요 그게 더 나을 듯합니다 유산이 물질일 수도 있지만, 정신일 때도 있을 텐데 그런 건 물려받으면 괜찮겠지요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도 그렇게 잘 살지는 못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핍도 비슷하네요


희선
 


민음사의 그 장대한 시간 속에 책을 빚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정도 되면 그 스펙트럼을 나의 인생으로 옮겨봄직하다.

나의 인생에 계기를 만들어준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는 그런 책들을 '내 인생의 책'이라고 하고 몇 개씩 꼽아 본다. 나도 오늘 그 꼽아 봄을 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려고 한다. 연대기처럼 나열하기에는 기억이 희미해서 생각나는 대로 가능한 이른 시간순으로 써본다.

(덧붙임: 북플에 있는 읽은 책 목록을 광속으로 스크롤 해보니, 여기에 추가하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나에게 많은 계기를 만들어준 굵직한 책들만 열거하는 것도 쓰는 나도 고욕일 것 같고 보는 이도 어지러울 것 같아 많이 줄였다)



<백년 동안의 고독> 내가 이 앞에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내가 이 앞에서 무엇을 더 찾을 수 있을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내 유년 시절의 굴레와 그런 벗겨낼 수 없고 피해갈 수 없던 일들이 반복되고 또 반복될 때, 그 영원 회귀를 이보다 더 공감해주고 이보다 더 격려해주었던 책이 어디에 있던가. 더 나은 처지도 더 못한 처지도 아닌 동병상련의 정확한 위치에서 무엇도 말하지 않고 그저 공감하고 위로해주었던 책이 또 어디에 있던가. 모든 것이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거짓말 같았고 또 거짓말같이 흘러가 버린 것을 그 어떤 책이 이보다 더 고요한 슬픔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느꼈던 것을 좀 더 전문적이고 학문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영원 회귀'라는 말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카뮈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방인> 그랬다.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고 취해있을 때, 참.존.가를 보고 '영원 회귀'에 눈을 떴고, <이방인>의 카뮈에 그 '영원 회귀'가 현실에 내려앉은 '부조리'를 맛보았다. 끝없이 반복될 것 같은 일들과 사람들 속에서 어느 날 문득 같은 하늘이지만 몽환적이고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그 하늘 아래에서 '왜'라는 질문과 함께 숨 막히듯 몰려오고 '의문'이라는 액체로 익사할 것만 같은 '부조리'를 만났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문득 '나는 왜 출근하고 있을까', '나는 왜 이 회사에 이렇게 다니고 있을까', '나는 왜 이 프로젝트를 이 사람들과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 부조리한 질문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울증을 우리의 뇌가 현실이 더 이상 지속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자각하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현실을 지속시키지 않게 무기력하고 극도로 우울하게 만들고 벗어나게 해주려는 것처럼 부조리를 느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들 눈에는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별 이유 없이 그만두고, 오랫동안 준비해서 곧 끝날 일들을 그대로 내팽개치고 잠적을 해버리는 것을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결정을 야기한 부조리는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조리와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마다 나에게 그 녀석은 나를 위해 이렇게 수고스럽게 그리고 따스하게 찾아와주었다고 생각해준 책들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지금도.

<소크라테스의 변명> 인간 사유의 끝은 어디일까. 그것을 이 한 권의 책이 제대로 경이롭게 보여 준다. 책을 덮은 이후에 가장 오랫동안 내 속에서 화자된 책이고,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양립하는 두 존재가 대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아직도 나에게 소중한 진리를 알려준 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립으로 영원불멸을 설파한 소크라테스에게는 나도 닭 한 마리를 바치고 싶다. 그리고 지행합일의 가장 오래된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한 그의 독배는 언제나 나에게 알고 있음을 (가치관) 행하라고 격려하고, 주저하거나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질책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나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질문을 할 용기를 가지게 해주었고, 세상의 진리라고 믿고 있던 것을 의심하며 질문하고 고민함으로써 새로운 창의적인 산출물들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후배 (신입) 개발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어차피 기술은 항상 새롭게 나오고 그 기술 앞에서는 10년이 넘은 개발자이든 1년의 뉴비(newbie)이든 평등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 질문함으로써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얼마나 많은 영감을 얻었던가.


<사진에 관하여>에서 수전 손택이 펼쳤던 내용은 사실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를 만난 것은 생전 처음 '사상가'를 만나 그 '사상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이었다. 그 어렴풋이 느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여전히 어렴풋하다. 하지만, 어떤 것에 대해서 아주 오랜 세월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그것에 관한 책이며 논문을 읽고 또 읽으며 사유하고 또 사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상가들은 글을 써가며 인용구들이 저절로 발상 되고 참고 문헌이 새싹처럼 자연스럽게 샘솟고, 그래서 그들의 논지는 전문적으로 보이고 타당하며 또한 공을 들여 잘 가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상가'들은 그들의 사유가 '처절' 하다는 것이다. 사사에 사상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 사상이 아직도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지 않았기 때인 일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그 완성을 위해 언제나 처절하다. 그 사상가들의 사상을 어쩌다 한 번씩 이야기의 주제로 올리거나 어떤 여가에 다루는 이들과 사상이 다른 것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손택은 말했다. 부재하기 때문에 사진에 담았다고 말이다. 그것은 마치 명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름'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사진에 관하여>를 보며 치열하게 사유하는 사람을 보았다.

나를 러시아 문호들의 불에 끌려 들어가는 나방으로 만들어주는 작가와 작품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안나 카레니나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도스토옙스키가 나의 시발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저 넓은 러시아 땅과 같이 나를 광대한 러시아 문학에 제대로 흠뻑 빠지게 해준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이다. 문동의 까만 책 표지가 마치 러시아의 밤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았다. 안나 카레니나를 표지로 삼았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표지가 되기 위해 최초에 문동의 표지는 그런 의도로 디자인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러시아 문학은 삶의 긴 부분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 말 많은 양반들은 그 길게 다루어지는 삶의 모퉁이 곳곳에서 그들 러시아의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그리고 그 러시아의 이야기는 변화하고 있는 러시아 속에 있는 종으로는 각 세대들을 횡으로는 각 계급들을 입체적으로 대변한다. 그리고 그들의 러시아적 사랑을 담은 안나 카레니나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한때는 부부였다고 한다. 한 사람은 눈이 멀어가는 할머니가 할아버지에 맞추기 위해 글을 쓰듯이 보이려고 흰 종이에 흰 것을 쓴 채로 종이를 쌓아가는 이야기를 썼다. 또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찾듯이 찾아 나선다. 종이의 활자들이 의미를 전달하는 용도가 아니었고 감정을 전달하는 그 원래의 의도를 흰 종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채워나갔다. 처음의 한 사람은 <사랑의 역사>를 썼고, 나중의 한 사람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썼다. 나중의 한 사람의 책 마지막은 하염없이 떨어진다. 처음의 한 사람은 불어난 물에 원고가 위태롭다. 둘은 한때 부부였지만, 이제 부부가 아니고, 둘은 함께였을 때였는지 그전이었는지 그 이후였는지 책을 덩그러니 남겨 놓았다.

나는 이 두 책과 두 작가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왜 잊지 못하는 것일까. 동시대의 두 작가가 함께였다가 이제는 함께 가 아닌 것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실을 그저 알게 되어 '놀람' 때문일까.

<사랑의 역사>는 그리고 <엄청나게는>는 우리가 찾고 있던 사람이 우리가 갈망했던 것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다. 서로가 그 할머니처럼 눈이 잘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두 책은 0과 1로 이루어진 세상에 갇혀있던 나에게 3과 함께 다른 많은 숫자가 그리고 마이너스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이다.


역사와 글쓰기와 경영과 이론물리학과 기술 트렌드와 미술과 의식과 심리학의 모든 분야에서 나를 이끌어주고 밝혀주었던 책을 모조리 망라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책들을 읽은 시간만큼이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마지막으로 여기에 두고 싶다.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의 어머니가 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다섯 권은 산 것 같다. 내가 읽기도 전에 네 권을 선물했다. 책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먼저 발견한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는 충분했다. 어떤 변명도 어떤 항변도 어떤 재발견도 없는 이 책은 그저 자신이 그날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죽은 총기 난사 사건의 어머니임을 제목으로 말하는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나 자신보다 더 위하는 존재가 그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을 알지 못했음을 말하는 이 책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선물하고 싶었다. 마치 내가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기 위한 하나의 의식적인 과정처럼 말이다.우리는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오로지 자기중심적인 결과물인 것 같다. 그 상대는 내가 내 마음속에 만들어버린 형상이 아닌데 말이다.

나의 자존감은 사회 심리학에서 상대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쩐 면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그저 개인적 동물일 뿐일 수 있다.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단다'의 가장 슬프고 비통한 사례를 이 책은 용기 있게 보여 준다.

이렇게 글을 써보고 나니 내 인생의 계기가 되어주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계기. 그것은 나의 가치관을 만들어 주었다는 뜻이다. 내 모든 사유와 행동 선택하는 그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들은 나에게 지식과 지혜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책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것들을 내 속의 서랍들에 차곡차곡 쌓기 위한 '분류'를 해주기 때문이다.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8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맑음 2021-09-05 04: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여태 깨어 있으셨네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여럿 보여 또 설레네요ㅎㅎㅎ 참으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접근법이 달라 그것도 너무 신기해요~ 전 그당시 초딩님 처럼 철학 적으로 사유하진 못했어요^^ 스냅 사진 처럼 순간의 장면과 제가 처한 상항, 장소 등에 감정으로 풀어 냈던 것 같아요~! 그중 이방인이 가장 순간으로 각인된 작품이구요~ 중1때 영광도서 1층 기둥으로 있던 제목에 이끌려 그자리에서 다 읽고 나왔던 그 강렬함을 지금도 잊지 못하네요…. 그래서인지 제겐 이방인은 언제 다시 읽어도 젊은 청춘소설이네요. 같은 시간에 깨어있음이 신기하고도 기쁜 밤입니다. 에고 또… 이래서 밤에 글을 남기지 않으려 했는데~ 편안한 시간 되세요^^

초딩 2021-09-05 23:07   좋아요 4 | URL
제가 부산에서 서점을 가보았던가 생각해보니 없는 것 같아요. 있었어도 기억이 나지 않은걸 보니 인상적이지 않았나 봅니다.
아니면, 남포동이면 서면의 휘황찬란함이며 이런 것에 모조리 정신을 팔려서 그럴 수도 있어요.
아니면, 아 음.. 무슨 전문대인데요.. 아 경남전문대인가? 거기 근처 (근처가 맞죠?) 주례3거리 살 땐, 없는 돈에 삼겹살 먹고 피씨방(우하하) 다니던 기억이 그 서점의 기억을 덮었을 수도 있어요. ㅎㅎㅎ
최근에 영화 속에 나오는 부산을 얼핏 봤는데, 딴 세상이더라구요. ㅎㅎ
갑자기 추억 돋고 또 달라지 모습이 궁금하네요.
전 머리 말리면서 그자리에서 본 공중그네가 있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05 08:3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와 ㅋ 초딩님의 인생책이라니 일단 보관함에 담아야 겠네요~!! 전 저중 네작품 읽었네요^^ 백년동안의 고독은 읽어야 하는데 계속 밀리네요. 스콧님도 그러셨고 초딩님도 이렇게 극찬하시는데 빨리 읽어봐야 겠어요.

아 도대체 읽고싶은 책은 왜이리 많은걸까요 😑

초딩 2021-09-05 23:09   좋아요 5 | URL
백년동안의 고독 처음 가계도가 나와서. 왜 이런걸 굳이 두는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세대에 걸쳐 이름을 비슷하게 써서 몹시 헷갈리더라구요.
그래서 아 등장 인물이 헷갈리니 이렇게 친절하게 가계도를 두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소름 돋았던 것은
세대간 이름이 비슷한 것이 세대가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알게 되고 엄청 ‘멍‘ 했어요 ㅎㅎ
^^

막시무스 2021-09-05 10:1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직장 옮길때 동료가 사준 안나카레리나 읽구선, 톨스토이는 사람 마음과 머리속을 여행하고 왔나? 하고 감탄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거의 10년이나 흘렀네요! 다시 읽고싶어집니다!ㅎ

초딩 2021-09-05 23:10   좋아요 4 | URL
아 10년 ^^
그리고 그 책을 사준 동료분 정말 멋진 분 같아요.
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마음사전‘ 이런걸 선물했었어요.
책을 선물하는 것은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을 골라 선물하는 것이니
와! 이러면 또 막시무스님이 최고 되는군요^^ ㅎ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09-05 10: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초딩님 <백년동안의 고독>저도 다시 담을래요(최상단으로)
해당 리뷰도 너무 좋아 다시 읽으려고 캡쳐👍유년시절에 벌써 이 작품을 읽으셨군요!오우😳

Falstaff 2021-09-05 10:54   좋아요 5 | URL
아, 댓글 쓰는 동안 먼저 쓰셨군요.
아래 제 댓글 참조해보세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9-05 20:48   좋아요 3 | URL
또 미미님 책장 가서 담았어요~ 제가 직역본이 뭔지 몰라..헤헷~~~😍

초딩 2021-09-05 23:12   좋아요 3 | URL
^^ 아 캡쳐하셨다는 것을 캡쳐해야겠습니다.
:-) 영광입니다~
Falstaff님과의 댓글 쓰레드가 엄지 척입니다 ㅎㅎㅎ

Falstaff 2021-09-05 1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안정효 선생은 <시장과 전장 : 또는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같은 좋은 작품을 낸 소설가이자, 백년고독을 우리에게 소개해 읽어볼 기회를 준 업적이 높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문학사상사 판은 새로운 번역에 자리를 내주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문학사상사 판을 읽었고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아무래도 직역본에 미치지 못합니다. 두 번역본을 직접 놓고 같은 부분의 다른 해석을 비교해본 적이 있는데, 독자 몇몇의 원격 토의 끝에, 가독성은 우리말 솜씨에 관해서 이의를 달기 힘든 안정효 번역이 우위이지만, 원문과 유사하게 번역하기 위한 노력은 직역본이 월등하다고 결론내린 적이 있습니다. 문장의 맛을 포함해서요.
역시 고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번역해야 한다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취지가 옳더군요. 요즘 그 회사는 새 번역 대신 옛날 번역의 껍데기(표지) 바꾸기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청아 2021-09-05 11:04   좋아요 6 | URL
오 폴스타프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담았어요😉 직역인지 잘 확인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네요ㅠ

초딩 2021-09-05 23:16   좋아요 4 | URL
아 ‘번역‘은 원서를 줄줄 읽어도 끝까지 안고 갈 문제 인 것 같습니다.
사실 원서를 쭉쭉 읽어도 영미 문화권이 아니면
˝감사합니다˝ 셰익스피어 어느 희곡 몇장에 누가 어떤 대절에서 한 말. -_-;; 이러는데 그 문화 아니면 난감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이제 안녕히 계세요˝ (어느 문호의 어느 작품에 쓰인 문장이라고 자신들의 아비투스를 만들어대는 것을 빗대어 써봅니다)를 억울해하며 영어 성경을 마구 읽어대는 친구도 봤습니다. ㅎㅎ
아무튼 어찌보면 그래서 직연이 또 답인 것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표지도 바꾸고 ㅜㅜ 가격도 올리기에 맛들이신게 난제인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21-09-05 19: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크라테스의 변명, 오랜만이네요. 읽은지 오래되었는데, 다시 보면 기억 하나도 안 날 것 같아요.
초딩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초딩 2021-09-05 23:16   좋아요 6 | URL
^^ 아 서니데이님~
얼마전 소크라테스 오랜만에 펼쳐봤다가 생경해서 ㅎㅎㅎ 좀 반성했습니다. 오래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재독이라는 깊고 멋지고 숙성된 아이가 있나봐요 ^^
좋은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09-05 20:5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초딩님, 이것은 정말 마음이 웅장해지는 인생책 이야기네요. 늘 깊은 사유로 읽고 쓰시는 초딩님 정말 존경합니다. 겹치는 책이 3권 있는게 좋기도 하면서 또 나는 이렇게 생각없이 읽었나 하는 한계를 느끼게도 하는군요!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요~ 정말 정말~

초딩 2021-09-05 23:20   좋아요 6 | URL
^^ 아 또 한 번 웅크리고 앉아 반성을 해봅니다. ^^
빈수레는 아닐까 이러면서요.
그래도 잘 했다고 칭찬 받으면 ˝아 나 잘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의 학교 교육은 너무 겸손을 가르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묵묵히 일하는 것, 또는 자기가 잘 한 것을 드러내면 얄미운 것
이런 의식이 팽배한 것 같아요.
얼만전 회사에 신입 사원들이 대거 들어왔는데, 그런 경향을 보고 잘 한 것은 잘 한 거니 마음껏 뽑내세요 라고 했어요 ㅎㅎ
툐툐님이 한 번 강의 해주세요 ㅎㅎㅎㅎ ‘칭찬 하기‘와 ‘칭찬 받기‘에 대해서요 ^^

베터라이프 2021-09-05 22: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0년 전쯤에 독서모임에서 쉬지도 않고 8명이 이방인 토론을 10시간 정도 했던 기억이 있네요. 너무나 기진맥진했던 나머지 독서토론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주었죠 ㅋㅋ

초딩 2021-09-05 23:21   좋아요 5 | URL

10시간
그 10시간이면 정말 좀처럼 상상이 안됩니다.
하지만 또 그런걸 경험해보고 싶기도하네요 ^^
결이 맞는 사람 다른 사람과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한 번 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 저희는 북플에서 하고 있지요? ^^

2021-09-0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9-07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제가 읽은 것, 다섯 권입니다. 오호!!! 겹치는 게 오늘은 양호한 편입니다.
어떤 때는 한 권도 겹치지 않는다는...

희선 2021-09-10 0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라고 해서 자식을 다 알기는 어렵겠지요 부모와 자식도 남인데... 남도 잘 모르고 자기 자신도 잘 모르죠 책을 보면 자신을 조금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다가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지만...


희선

scott 2021-10-08 1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 추카~
신나는 금요일 ^.~

청아 2021-10-08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2관왕 축하드려욤~^^*♥

mini74 2021-10-08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보고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찜했던 ㅎㅎ 축하드립니다 ~~

새파랑 2021-10-08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장인초딩 입니다 👍👍

서니데이 2021-10-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이하라 2021-10-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10-0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1-10-0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립니다
초딩님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선물받으신 지인분들은 어떤 분들일까, 책으로 이렇게 온라인 오프라인 끈끈하게 인연 맺으시며 멋진 글로 자극주시는 초딩님 화이팅!


모나리자 2021-10-0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초딩님~^^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인간 중심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
존 야블론스키 지음, 이미령 옮김 / 책만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정확히 한 발짝 반을 물러섰다. 미술품 감정이라도 하는 듯한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틀어 화면을 본다. 화면과 30도를 이룰 만큼 옆으로 비켜난다. 저러면 화면이 보이기는 할까라고 생각할 때, 그로테스크하게 정 반대 위치 또는 웅크려서 다시 화면을 본다. 매료된 건지 어안이 벙벙한 건지 그를 따라 이 기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로 동조하듯 그와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한다. 그러다 '음'인지 '흠'인지 아니면 코를 들이마시는 건지 어쨌든 유기체의 어떤 산뜻하지 않은 소리를 낸다. 미칠 지경이다. 화면 앞에 앉아 있는 디자이너는 정부 건물답게 전혀 타이밍을 못 맞추는 냉난방 시스템 때문인 건지 침침해진 눈 때문에 자신의 작업물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건지 콧김이 닿을 듯 말 듯 한 15cm 내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 기괴한 동작을 하고 있어, 콧김의 위협과 거미줄 친 입에서 나오는 최악의 냄새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안도하지만, 알고 있다. 절망적이고 속절없고 대책 없는 텍스트가 나올 것을 안다. 그 시작은 항상 똑같다. 제발 시작이라도 바꾸면 좋겠다.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내가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그냥 내 의견이야." 기괴한 동작을 하던 사람 중의 하나가 말한다.

그 넌더리 나는 시작에 '그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오류나 수정하러 가세요.'라고 소리 없이 소리 지르고 있다.

자신의 텍스트에 볼드체라도 입힐 듯이 또 눈을 가늘게 뜬다. 덜덜 떨리는 게 보일 지경이다. 제발, 눈도 작은데 왜 저러는 것일까. 장님인가.

"뭔가 좀 안 맞는 것 같다" 기괴한 동작의 그가 말한다.

'그건 나도 안다. 뭔가 좀 안 맞으니 우리가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 않은가'

또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그 소리만 내면 전문가가 되기라도 하듯이 마구 소리를 낸다. 이제 여러 명이 그 소리를 내서 지휘자가 필요할 판이다.

"내가 비전문가라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색이 좀 안 맞는 것 같아. 어두워. 우린 산뜻한 게 필요. 뭐랄까 이번 업데이트에 들어가는 이 기능의 산뜻함과 잘 울리는 그런 색이 필요해. 그리고 간격도 너무 좁은 것 같고"

아.... 프로그램 코드로 예술 작품을 그리고 계시는가. 시인이 나셨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산뜻한 것도 더 넓게 한 것도 다 보여줬다. 그때는 다른 사람으로 빙의했었나.

그리고 해서는 안 될 금기를 두 번이나 말한다.

"예쁘지가 않아. 조금 더 수정해서 예쁘게 해 줘~"

화장합니까?

주위 책상의 의자란 의자는 다 끌어모아 앉아 놓고 그 의자는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디자이너의 형벌이라도 되는 듯이 너저분하게 그대로 두고, 자기들은 화룡점정의 피드백을 그 누구보다도 겸손하게 준 것인 양 긍지와 고결함의 눈빛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라화된 목과 좁아진 어깨를 하며 한 명은 공중에 떠서 수평 이동 하듯이 그리고 한 명은 스카이 콩콩을 탄 듯이 콩콩 뛰며 간다. 나머지들도.


개발자들과 디자이너의 일상이다. 내가 보았고, 나도 그랬던 일상이다. 안목, 감성, 갬성, 전문가, 비전문가, 이런 모든 것들이 무법으로 뒤섞인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일상이다. 무법, 무질서, 무기준, 무논리로 온통 무밭이다. 이 이야기에 사용자 경험 그리고 사용성 테스트라는 소재가 더해지면, 상, 중, 하권은 가볍게 넘을 수 있는 장편 소설이 나올 수 있다. 비극이고 희극이고 코미디이면서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이라는 용어도 결국 애플에서 만들었다. 인간군상들이 모여 그 소설을 쓰고 있을 때, 1년에 한 번씩 UFO를 만난다는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진실했다. 사용자 경험은 1993년 애플 근무 당시 도널드 노먼이 만든 용어다.

노먼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동시에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인지심리학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 심리학과 함께였다고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p11


저 땀내나고 울화통터지는 자리를 많이 경험한 것 같은 저자 야블론스키는 자신이 직면한 문제로 이 책을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디자인 결정을 위한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가 부족했다. 사용자 인터뷰도 해야하고 여러가지 조사도 해야했지만, 모든 것이 부족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니, 의사결정의 회의는 개인취향과 오래된 경험으로 감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디자인만큼 비전공자가 감 놔라 배 놔라를 마구잡이로 서스름 없이 하는 분야가 또 있을까. 그가 찾은 해법은 심리학 논문을 실증적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의사 결정을 위한 반박하기 힘든 근거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그 논문들을 쌓아가며 정리해서 Laws of UX ( https://lawsofux.com/ ) 를 구축했다.

사람들은 UX를 잘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만나야한다고 한고, 그렇지 못할 상황에서 정체하고 길을 잃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을 '심리학' 이론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유명한 제이콥의 법칙, 피츠의 법칙, 힉의 법칙 등 이미 심리학 세상에서 디자인 세상으로와 세계를 밝히고 있는 10가지 법칙을 설명하고 사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는 제이콥의 법칙(Jakob's Law)는 기기 조작 패널을 참고한 폼 디자인, 의자의 모양을 따라한 차량 의자 조절 장치 등을 사례로 보여준다.

피츠의 법칙은 대상 (버튼)이 크고 가까울수록 얻기 (클릭) 쉽다를 말한다. 물론 대상들을 너무 가까이 둬서 정보 밀도(information density)를 높이지 말라고 한다.

입력창 위의 레이블도 터치 영역에 포함하거나 테슬라 대시보드의 각 항목 간격이 넓은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에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힉의 법칙(Hick's Law)의 재미있는 예지인 할아버지를 위한 리모컨과 스마트 리모컨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보기 좋은 디자인은 뇌에 긍정적 반응을 일으켜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실제 잘 사용한다는 심미적 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의 제품 사례는 아 소리가 튀어나온다.




저자 존 야블론스키의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은 실무에서의 난감함과 당혹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볼만한 책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21-09-02 23: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번역서가 나온 것을 알게 되네요. 원서를 골라놓기는 했는데 꼭 필요한 책인지 몰라서 결제를 미루고 있었거든요. 리뷰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02 23:57   좋아요 5 | URL
아 전 디자인 용어 보고 싶어서 원서 사랴고 하고 있어요 :-)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너무 좋네요 :-)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0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것은....제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이네요. 용어부터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차라리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겠다 싶은 ㅋㅋ ㅋ 초딩님 독서 지평은 무쟈게 넓군요. 몰라뵜어요 ^^;;;

초딩 2021-09-03 00:29   좋아요 3 | URL
앗 아닙니다. 아 울리시즈 ㄷ ㄷ ㄷ ㅎㅎㅎ
편식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scott 2021-09-03 00: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디터 람스 디자인!
21세기 현대 디자인, 생활 디자인의 표준을 만들었죠
이젠 친환경적이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 하는 추세지만
집안 곳곳 리모콘 하나로 통일 되었으면 ㅎㅎㅎ

초딩 2021-09-03 00:31   좋아요 5 | URL
와우 역시 스캇님의 안목은 독보적 절대적입니다 ㅎㅎㅎ대단하세요. 딱 알아보시네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9-03 0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 앞부분은 초딩님의 경험담 인건가요? 완전 빡침이 느껴지면서 왠지 내 경험담(?)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비전문가이고 모르면 이해하고 공부하려는게 필요할거 같은데 그냥 자신의 생각만 말하다니 ㅡㅡ
그런데 디자인의 세계는 심오하군요~!

초딩 2021-09-03 09:26   좋아요 3 | URL
앞 부분은 제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그 모습들을 본 것을 묘사했어요. 그리고 물론 저도 개발자로 일할 때 그러지 않았다고 명백하게 말하기 힘들고요 ㅜㅜ
디자이너분들에게 정신 교육 많이 받았습니다. ㅎㅎ
디자이너와 심리학 정말 심오한 것 같아요 ^^ 특히 심리학은 모든 것에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9-03 11: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군요. 저는 심리학이 붙은 책 제목을 좋아한답니다.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검색해 볼게요.
앞부분을 특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

초딩 2021-09-04 00:12   좋아요 1 | URL
^^ 서평쓰다가 책요약 형식말고 다르게 쓸 수 없을까 생각하다 예전에 그 광경을 본 것이 생각나서 조금 이야기처럼 써봤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09-03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제가 절대 집어들지 않을 책인데, 어찌나 리뷰를 맛깔 나게 쓰셨는지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변신했군요!
함께 올려주신 사진도 넘 잘 봤어요~ 초딩님의 이런 리뷰 너무 좋습니다~🙆

초딩 2021-09-04 00:13   좋아요 1 | URL
언제나 툐툐님은 최고의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네요 ^^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Ajna 2021-09-0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리뷰 재밌습니다~

초딩 2021-09-06 11:16   좋아요 0 | URL
잼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현준 교수의 이번 책은 코로나에 따른 공간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그가 책을 거의 해마다 꼬박꼬박 내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사실 책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 책에도 지난 책에서 다룬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공간의 측면에서 흥미롭고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먼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공손하고 겸손하게 전제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다. 여러 요소 중 한 개만 잘못 예상해도 결과는 엉뚱하게 나온다. p7


미래의 예측은 단지 현재의 또 다른 해석에 불과할 수도 있고, 예견했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는 이미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기 바쁘고, 현재를 살아가기 바쁘니 과거에 예측했던 미래에 대한 회고는 부재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예측은 항상 틀린다고.

하지만, 유 교수는 그의 건축 지론인 다양성처럼 다양한 관점 (perspective)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그의 공간에 대한 오브제를 내놓는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p10


8월 15일 대유행 때, 회사는 전격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신규 입사자나 전략적인 TF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했다. 반기는 사람도 있었고, 불안한 사람들도 있었다. 대유행이 잠잠해졌을 때도, 파격적인 재택근무를 병행했고,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원격 근무를 지향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심지어 사무실 출근을 고집했던 친구들도 한 번 재택을 경험하면 재택을 선호했다. 관리자들은 불안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휴먼카인드에서도 더 높은 지능과 더 강한 육체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을 호모사피엔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친밀감 때문이고, 그 친밀감은 서로 잘 모방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 우수한 인재가 있는 집단보다는 우수한 인재는 적어도 집단 내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친밀감은

돌출하지 않은 눈썹뼈 (그래서 표정이 더 다양하다고 합니다), 얼굴 붉히기 (부끄러움 등의 감정 표현), 흰자위 (인간이 거의 유일하게 상대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고), 어른이 되어도 아이 같음이 있는 (왜소한 체격)이라는 유전학적 특성이라고 한다. 결국 이것은 대면하면서 일하는 것이 재택으로 일하는 것보다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2천 명이 되자 회사는 전격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재택은 선택이 아니고 이젠 강제된 필수가 되었다. 사무실 근무를 고집했고, 재택을 해보지 못했던 나도 재택을 경험했다. 그런데, 나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었다. 재택이 좋았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퇴근과 동시에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아침 수영을 갔다 와도 한 시간 넘는 여유가 있었고, 퇴근해도 즉시 독서도 하고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곳은 집이다. 사무실 근무 때는 평일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과 주말 48시간으로 일주일에 108시간 머무는 공간이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7일 24시간으로 168시간 집에 머무르게 되어 집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 155% 늘어났다. 이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늘려야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집값의 장벽을 넘기 힘들고, 미니멀리즘으로 나 혼자 살기처럼 집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도3농이다.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꼭 농촌이라기보다는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 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고 금요일 재택이 끝나면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서울과 같은 도시 생활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고, 특히 자녀가 있다면 학군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이니, 평일은 도시에서 살고 일상이 끝나면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도시에서 평형을 늘리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방에서 쾌적한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비좁은 서울집의 짐들도 분산시킬 수 있다.

그래도 두 집 살림은 고정비가 증가할 것이고 관리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도 늘어날 것이다. 어쨌든 세컨드 하우스의 평일 4일은 공실과 같으니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세컨드 하우스를 에어비앤비로 호스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관련 책 중 평점이 좋은 <나는 집도 없이 에어비앤비로 월세 받는다>를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 이전에 쓰인 책이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반지하나 계륵같이 월세를 받는 집을 꾸며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해서 60만 원대 월세 수입을 200만 원대로 늘리는 성공사례와 함께 호스트를 위한 방 꾸미기부터 숙박업 등록 및 운용까지 모든 것을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책의 2/3까지 읽고 나니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연간 만만치가 않다. 거의 펜션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것만큼 신경 써야 하고 손도 많이 가고 사건 사고도 왕왕 있는 것 같다. 즉, 4도3농을 하기 위해 주업을 하면서 세컨드 하우스를 호스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누군가 한 명 더 있어야 했다. 4도3농의 세컨드 하우스 에어비앤비가 현실적이지 않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책을 후루룩 읽고 덮으려는 순간 핸디즈라는 호스트를 대신해서 숙소 청소, 침구 세탁 및 시설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서비스 업체 소개 대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호스트하고, 번 돈으로 청소 대행하면 언제나 새집 같은 곳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공실 위탁 운영까지 해준다!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예약 사이트를 통한 운영 및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p226


물론, 수수료를 지불해야겠지만, 매력적인 것 같다.

유 교수는 이야기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p305


전 세계가 비행기로 연결되면서 대륙 간 이동 시간이 단축되었지만, 그로 인해 코로나가 지구촌 전체에 퍼져 팬데믹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전염병으로 공간이 변화가 요구된다. 4도3농을 이야기하는 집뿐만 아니라, 사무실, 학교, 종교시설 등도 집합하기 힘드니 더 잘게 쪼개어지고 서로 다른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활용도가 높아져야 한다. 물류 시스템 또한 배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시티(WovenCity)'처럼 지하에 로봇들만 다니는 도로망을 구축해 그 로봇들이 배송하는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이 먼 미래에서 코로나로 급격히 앞당겨질 수 있다.

이 변화의 안에서 앞당겨지고 가속화된 것들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선택'을 던져주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선택은 19세기 석유와 수소의 결정에서 석유를 선택해 온난화를 겪게 한 것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p321


미래의 예측은 결국 선택의 근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 교수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공간의 관점에서 본 미래상을 우리의 선택을 위해 이야기해준다.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p322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6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1-08-28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 후 공간의 변화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확실히 공간도 좁아지고 거기에 따른 피로도가 넘 커진게 사실입니다. 4도3농 넘 좋은것 같은데 이것도 어느정도 가진 사람만 꿈꿀수 있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28 2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도 3농 ㅋ 완전 꿈같은 이야기 이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네요 ~!!

붕붕툐툐 2021-08-28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오름! 이 페이퍼에서 하신 말씀이 제가 나눴던 대화와 너무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세계가 이런 방식으로 가는 추세인가봐요-미국은 이미 이런 식으로 산다고 하더라구요.
초딩님이 수영을 하신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퇴근과 함께 집인거 진짜 너무 좋음~💕(출퇴근 왕복 3시간인 자) 불안한 관리자에사 빵터졌습니다ㅋㅋ

바람돌이 2021-08-29 01:27   좋아요 3 | URL
출퇴근 왕복 3시간이라니.... ㅠ.ㅠ
저는 왕복2시간에서 1시간으로, 점점 가까워져서 지금은 왕복 20분으로 요새 너무 좋아요. 툐툐님도 언젠가 짧은 출퇴근 시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근데 3시간은 출퇴근하면 진짜 녹초 되겠습니다.

막시무스 2021-08-28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간의 미래는 알릴레오북스에서 지난주랑 이번주에 주제도서라서 관심이 많이 가네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초딩 2021-09-04 00:16   좋아요 0 | URL
^^ ㅎㅎ 공간의 미래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써주신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님도 좋은 밤 되세요~

바람돌이 2021-08-29 0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 한개도 청소하기 힘든데 2개라니요. 게다가 에어비엔비 운영하면 그거 관리에 허리가 휠듯....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야기네요. ㅎㅎ 저는 재택근무가 더 힘들었어요. 출근하면 직장일만 하면 되는데 집에 있으니 사이사이 밥도 해야 하고.... ㅠ.ㅠ
유현준씨 책 좋던데 이 책도 사놓고는 아직 미뤄두고 있네요. 조만간 저도 읽고 팬데믹 이후의 미래와 공간에 대해서 고민해보겠습니다. ^^

초딩 2021-09-04 00:17   좋아요 0 | URL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정말 생각해보면 집두개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집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데 ㅎㅎ

종이달 2021-09-0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초딩 2021-09-04 00: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4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초딩 2021-09-04 13: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9-04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9-04 13:52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황후화 2021-09-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

초딩 2021-09-04 13:53   좋아요 0 | URL
우앙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 평소보다 즐겁거나 몰입했거나 다급할 때, 상대적으로 시간은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없어요" -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일정량의 시간이 흘러가야 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은 금이다." - 인간이 가진 그 어떤 재화와 기술과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의 가치를 말한다.

"세월 (시간의 흐름) 앞에 장사 없다" - 이 세상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되고 낡아지는 것을 전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는 기점으로 '전'과 '후'를 나누고, 그 나눈 것을 '시간'이라고 명하고, '전', '지금', '후'를 '과거', '현재', '미래'라고도한다.  그리고 그 '지금'이라는 기점이 흘러가는 것을 '시간이 간다', '시간이 흐른다'로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론물리학자들이 언제부턴가 시간과 공간을 결부 시켜 '시공간'을 연구하더니 뉴턴과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파인만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등을 거치더니 "시간은 엔트로피의 증가' 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공간은 구획되거나 구획되지 않은 비어있는 그 공간이 아니고 루프들이 엉켜 있는 집합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 역시 관계적인 개념이 된다. 시간은 사물들의 다양한 상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낼 뿐이다." p152

"결국 '시간'은 그저 '엔트로피화의 방향'에 지나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가 관찰되는 방향을 시간이라고 부를 뿐이다." p170


장난감으로 방이 어지럽혀지듯이, 물체가 분자가 원자가 전자가 움직여서 무질서해지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을 시간이라고 하고, 그 움직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온 세상의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한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p144


"세슘 원자가 1초라는 시간이 지나면 91억 번 (정확히는 9,192,631,770번) 진동한다"가 아니라 "세슘 원자가 91억 번 진동하는 것을 1초라고 한다" 라는 의미이다. (ref: Wikipedia - Caesium standard, 위키백과 - 초 (시간))

시간이 모든 만물의 변화 기준이라는 자리에서 만물의 변화를 표현하는 단위로 전락했다. 

물론, 그 냉철하고 예리한 과학 덕분에 지구에서의 시간과 우주 공간 속 인공위성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차이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GPS가 올바르게 동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길치인 내가 어디든 갈 수 있게 인도해주어서. 

(ref: 사이언스올 - 상대성이론의 등장, 철도에서 GPS까지)


하지만, 이 과학이 규명한 '시간'의 전락으로 인해, 우리는 더이상 선조들처럼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서 카이로스도 찾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우리에게는 흘러가는 시간도 없고, 그 흘러가는 시간 속의 기회도 없다.

(ref: 위키피디아 - 크로노스 (시간의 신), 위키피디아 - 카이로스)


하지만, 그들 과학자는 플랑크 길이(Planck length,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공간)를 광자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플랑크 시간(Planck time)"을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플랑크 시간은 5.391 06 × 10−44 s 라고 하고 빅뱅의 순간을 측정할 때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0과 점 바로 다음에 0이 43개나 있다. 물론, '시간이 없다'로 이야기하자면 광자가 플랑크 길이를 이동했을 때를 플랑크 시간으로 표현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ref: Cosmos - Planck Time, 위키 백과 - 플랑크 시간, 위키 백과 - 플랑크 길이)


손목 위에 애플 워치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도, 세슘 원자의 진동 주기로 표현되는 시간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시간도, 플랑크 시간도 각자의 우리가 정의하고 명명하고 사용하는 시간이다. 그 상황에 그 세계에 맞게 쓰고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론 물리학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또 해체해서 환원주의(reductionism)로 정의한 시간의 시계를 우리 세상에 가져와서 손목에 차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카를로 로벨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말한다. 자신들의 이론들이 아직은 사변적이고 명확하고 명징하게 증거되지 못했고, 실용화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이 온 세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있는지도 몰라서

"우리는 틀릴 수 있다" p196

라고 말한다.

빅뱅 이후, 무수한 양자들의 운동으로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지만, "지금 몇 시입니까?"를 누구도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아직 2021년 8월 25일 12시 23분 (AM)보다 나은 대답은 없는 것 같다.

환원된 시간(시간이 없다의 시간)은 나이를 먹은 누군가의 물리적인 묘사는 할 수 있지만, 그가 걸어왔고 그 길에서 함께한 사람들 그 사람들과 겪었던 일들을 제대로 서사할 길은 없다. 대관절.


댓글(8) 먼댓글(0) 좋아요(7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8-25 0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보면 나의 시공간과 너의 시공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너무 어려움 🤔

초딩 2021-08-25 13:41   좋아요 2 | URL
하핫 네 ㅜㅜ 이거 쓴다고 위키 피디아 엄청 돌아다니고, 책도 몇번을 뒤적거렸어요 ㅎㅎ
이론 물리학자들은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
좋은 오후 되세요~

붕붕툐툐 2021-08-25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다른 리뷰~ 저는 막 카를로 로벨리의 인성에 주목했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딩 2021-08-25 21:01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사회 운동가의 길을 걸었었던 해리 포트 닮음 로벨리 멋져요 ㅎㅎ
연구 때문에 여친이랑 결혼 못하고 헤어진건 ㅜㅜ 가슴 아팠고요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22   좋아요 2 | URL
저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군요ㅎ?

종이달 2021-09-02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쏭달쏭하네요ㅎ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읽었는데...ㅎ 그래도 읽었던 기억을 잠시나마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초딩 2021-09-04 00:18   좋아요 0 | URL
^^ ㅎㅎ 라디오님이 읽었다고 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