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를 읽고 있으면, 어딘가 단단히 꼬여있는 사람들이 억울함을 기저에 깔고, 찬양을 다소 얇게 두른 자만으로 가끔은 다소 오만하게 과학의 세상에서 고전으로 불릴만한 50권의 책을 분야별로 묶어 소개한다.
이 책의 화자들은 과학을 과학 교양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간절하기 전하고 싶어하는 듯하면서도, 조금만 자세히 뜯어보면 과학을 현학적으로 치장하며 일반 세상은 범접하기 힘들고 우월적인 천상계처럼 받든다. 양손을 하늘을 향한 채 팔꿈치를 몸통에 붙여 올리며 (I don't know 제스쳐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선한 표정과 함께.
특히, 화제 되었던 정치 사안들을 책 소개 서두에 들고 입장할 때는, 연구에 지쳐 또는 어딘가에 막혀 하릴없이 휴게소에서 전혀 다른 도메인의 정치 이야기에 열을 올렸던 그 이야기들을 태연하게 다방면의 박식함을 보여주려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런 이야기는 "상아탑 속 과학자의 정치 이야기"와 같은 제목으로 다른 책을 냈으면 이 책이 좀 더 담백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과학자의 책을 소개하는 것은 자화자찬으로 그들만의 리그처럼도 보인다.
혹평이었다. 그런데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세상에 읽을만한 과학책이 50권이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아무 책이나 50권의 책 제목을 말해 보라고 해도 곤욕스러운데, 수많은 과학책 중에 알맞은 과학 교양서를 큐레이션 해준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오래되었고 또 잘못되어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지 않고, 분야별로 해당 도메인의 지식을 입문 또는 집대성 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주니 화자들이 좀 꽁해 있다 해도 눈감아줄 만 하다.
50권 중에 알라딘 평점이 좋고, 관심 가는 책들을 열거해보았다. 알라딘 평점은 9.0 이상이다. 먼저, 알라딘 평점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별이 5개뿐이고 별 반개를 선택할 수 없어서 참 안타깝다. 세속적인 나는 9.0 이하 책은 웬만해서는 보지 않는데, 내 평은 아주 좋다고 생각하면 별 넷을 준다. 그러니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은 별 넷을 줘서 8.0인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은 9.0 이상으로 별 네가 반이어야 한다. 뭔가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이래서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건가. 무슨 소리인지..
<사라진 스푼>
알라딘 평점: 9.0
샘 킨, 이충호 옮김
스푼은 사라질 수 있지만, 원자는 불멸한다고 말한다. 원자에 대한 이야기로, 각 원자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주기율표의 세계를 지리학적 세계로 설명하는 것은 흥미롭다. 주기율표의 위치가 원자의 성질을 결정한다고 한다. 동쪽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들이 있는데, 불활성 기체가 있는 것으로 다른 원자와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헬륨 (He), 네온 (ne), 아르곤 (Ar) 등이다. 그리고 아연의 그 무시무시한 이타이이타이 병 이야기와 같은 역사적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고 한다.
그렇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사실 50권의 서평 묶음으로도 볼 수 있다. 50개의 서평을 읽는 자체로도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이 책 자체도 그 사이에 (조금은 벗어나서) 낄 수 있다.
<초파리 - 생물학과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숨은 주인공>
알라딘 평점: 9.0
마틴 브록스, 이충호 옮김
생체 시계 연구의 일등 공신이 초파리로 20세기 생명 과학의 역사를 모두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은 훌륭한 과학 책의 다음 세 가지 조건을 훌륭히 만족한다고 한다.
평소 훌륭한 과학책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첫째, 정보의 충실함. 둘째, 훌륭한 글쓰기. 셋째, 기존의 통념을 뒤흔들 만한 관점의 제시. 장담컨대 『초파리』는 바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책이다. p71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개정증보 2판) >
알라딘 평점: 9.8
정재승
최근에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을 읽었는데, 그 기원인 과학 콘서트다.
<우주의 끝을 찾아서>
알라딘 평점: 9.5
이강환
우주의 가속 팽창에 대해 흥미롭게 쓰고 있다고 한다. 책의 내용보다는 전개 방식이 탐정 소설 같다거나 파격적인 책 표지 디자인 (특히 분홍에 열광한다), 그리고 글꼴에 지나치게 할애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과 알라딘 평점 9.5를 신용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
알라딘 평점: 9.5
에릭 켄델, 전대호 옮김
신경 세포 하나의 수준에서 학습이나 기억과 같은 의식의 핵심 원리를 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사람이 바로 『기억을 찾아서(In Search of Memory)』의 저자 에릭 캔델(Eric Kandel)이다. 캔델은 세포 내 기억 과정을 알아낸 공로로 199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p153
책의 이 부분은 Jeremy님이 댓글로 남겨주신 것처럼 잘못되었다. 에릭 캔델은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Arvid Carlsson & Paul Greengard 와 공동 수상했다.
Ref: All Nobel Priz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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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Jeremy님이 책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책이 혼동했다고 알려주신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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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님이 언급하신 “In Search of Memory” 책의 옮긴이나 출판사는
아마도 1990년의 노벨 “물리학” 부문 수상자,
“Henry Kendal” 이랑 헷갈린 듯 합니다.
˝기억을 찾아서˝ 의 저자, “Eric Kandel” 은 “2000년” 에
그의 Neuron 에 저장된 기억의 생리학적 근간에 대한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Arvid Carlsson & Paul Greengard 와 공동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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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님이 관련해서 포스트도 하셨다.
[코멘트]50 X 알파의 과학계의 고전 소개
노벨상 수상자 켄델의 자서전이면서도 뇌과학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히 뉴런이 전기 신호를 화학 신호로 바꿔서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에게 전하고 그 전해진 화학신호는 다시 전기 신호로 바뀌고 그 과정이 손을 약하게 쥐거나 강하게 쥐는 것과 비교하며 학습에 의한 강화를 해설해 주는 것이 책 소개에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싶다.
<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알라딘 평점: 9.2
닐 슈빈, 김명남 옮김
"진화란 멸종의 역사다". 소개의 시작이 멋지다. 우리가 물고기의 후손이라는 자명하지만 참 받아들이기 힘든 주제로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침묵의 봄>
알라딘 평점: 9.2
레이첼 카슨, 김은령 옮김
우리 북친님들도 많이 읽으신 그 <침묵의 봄>이다. 인간에 의한 환경 오염, 생태학적 사고를 다룬다.
<카오스>
알라딘 평점: 9.1
제임스 글릭
카오스 이론이 물리학 변방에서 자리 잡은 이야기와 책에서 소개한 이론이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을 고전이라고 부르고 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은 선정한 50권의 고전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이해하기 위한 책들 그리고 관련해서 읽으면 더 깊이를 더하거나 확장할 수 있는 책들을 함께 소개해 줘서 더욱 유용한 과학 서적 길라잡이이다.
이 외에도 다음 책들이 9.0 이상의 평점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읽고 싶은 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또 좋다. 그리고 그게 큰 과학의 한 도메인 안이라서 흥미롭다.
<생명의 도약>, <볼츠만의 원자 -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논쟁>, <부분과 전체>, <양자 혁명 - 양자물리학 100년사>,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코스모스>,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수학의 확실성>, <우주 생명 오디세이 - 우주생물학의 교과서>, <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이휘소 평전 -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2021.10.02
Jeremy님이 지적해주신 책이 노벨상 수상자를 혼동한 부분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