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 -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인간 중심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
존 야블론스키 지음, 이미령 옮김 / 책만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정확히 한 발짝 반을 물러섰다. 미술품 감정이라도 하는 듯한 정적이 흐른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틀어 화면을 본다. 화면과 30도를 이룰 만큼 옆으로 비켜난다. 저러면 화면이 보이기는 할까라고 생각할 때, 그로테스크하게 정 반대 위치 또는 웅크려서 다시 화면을 본다. 매료된 건지 어안이 벙벙한 건지 그를 따라 이 기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로 동조하듯 그와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한다. 그러다 '음'인지 '흠'인지 아니면 코를 들이마시는 건지 어쨌든 유기체의 어떤 산뜻하지 않은 소리를 낸다. 미칠 지경이다. 화면 앞에 앉아 있는 디자이너는 정부 건물답게 전혀 타이밍을 못 맞추는 냉난방 시스템 때문인 건지 침침해진 눈 때문에 자신의 작업물을 가까이에서 보려는 건지 콧김이 닿을 듯 말 듯 한 15cm 내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던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 기괴한 동작을 하고 있어, 콧김의 위협과 거미줄 친 입에서 나오는 최악의 냄새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안도하지만, 알고 있다. 절망적이고 속절없고 대책 없는 텍스트가 나올 것을 안다. 그 시작은 항상 똑같다. 제발 시작이라도 바꾸면 좋겠다.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내가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그냥 내 의견이야." 기괴한 동작을 하던 사람 중의 하나가 말한다.

그 넌더리 나는 시작에 '그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오류나 수정하러 가세요.'라고 소리 없이 소리 지르고 있다.

자신의 텍스트에 볼드체라도 입힐 듯이 또 눈을 가늘게 뜬다. 덜덜 떨리는 게 보일 지경이다. 제발, 눈도 작은데 왜 저러는 것일까. 장님인가.

"뭔가 좀 안 맞는 것 같다" 기괴한 동작의 그가 말한다.

'그건 나도 안다. 뭔가 좀 안 맞으니 우리가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 않은가'

또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그 소리만 내면 전문가가 되기라도 하듯이 마구 소리를 낸다. 이제 여러 명이 그 소리를 내서 지휘자가 필요할 판이다.

"내가 비전문가라서 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색이 좀 안 맞는 것 같아. 어두워. 우린 산뜻한 게 필요. 뭐랄까 이번 업데이트에 들어가는 이 기능의 산뜻함과 잘 울리는 그런 색이 필요해. 그리고 간격도 너무 좁은 것 같고"

아.... 프로그램 코드로 예술 작품을 그리고 계시는가. 시인이 나셨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산뜻한 것도 더 넓게 한 것도 다 보여줬다. 그때는 다른 사람으로 빙의했었나.

그리고 해서는 안 될 금기를 두 번이나 말한다.

"예쁘지가 않아. 조금 더 수정해서 예쁘게 해 줘~"

화장합니까?

주위 책상의 의자란 의자는 다 끌어모아 앉아 놓고 그 의자는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디자이너의 형벌이라도 되는 듯이 너저분하게 그대로 두고, 자기들은 화룡점정의 피드백을 그 누구보다도 겸손하게 준 것인 양 긍지와 고결함의 눈빛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라화된 목과 좁아진 어깨를 하며 한 명은 공중에 떠서 수평 이동 하듯이 그리고 한 명은 스카이 콩콩을 탄 듯이 콩콩 뛰며 간다. 나머지들도.


개발자들과 디자이너의 일상이다. 내가 보았고, 나도 그랬던 일상이다. 안목, 감성, 갬성, 전문가, 비전문가, 이런 모든 것들이 무법으로 뒤섞인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일상이다. 무법, 무질서, 무기준, 무논리로 온통 무밭이다. 이 이야기에 사용자 경험 그리고 사용성 테스트라는 소재가 더해지면, 상, 중, 하권은 가볍게 넘을 수 있는 장편 소설이 나올 수 있다. 비극이고 희극이고 코미디이면서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이라는 용어도 결국 애플에서 만들었다. 인간군상들이 모여 그 소설을 쓰고 있을 때, 1년에 한 번씩 UFO를 만난다는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진실했다. 사용자 경험은 1993년 애플 근무 당시 도널드 노먼이 만든 용어다.

노먼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인 동시에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인지심리학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 심리학과 함께였다고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p11


저 땀내나고 울화통터지는 자리를 많이 경험한 것 같은 저자 야블론스키는 자신이 직면한 문제로 이 책을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디자인 결정을 위한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가 부족했다. 사용자 인터뷰도 해야하고 여러가지 조사도 해야했지만, 모든 것이 부족했다. 데이터가 부족하니, 의사결정의 회의는 개인취향과 오래된 경험으로 감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디자인만큼 비전공자가 감 놔라 배 놔라를 마구잡이로 서스름 없이 하는 분야가 또 있을까. 그가 찾은 해법은 심리학 논문을 실증적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의사 결정을 위한 반박하기 힘든 근거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그 논문들을 쌓아가며 정리해서 Laws of UX ( https://lawsofux.com/ ) 를 구축했다.

사람들은 UX를 잘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만나야한다고 한고, 그렇지 못할 상황에서 정체하고 길을 잃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을 '심리학' 이론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유명한 제이콥의 법칙, 피츠의 법칙, 힉의 법칙 등 이미 심리학 세상에서 디자인 세상으로와 세계를 밝히고 있는 10가지 법칙을 설명하고 사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는 제이콥의 법칙(Jakob's Law)는 기기 조작 패널을 참고한 폼 디자인, 의자의 모양을 따라한 차량 의자 조절 장치 등을 사례로 보여준다.

피츠의 법칙은 대상 (버튼)이 크고 가까울수록 얻기 (클릭) 쉽다를 말한다. 물론 대상들을 너무 가까이 둬서 정보 밀도(information density)를 높이지 말라고 한다.

입력창 위의 레이블도 터치 영역에 포함하거나 테슬라 대시보드의 각 항목 간격이 넓은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선택지의 개수와 복잡성에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힉의 법칙(Hick's Law)의 재미있는 예지인 할아버지를 위한 리모컨과 스마트 리모컨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보기 좋은 디자인은 뇌에 긍정적 반응을 일으켜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실제 잘 사용한다는 심미적 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의 제품 사례는 아 소리가 튀어나온다.




저자 존 야블론스키의 UX/UI의 10가지 심리학 법칙은 실무에서의 난감함과 당혹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볼만한 책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거서 2021-09-02 23: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번역서가 나온 것을 알게 되네요. 원서를 골라놓기는 했는데 꼭 필요한 책인지 몰라서 결제를 미루고 있었거든요. 리뷰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1-09-02 23:57   좋아요 5 | URL
아 전 디자인 용어 보고 싶어서 원서 사랴고 하고 있어요 :-)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너무 좋네요 :-)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0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것은....제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이네요. 용어부터 낯설기 그지없습니다. 차라리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겠다 싶은 ㅋㅋ ㅋ 초딩님 독서 지평은 무쟈게 넓군요. 몰라뵜어요 ^^;;;

초딩 2021-09-03 00:29   좋아요 3 | URL
앗 아닙니다. 아 울리시즈 ㄷ ㄷ ㄷ ㅎㅎㅎ
편식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scott 2021-09-03 00: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디터 람스 디자인!
21세기 현대 디자인, 생활 디자인의 표준을 만들었죠
이젠 친환경적이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 하는 추세지만
집안 곳곳 리모콘 하나로 통일 되었으면 ㅎㅎㅎ

초딩 2021-09-03 00:31   좋아요 5 | URL
와우 역시 스캇님의 안목은 독보적 절대적입니다 ㅎㅎㅎ대단하세요. 딱 알아보시네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9-03 0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 앞부분은 초딩님의 경험담 인건가요? 완전 빡침이 느껴지면서 왠지 내 경험담(?)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비전문가이고 모르면 이해하고 공부하려는게 필요할거 같은데 그냥 자신의 생각만 말하다니 ㅡㅡ
그런데 디자인의 세계는 심오하군요~!

초딩 2021-09-03 09:26   좋아요 3 | URL
앞 부분은 제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그 모습들을 본 것을 묘사했어요. 그리고 물론 저도 개발자로 일할 때 그러지 않았다고 명백하게 말하기 힘들고요 ㅜㅜ
디자이너분들에게 정신 교육 많이 받았습니다. ㅎㅎ
디자이너와 심리학 정말 심오한 것 같아요 ^^ 특히 심리학은 모든 것에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9-03 11: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군요. 저는 심리학이 붙은 책 제목을 좋아한답니다.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검색해 볼게요.
앞부분을 특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

초딩 2021-09-04 00:12   좋아요 1 | URL
^^ 서평쓰다가 책요약 형식말고 다르게 쓸 수 없을까 생각하다 예전에 그 광경을 본 것이 생각나서 조금 이야기처럼 써봤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붕붕툐툐 2021-09-03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제가 절대 집어들지 않을 책인데, 어찌나 리뷰를 맛깔 나게 쓰셨는지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변신했군요!
함께 올려주신 사진도 넘 잘 봤어요~ 초딩님의 이런 리뷰 너무 좋습니다~🙆

초딩 2021-09-04 00:13   좋아요 1 | URL
언제나 툐툐님은 최고의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네요 ^^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Ajna 2021-09-0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리뷰 재밌습니다~

초딩 2021-09-06 11:16   좋아요 0 | URL
잼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