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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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이다. 그중에서도 SF 소설이다. Sience Fiction이다.

Wikipedia에서 Sience Fiction을 찾아보면, SF는 일반적으로 창의적이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다루는 공상의 장르 소설이다. 특히 발전한 과학이나 기술, 우주여행, 시간 여행, 평행 우주, 외계 생명체와 같은 먼 미래에 가능한 일들이 소재가 된다.

Science fiction (sometimes shortened to sci-fi or SF) is a genre of speculative fiction that typically deals with imaginative and futuristic concepts such as advanced science and technology, space exploration, time travel, parallel universes, and extraterrestrial life

https://en.wikipedia.org/wiki/Science_fiction




SF를 마냥 생각하면,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하늘을 날아야 할 것 같고, 과거로 가서 부모님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해야 할 것 같고, 외계인은 정겨운 친구로 등장해야 할 것 같고, 사람들은 우주 공간을 떠도는 도시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또는 정반대로 마지막 전쟁 이후, 원시 상태로 돌아가 서로를 잡아먹으며 치열하게 아귀다툼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인공지능이 대세이니 인공지능 컴퓨터에 지배당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은 치열하게 로봇과 싸우거나 그 자신도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것으로 자각하는 결말쯤은 나와야 할 것 같다. 이론 물리학에 기반했다면 이 세상은 몇백 번째의 시뮬레이션일 뿐일 수도 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는 그런 것들을 조금 비웃어준다. SF이니 배경이 현재나 과거는 아니고 어느 가까운 또는 먼 미래임은 틀림없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이하 우빛속 - 은 창의적 미래의 공상이긴 했지만, 몇 십 년 동안 우려먹어서 진부해져버린 그린 공상과학의 소설을 소재나 주제로 삼지 않는다.

김초엽은 포항공대 생화학 석사이다.

그래서인지 김초엽의 과학소설은 조금 더 과학적이다. 당연히 SF 소설 작가들은 소재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쓸 것이지만, 그녀의 학력 때문인지 논문을 좀 더 본 것 같고, 개연성이 적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있을법하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빛속은 김초엽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빛속의 타이틀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의 과학적 상상이 과학적으로 기발하면서도 현재의 우리 모습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표작이다.

워프 버블 기술로 먼 우주를 빨리 갈 수 있었던 시대의 주인공 할머니의 남편과 자식은 어떤 먼 행성으로 이주했다. 인간 냉동과 해동 연구의 주요 연구원이었던 할머니는 지구에서 해동 기술을 완성하고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이주할 계획을 가졌다. 연구에 몰두했던 할머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안전한 해동 기술이 완성될 즈음에 웜홀이 발견되었다. 먼 우주를 워프 버블로 공간을 왜곡해서 아주 빨리 갈 수 있던 우주여행 시대는 웜홀의 발견으로 저물었다. 우주와 우주를 잇는 웜홀이라는 통로로 그저 가기만 하면 온 우주를 아주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강 냉동 기술은 우주여행을 위해 각광받던 기술에서 의료 분야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연구비가 줄어서 할머니의 - 그 연구 당시에는 젊었을 - 연구는 지연되었다. 조금 늦추어졌지만, 할머니는 해동 기술을 완성시켜 인간 냉동 기술을 전 세계에 발표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날 긴급한 연락이 왔다. 할머니의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이 연구 발표하는 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운항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왜 운항을 중단할까? 생이별을 한 가족들이 많은데 말이다.

웜홀을 이용해서 온 은하의 우주를 다닐 수 있으니, 워프 버블로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 시간도 돈도 더 많이 들어서 우주 연방은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웜홀은 모든 우주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가족이 사는 행성은 웜홀이 근처에 없었고, 자족할 수 있을 만큼 지구인이 이주해서 지구에서 그 행성으로의 운항을 영구히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의 연구 성과 발표를 다급히 마치고 우주선을 타러 달려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할머니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생이별한 가족들이 있는 행성으로 우주선을 띄워달라고 요청도 하고 데모도 했지만, 어렵게 우주선이 마련되어도 할머니의 차례가 오기에는 이산가족이 너무 많았다.

170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 미래에도 인간은 100년 내외로 살 수 있었는데, 할머니는 냉동과 해동을 계속 반복했던 것이다. 자신이 완성 시킨 그 기술을 이용해서 말이다.

더 이상 운행하는 우주선이 없는 우주 정거장에서 할머니는 홀로 그렇게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혹시나 출발할지도 모르는 우주선을 기다렸다.

소설은 그 낡은 우주정거장이 골칫거리가 되어 우주 연방으로부터 벌금만 내게 되자 철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할머니 때문에 실패했던 회사에서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보낸 직원이 할머니와 만나면서 시도한다. 할머니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그 직원이 우주 정거장의 블랙박스를 가지러 간 사이에 할머니는 행성 사이를 오가는 셔틀 우주선을 타고 무모하게 가족이 있는 - 가족이 묻혀 있는 - 행성으로 떠난다. 결코 도착할 수 없는 곳으로 출발한 것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등장하는 우주여행의 이론들과 그 이론들이 시간 순으로 발전하면서 생기는 사회 현상에 대한 예측은 김초엽의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 과학이 발현되는 사회에 대한 통찰 있는 관찰력을 잘 보여준다.

김초엽은 청각장애인이다.

김초엽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사이보그가 되다>이다. 청각장애가 있어 보청기를 한 김초엽과 지체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탄 김원영 변호사가 컬래버레이션으로 집필한 <사이보그가 되다>는 인간의 몸에 기술의 발달로 보조 기구들이 장착되어 가는 모습과 그런 기술의 발달에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극복할 대상으로 봄으로써 생기는 현실의 그림자를 드러내주는 책이다.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청각장애는 아예 듣지 못하거나 보청기를 착용하면 잘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어리석게 생각한 나의 장애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넓혀주었고 올바르게 잡아주었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초엽의 공감 능력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감성의 물성> 곳곳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느끼기 힘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보통 사람이 아닌 사람들로 간주되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엿볼 수 있다.

<스펙트럼>에서 할머니가 젊었을 때 난파된 행성에서 인간의 가시 영역을 벗어난 색으로 그림을 그리며 현재를 전승하는 원시의 외계인들을 보면, 우리 인간이 오감으로 느끼는 세계라는 것이 결국 우리 인간의 오감이 느낄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한정적으로 그려진 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웜홀 통과를 위해 통과 과정의 열악한 환경에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우주인으로 선발된 사람들의 신체의 5%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기계로 대체되는 사이보그 그라인딩을 다룬다.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어 웜홀을 통해 웜홀 너머의 우주로 나아간 것은 인류가 한계를 뛰어넘은 것일까? 인류가 아닌 사이보그라는 초인류가 당연한 능력으로 해낸 것일까? 웜홀을 최초로 통과하게 될 우주인으로 선택되어 사이보그가 된 우주인은 웜홀로 출발하는 우주선에 타지 않고, 그 전날 심해로 다이빙해서 사라져 버린다. 이쪽 우주나 저 건너의 우주나 똑같을 것인데, 굳이 내가 왜 거기에 가느냐는 말을 딸에게 남긴 채 사라진다.

그리고 김초엽은 여자다.

그래서 <관내분실>에서 죽은 엄마의 뇌가 스캔 되어 디지털화된 영혼의 엄마를 만난 딸의 이야기는 아이를 가져서 김은하씨에서 지민 엄마로 이름을 잃어버린 자기의 일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여자의 이야기를 한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분명 SF 소설임은 맞지만, 그 사실감과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미래가 현재가 되어 지금의 이야기를 증폭해서 우리에게 가정문을 평서문으로 써서 전해준다.

그리고 오디오북도 같이 들었는데, 세 성우 님의 명낭독 또한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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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20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베스트셀러 작가이시죠. 인기 있는 책이 한두 권도 아니고...
청각 얘기는 저도 어디서 봤어요. 김초엽 작가를, 이렇게 긴 글을 잘 쓰신 초딩 님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디오북을 찾아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0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 책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어요!^^ 흥미진진하더라구요. 낭독도 좋고~

scott 2021-12-24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행복한책읽기 2021-12-25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메리 크리스마스. 간만에 들른 느낌이어요. 추억 소환 페이퍼에 초딩님 댓글이 달려 있어, 냉큼 달려왔어요.^^ 마지막 문장 짱이에요. 김초엽 소설의 특징을 너무도 잘 표현해 주셨는 걸요. <미래가 현재가 되어 지금의 이야기를 증폭해서 우리에게 가정문을 평서문을 써서 전해준다> 도장 쾅쾅!!
늦었지만 서재의 달인도 축하드리구요. 2021년 즐겁게 마무리하시고 새해에도 더불어 즐독해요~~~^^

얄라알라 2021-12-27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오랜만에 서재 들렀나봐요.

저도 클스마스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문 소설, 다 읽고 찾아보니 김초엽 작가님이 극추천하였더라고요.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려주신 사진, 따스한 아이보리색 한파에 넘 잘어울려요

초딩 2021-12-28 23:58   좋아요 2 | URL
ㅜㅜ 아 잘 지내시죠? 요즘 좀 정신 없어서 글만 이렇게 겨우 올리고 있네요.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1-12-27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관내분실˝을 읽고, 김초엽 작가가 본인의 어머니와 (한국에서는 ‘이모‘라고 많이 부르는) 어머니의 친구분들과 친분이 깊거나 윗세대 여성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 들었답니다^^

러블리땡 2022-01-01 04: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01-01 0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빛의 속도,
한해가 가고 한해가 오는 시간의 흐름이 빛과 관련있다는 걸 생각하니...
시기적절한 제목의 책이네요
우리는 우주공간 태양계 지구의 공전과 자전으로 만들어진 빛의 순환 안에 갇혀서 날을 헤아리는 작은 존재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 좋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2-01-03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읽고 저 책을 주문하기로 했답니다. 늘 이렇게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딩 2022-01-03 06:06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힘을 내 봅니다~

2022-02-05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22-04-20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읽어보고 싶은 책이예요~
 
[eBook] 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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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해설은 안타깝다. 열 편의 소설을 묶은 이 책을 왜 중언부언으로 지난하게 요약해서 그것을 해설이라고 제목 했는지 모르겠다.
부러움인지 깍아내림인지 모를 감정이 건조한 감상에 식은 콜라겐 덩어리처럼 섞여 있다.
정작 작가는 목에 기름칠을 하고 느끼한 말을 뱉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불균질한 사람들의 불균질한 이야기라고 한다. 해설이.
균질하지 않음에 대한 것이다. 균질은 표준이라는 잣대의 범위 안에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해설은 말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한다.
주택가 거리에서 엄마는 칼에 찔려 죽었고, 그 칼에 찔려 죽은 엄마의 딸과 스물두 살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어 후 줄 곧 혼자 살았으며 ‘안간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게 살아온 여자가 트랙을 도는 운동장에서 만난다. 칼에 찔려 죽은 엄마는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었고, 딸은 그렇게 자주 바뀌는 엄마의 남자 친구가 ‘아빠’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신혼이 그대로 박제된 것 같은 집에서 전처를 결코 잊지 못한 것 같은 남자와 6년을 사귀었지만, 자신이 전처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보여준 이후 어느 날 남자는 헤어지자고 한다. 그 여자는 그 전처의 레스토랑을 아빠와 간다.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는데, 엄마는 아빠의 근황이나 건강을 끊임없이 보고하라고 한다.
b는 5년 해외근무를 하면 전임 교수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갓 사귀기 시작했을 때이고, 말이 안 통하는 것이 무서워 해외여행도 가지 않는 아내가 눈에 밟혀 해외 근무를 하지 않았다. 

​“자네가 정말 잘못 셈한 게 뭔지 아나? 두 패가 따로 논다고 생각한 거였네” p87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 p88

​말 그대로 잘 못 생각한 것이다. b는 번번이 임용 심사에서 떨어졌고, 해외 근무를 다녀온 제자가 b의 경쟁자가 합류했고, 친구의 도움으로 다들 간다는 어느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끝내 갔을 때도, 하필이면 조미료 파동이 일어나서 b는 몸빵처럼 뉴스에 나와서 희생양으로 짜집기 당한 채 뉴스에 나왔다.  아내는 안타까움은 이미 퇴화되었고, b의 전락의 과장 내내 긁었다. 그 뉴스가 나왔을 때도 모질게 긁었다. 그 긁음에는 b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모든 가족이 모여 아침을 먹던 그 식탁에서 음식이며 식기를 모조리 아내에게 던졌고, 식탁 주변은 깨진 그릇 조각으로 발을 디딜 수 없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을 정리한 것은 안타깝게도 b가 아니라 아내였다”

​균질하다 불균질해졌거나, 애당초 불균질했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불균질한 삶을 불균질하다는 것처럼 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해설처럼 말이다. 
엄마가 살인을 당했다. 바로 그 근처에 딸이 살고 있다. 그 딸의 집에 전세가 싸니 이사 가라고 소개받았다. 대부분 이혼했다. 착각으로 인생은 실패했다. 갑자기 버림받았다.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대들었다. 목 졸렸고, 오지게 맞았다. 박사 학위를 받는 데 16년이 걸린 아들은 아는 형의 제안으로 웹드라마 조명팀으로 합류했다. 그 아들은 행복하다는데 아비는 속이 타 죽는다. 허우대만 멀쩡했던 아빠는 동생이 대학에 들어가자 무일푼으로 엄마에게서 쫓겨났다. 그래서 딸의 집 거실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아빠는 엄마 명의의 차를 아직도 타고 다니고 보험료도 엄마가 낸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모든 것이 정신이 나간 것 같고, 정상에서 한참 벗어났고 이제는 정상과는 영영 이별인 것 같다. 낭패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 붙일 수도 없고, 모든 게 끝나버렸다는 말이 결론처럼 그리고 엔딩 커튼처럼 어울릴 뿐인 것 같다.

​“외로운 건 결론이지, 기분이 아니라고” p96

​고상한 감상을 가질 일 없는 우리 인생을 온통 기름이 튀고 먹는 이들을 번들번들하게 만드는 삼겹살이 아닌, 기름을 쫙 뺀 수육처럼 보여준다. 
수육에는 빠르게 한 잔 들이켜고 바닥에 탁하고 놓으며 소주를 마신다. 감정도 수육에서 빠진 기름처럼 하나 남지 않은 것 같지만, ‘탁’하는 여운은 그 어느 것보다 짧지만 길게 여운 된다.

​“외로운 건 결론이지, 기분이 아니라고.” p96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저자는 정말 추천사처럼 목에 기름칠 하나 하지 않고, 담백하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하고 투박하게 뱉어낸다.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문장도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이.
그래서 소설들은 서사되어 과거로부터 흘러와 현재에서 맴돌다 미래로 다시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독자를 그 소설의 한 가운데로 정확하게 내리꽂아준다. 소설 속 파라솔 대여 장사를 하는 할아버지가 신속하게 모래를 파고, 오전인지 오후인지 또는 바람이 부는지 날씨가 좋은지에 따라 요구되는 각에 맞춰 정확하게 파라솔을 꽂듯이, 우리를 소설 속 그 자리에 꽂아준다.
아주 정확해서 우리가 그 속의 어느 등장인물인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균질함이 우리 인생의 표준 잣대가 아니고 불균질함이 그 잣대여서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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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1-12-01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의 이번 글은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네요.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해야할까요. 표준화가 다발적으로 진행된 수많은 개인들의 삶이 그렇지 않은 다른 삶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상황이라고 봐야하겠죠. 시민의 삶이 하나같이 균질화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이롭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초딩님.

오늘도 맑음 2021-12-02 1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 작가도 이책을 언급하던데요,
사실, 제겐 책속 줄거리보다, 초딩님의 리뷰가 훨 좋은 듯 싶네요ㅎㅎ
아직 읽어보지 않고 속단하면 안되겠지만, 줄거리만 보면 좀 식상한지라......
초딩님의 - 독자를 한 가운데로 꽂아준다...란 표현이랑, 파라솔 할아버지를 비유한 부분이 너무 좋네요^^ ㅎㅎㅎ 역시 초딩님 다운 멋진 표현입니다.
간결체라고 하시니, 공부도 할겸, 여유될때 한 번 챙겨봐야겠어요~!
 
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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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아름답게 찬미해서 읽는 이에게 노년을 기다리는 설렘을 주는 책이 얼마나 될까?

'시몬 드 보부아르'가 노년에 대해 논하였다고 하지만, 책 표지에서 한껏 진지함과 명석함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듯한 그녀의 인상은 노년을 대표한다기보다는 아직도 젊다는 것을 억지스럽게 보여주려는 것으로만 보인다.

우리의 새 소설이 그 '노년'에 대해 설렘을 갖게 해준다는 것은 신선함을 넘어, 디오니소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고대 철인부터 시간도 물질의 상전이인 것을 밝혀내고 있는 현대 물리학까지 풀지 못하고 더 아리송한 질문만을 할 수밖에 없는 '죽음' 이전의 '노년'을 받아들일 만 한 것으로 인식시켜주는 것은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고 초반에서 중반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동안, 노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모두가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도 문득 고뇌에 빠지는 '죽음'과 그 '죽음' 이전의 '노년'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이 책은 '동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혼불문학상

1998년 12월 세상을 떠난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崔明姬)의 문학 정신을 후대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한국 문단의 미래를 짊어질 문학인들의 초석을 다지는 한편, 심화된 한국 소설의 연구 발전을 위해 전주문화방송이 2011년 제정한 대한민국 문학상이다. 당선작은 상금 5,000만 원을 받으며,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2001년 혼불기념사업회에서 제정한 청년문학상과 혼불학술상 2개 부문도 통칭하여 혼불문학상으로 불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불문학상 [魂─文學賞] (두산백과)


이번 11회는 수준이 미달이라는 둥, 결선에 오른 작품들의 한계가 이렇다 저렇다는 말을 했지만,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혼불문학상'이 거룩해 보일 지경이니, 이 작품은 전주문화방송에게 큰 효자임에 틀림없다.


다시,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왜 노년을 기대하게 되었는 지로 돌아가 보자.

'노년'. 늙었다. 젊지 않다. 효율이 떨어진다. 근육은 늙음에 덜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어느 나이대가 넘어가면 급격히 쇠락하는 것 같다.

어느 토요일 수영장에서 모두들 제일 오른쪽 레인에서 오랫동안 자유형을 하고 계시는 분을 봤다. 70인지 80인지를 넘으신 분인데, 거의 한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쉼 없이 자유형을 하고 계셨다. 모두들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수영을 몇 개월만 열심히 한 20-40대는 그 속도로 한 시간 이상 수영하는 것이 유별나지 않다.

'운동'에서 '노년'은 더 서글프다. 운동의 매력에 빠지는 30대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이라는 후회에 빠진다.


첫 번째 구미를 당긴 것은 '은퇴'였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갑자기 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자존감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들렸다. 내가 요즘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그저 부러운 것일 수도 있다.

매일 출근해서 온종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지고, 그런 날들이 끝없이 반복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시간에 질식할 수도 있겠지만,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 풀어야 할 매듭들이 가득하다면, 더욱이 그 과정에서 그동안 미처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알고 있던 것 또한 새롭게 재 발견한다면, 그것은 정말 제2의 생을 살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

마흔한 살에 쓴 청년일지, 그리고 그 청년일지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써두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그는 미래의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써 내려가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실하게 살아온 새로운 삶을 은퇴하며 약속했던 일들을 하며 다시 또 새로운 생을 시작한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플라멩코를 배우고, 전처와 함께 기억 속으로 밀어버렸던 딸을 다시 만나고.

이혼 후에 재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청년일지에 쓰인 대로 자신이 버리고 다시는 찾지 않았던 이제는 마흔이 된 딸을 다시 찾으러 나설 때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온전하지 못한 가정의 가부장적이고 무책임한 늙은이의 이야기로도 생각했다. 지금의 그 행복한 가정에도 딸이 있으니 그 의도함이 너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했다.

재회한 딸을 만나기 전 그동안 지급하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하면 어떻해야 할지를 걱정하는 모습에는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야박하고 더 읽고 싶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고, 딸과 화해해나가는 모습은 스크린 넘어가 아닌 이쪽 편의 드라마였다.


수상소감에서 저자가 밝힌 소설의 배경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자가 열여섯이고 저자의 아버지가 마흔둘이셨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아버지의 이름을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부여했다. 이야기를 지어내듯이,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소설 속 아버지를 그려나갔다고 한다.


"아버지 없이 자라는 동안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의지한 모든 분께 노년의 삶을 상상할 여유를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잃은 모든 분께 아버지를 상상할 기회를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

아빠 나 잘했어? 나로 인해서, 아빠 행복해?"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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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9 0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는게 싫지만 노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라니~! 근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면 하루가 너무 길거 같은 생각도 들어요 😅 아버지의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했다니 뭉클하네요 ㅜㅜ 얼마나 그리웠으면~

초딩 2021-11-21 11:30   좋아요 3 | URL
저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출근길에 눈물 범벅되어서 엄청 ㅜㅜ 힘들었습니다.
는 부어 출근하면 안되니 ㅜㅜ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돌이 2021-11-19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노년을 정말 정말 기다리거든요. 이놈의 직장생활 진짜 너무 오래돼서요. ㅠ.ㅠ 일보다는 돈을 벌지 않는 삶이 너무 너무 살아보고 싶어서요. 이 책이 노년을 기대하게 만든다니 더더더 저에게 필요하겟네요. ㅎㅎ 근데 딱 걸리는거 저 아버지가 예전에 외면했던 딸을 찾아가는거요. 저는 솔직히 딸의 입장에서 과연 그렇게 화해하자고 찾아온 아버지가 반가울까 싶어지네요. 저같으면 사과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거 지나치게 아버지의 입장만 반영한게 아닌가 싶어서요. ^^

베터라이프 2021-11-20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이 쓰신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제 노년이 어떨지 가끔 상상해 보곤 하는데 여전히 책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ㅋㅋ (초성체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요 지점에선 써야겠어요) 제 삶에서 책이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되었으니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 그리고 초딩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11-26 0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년의 삶을 기대하게 하는 소설이라니, 그런 소설도 있으면 괜찮겠네요 소설 속에는 나이 든 사람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지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생각나지만... 이 소설은 현실도 생각하게 할 듯합니다


희선

scott 2021-12-09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초딩님의 노년은
황금빛이라 믿습니다 !!^^

thkang1001 2021-12-09 16: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1-12-09 1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12-09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책!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12-09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황후화 2021-12-09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12-09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이 책이 노년의 삶에 대한 내용이라 관심이 많아요.
기회되면 읽어 보겠습니다~~

thkang1001 2021-12-09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12-09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려요^^

이하라 2021-12-09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서니데이 2021-12-09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초란공 2021-12-09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축하드립니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도 초딩님의 소개로 읽었는데,
이 책도 초딩님 따라 읽고 싶네요! ^^

잭와일드 2021-12-09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러블리땡 2021-12-10 0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책 읽어 보려구요 사놓고 안읽은 1인입니당 리뷰보고 관심 생겼어요 ㅎㅎ)

강나루 2021-12-10 0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초란공 2021-12-1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잠실알라딘 갔다가 갑자기 초딩님이 생각났습니다~! ㅋㅋ 혹시 앞에 책을 바구니에 담아서 계산하는 분이 초딩님이 아닐까 하고요... ㅎㅎㅎ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어떤 역사적 비극을 써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역사적 비극은 과거의 일이다. '역사적'은 수많은 과거의 일 중에 후대에 의해서 의미 지워진 일이다. 쓴다는 것은 어떤 용도로 글로 남긴다는 말이다. 그 용도는 사실적 기록이든 재구성한 소설이든 함축적 운문이든 의미를 부여한 후대에 무엇인가를 전하려는 것이다.

그 무엇은 후대가 가졌던 의미를 강조한 것일 수도 있고, 그 의미가 잘못되었다고 폭로할 수도 있고, 무색에 가깝게 다른 써냄을 위한 참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무엇은 후대 행동의 밑거름이나 동인이 될 수 있다. 행동을 야기할 수도 있고, 사유에 침잠하거나 감정에 휩싸일 수 있다는 말이다.

"역사적 비극을 써낸다"를 해체해보았다. 이제 주체를 생각해볼 시간이다.

역사적 일 중에서도 비극을 쓸 때는 '쓰는 이'에 따라 그 쓴 것이 같은 의도라도 다양한 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쓰는 이'를 나눌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사건과 쓰는 이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본다. 사건의 주역이냐 공모자이냐 피해자이냐 그들과 관계된 사람이냐 동시대의 사람이냐 그들의 후손이냐 그들의 후손과 동시대인이냐로 사건을 기점으로 X축의 반직선을 그어 '관계'의 Y축을 수직으로 질러 놓을 수 있다. 시간을 X축으로 하고 관계를 Y축으로 잡았다. 그 좌표평면에 작가 한강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시간은 70여 년이 지났다. 별도의 자료 조사를 해보지 않았지만, 한강 작가와 제주 4.3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비극적 부조리를 가지고 있는 이 나라의 한 국민이라는 교집합 안에 한강 작가도 우리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관계의 좌표평면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없으니 그 좌표계에 '작가' 임을 발휘할 수 있는 특수성이라는 Z축을 더해볼 수 있다. 특수성은 직업과 밀접하다. 작가, 기자, 학자, 사상가 등을 관계 지어보는 것이다. 그 특수성이라는 Z축은 시간의 X축도 관계의 Y축도 모두 초월할 수 있다. 또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 특수성은 "역사적 비극을 써낸다"에서 전하려고 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증폭할 수 있는지와도 관계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영향력'이라고도 일컫는다.

작가 한강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작가이다. 그래서 한강 작가는 특수성의 Z축의 그 끝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말이다. 전하려는 그 무엇을 - 우리는 의도라고도 말한다 - 마치 신처럼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범위만큼 전달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고 전 세계적인 범위로 그 '전달'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쓰는 이' 중 한 명이다는 말이다.

결국.

작가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써낸 '의도'가 어느 한 작가로서, 어느 독자들로 쉬이 다루기에는 작가의 '펜'의 필압이 굉장히 무겁다. 어디에든 각인시킬 수 있다는 말이고, 그 각인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가진 많은 사람이 해석하고 이해하고 또 논 할 수 있기에 중차대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인지, 흰 천이 바다에 내려앉는 책의 표지를 만지고 바라보고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진지했고, 신중했다. 긴장마저도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재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인류사에 남을 만큼 반인륜적인 학살의 비극적 역사인 제주 4.3 사건이기 때문에 책을 대하는 공기마저 무거웠다. 내 눈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긴장하며 활자를 쫓았다. <소년이 온다> 를 읽었을 때처럼 어떤 의도를 파악할 기력마저도 모조리 잃고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까 봐 몹시 두려워 걱정하면서 쫓았다.

흰 눈이 계속 왔다.

친구 인선이 나왔고, 인선의 어머니로부터 소환되는 제주 4.3 사건의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나왔고, 앵무새 아마와 아미가 나왔다. 그리고 흰 눈이 폭설처럼 어둠과 함께 내리는 숲에서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인선의 친구인 화자가 나왔다.


어머니처럼 사건을 복기하며 자료를 모집하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인선이 주인공이고 그 인선과 작별하고 싶지 않은 화자의 감정을 전하려는 것일까?

인선과 같은 무거움이 가득한 이들로부터 작별하려 했다 - 화자는 인선에게 동참하자고 했던 나무 프로젝트를 중단하려고 했다 - 인선의 사고와 그 사고의 여파로 죽음에 이른 아마로 인해 각성하고 다시 작별하지 않으려고 한 것일까?

숲에서 돌아가기에는 초로부터 얻을 빛이 부족한 그 자리에서 혼과 같은 인선과 함께하다 - 양자역학적 묘사에 잠시 놀랐다 - 혼이 사라지고 마치 이 세상을 떠나려다 다시 돌아온 것처럼 인선의 회복을 암시하는 것은 이제는 죽음을 통해 작별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작별하지 않는다> 인선이 사고로 서울 병원에 있는 동안 물과 모이를 주지 않으면 죽게 될 앵무새 아마를 살리기 위해 제주로 날아간다. 화자는 폭설이 내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길을 헤쳐나갔지만, 앵무새 아마는 죽고 그 혼과 만난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인선의 혼을 만나며 인선 어머니의 오빠와 동생을 제주 4.3 사건으로 잃은 이야기며 오빠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피해자인 인선의 아버지인 남편을 만난 이야기며 그 어머니가 모질고 처절하게 긴 세월 동안 사건의 진상과 유해를 찾으려는 노력을 듣는다.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의 화자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듣는 '청자'로 그려질 뿐이다. 그래서 '청자'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찾기 힘들다.

그 '작별하지 않는다'는 주체를 인선이나 4.3 사건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 후손으로 보기에는 연관성이 책 내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눈으로 훑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단단한 책 표지를 진땀 흘러 넘기며 한 장 한 장 무겁게 나아가던 나는 어느새 눈으로 활자를 흘려보내며 훑어 읽었는지 모른다.


마지막 한 장의 '작가의 말'에서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p329


을 바라보며 나는 더 혼란스러워하며 처음과는 다르게 책장을 덮는다. 애써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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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7 14: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는건 쉽지 않은것 같아요 🤔 초딩님 글보니 어떤 느낌이셨는지 알거 같아요~!

초딩 2021-10-17 17:03   좋아요 3 | URL
네 읽으면서 🧐🤔이러고 읽었어요 ㅎㅎㅎ
시간과 인물이 경계 없이 서시되는건 탁월했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1-10-17 14: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은 참 발빠르십니다.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 완독을 하지 못했어요. 벌써 리뷰를 쓰시다니...
제 책의 리뷰도 제일 빨리 쓰셔서 첫 리뷰를 남겨 주시더니... 그래서 제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왜 이런 건 잊혀지지 않는 건지...ㅋㅋ

초딩 2021-10-17 17:04   좋아요 5 | URL
앗 발빠름에 대한 칭찬에 감사합니다. 볼 포스트들이 많아 마음이 좀 무거우면서도 안달하기도 합니다 ㅎㅎ
좋은 저녁 되세요~
한강 갔다 왔는데 손가락 사려워서 장갑을 다시 사야겠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10-17 17: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 한강 작가의 책이네요. 출간 소식 들었을 때부터 괜찮을 것 같긴 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초딩님, 좋은주말 보내세요.^^

scott 2021-10-18 0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고
한강님 과 작별 하게 되능 ㅎㅎ

초딩님의 예리한 분석에
한강 작가님에 애정이 느껴집니다. ^^

희선 2021-10-18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 있었던 일을 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걸 쓰기도 해야겠지요 많은 사람이 죽은 건 더 힘들 듯합니다 그걸 읽는 것도... 제목처럼 작별하기 어려울 책 같네요


희선

오늘도 맑음 2021-10-18 13: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인지 단단한 책 표지를 진땀 흘러 넘기며 한 장 한 장 무겁게 나아가던 나는 어느새 눈으로 활자를 흘려보내며 훑어 읽었는지 모른다.‘ 이부분이랑
‘나는 더 혼란스러워하며 처음과는 다르게 책장을 덮는다. 애써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며. ‘이 부분이 너무 좋네요^^ 음 역시 깔끔하고 예쁘네요~
좀 집중해서 읽고 싶어서, 시간이 흐른뒤에 찾아왔습니다.
초딩님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의 폭도 깊고 넓단 말이죠~ㅎㅎㅎㅎ
한강 작품은 저는 소년이 온다. 한 작품만 봤는데, 글은 좋은데, 저랑 좀 안맞았는다고나 할까요. 암튼 이책은 그냥 걸러야 겠네요~
혹평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날 춥습니다.
창피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복 껴 입으세요~
초딩은 감기 잘 걸립니다......
참, 넷플릭스 보시나요? <마이네임>이라는 드라마 있는데, 거기 촬영지가 부산이여서 엄청 많이 나와요^^ 반가워 하실까봐 남깁니다. 무척 재밌어요~ 물론 여주가 예쁩니다.(후자에 구미가 더 당기실 것같은 예감이..........)

서니데이 2021-10-19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후엔 조금 덜 차가웠는데, 해가 지니 다시 차가워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0-19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간하자마자 일단 리스트에 올렸는데 초딩님 서평 보고나니 얼른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나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딘가 머릿속에 크기나 생긴 것이 아몬드 같은 '아미그달라 (편도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역할은 외부 자극에 따라 공포나 슬픔, 기쁨 등 필요하고 적절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 선윤재는 이 아몬드가 남들보다 작아서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이것을 자기 머릿속도 잘 모를 것 같은 의사들은 '감정 표현 불능증', 그들의 용어로는 '알렉시티미아'라고 한다.

이 책은 공감 능력이 굉장히 부족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그런데 '공감'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Empathy is the capacity to understand or feel what another person is experiencing from within their frame of reference, that is, the capacity to place oneself in another's position.

[Wikipedia: Empathy]


타인이 타인 자신의 관점 (frame of reference, perspective, standard, etc)에서 경험하는 (느끼는) 것을 이해하거나 느끼는 능력이라고 위키피디아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알려준다.


Empathy definitions encompass a broad range of phenomena, including caring for other people and having a desire to help them; experiencing emotions that match another person's emotions; discerning what another person is thinking or feeling; and making less distinct the differences between the self and the other.

[Wikipedia: Empathy]


그래서 공감은 타인을 돌봐줄 수 있게 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그래서 우리를 사려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리고 우리를 다른 사람과 "차이 나지 않게 해준다". 나는 마지막 문장에 주목하고 싶다. 

"making less distinct the differences between the self and the other"

공감을 통해서 타인과 나의 '차이'가 상쇄되는데, <아몬드>의 윤재처럼 공감능력이 부족하면, 타인과 나의 차이가 더 두드러지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결핍된 것만으로도 '다름'이 발생했는데, 그 다름을 상쇄시켜주는 '공감 능력' 자체가 부족하니 우리의 '윤재'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나는 좀 엉뚱하게 생각해보고 싶다. 공감은 역지사지로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에서도 Place oneself in another's position이라고 했다. 윤재의 엄마는 윤재가 집단생활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공감 훈련'을 시킨다.

우선, 침묵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니 적절히 침묵하고, 고마워와 미안해를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라고 했고, 친구가 약속에 늦으면 화도 좀 내줘야 한다고 했다. 누가 초코파이를 먹고 싶으면, 나는 그렇지 않아도 "나도~"라고 말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집단생활에서 산포에 벗어나 '모'가 되어 '정'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정상이든 작든 너무 크든 모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집단생활을 무탈하게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또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합당한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집단 내의 모든 약자가 더 취약한 약자를 찾았을 때, 그 '다른' 사람이 집단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규범에 위배됨이 명백할 때, 모든 약자는 더 취약한 자를 정의라도 구현하듯이 '정'으로 쳐낸다. 우리는 그 규칙과 규범을 예절과 매너라고 했던가.

누군가 말했다. 예절과 매너는 '상대방의 행동'을 집단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해서 용인해주는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묵인해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좌빵우물". 내가 왼쪽에 있는 빵을 먹으면 묵인되는 것이지만, 오른쪽에 있는 빵을 먹으면 제지를 당한다. 내 오른편 사람의 빵이니깐.

그런데, 왼손잡이는 이 좌빵우물이 항상 불안할 것 같다. 그 물이 특히 유리컵에 있으면 익숙하지 않은 왼손은 불안할 것이다.


이쯤 되면 공감은 위키피디아에서 말하는 타인을 돌보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포함한다는 정의를 한 참 벗어나 버린 것 같다.

encompass a broad range of phenomena, including caring for other people and having a desire to help them

공감은 그 고귀한 정의 뒤에 '집단 유지를 위한 획일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공감과 항상 비교되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하는 동정에 더 마음이 간다. 동정이 훨씬 더 솔직하고 이롭다고 생각한다.

The Difference Between Empathy and Sympathy를 봐도, 동정은 지양의 대상이다. 이 글에서, 동정 (Sympathy)는 항상 판단이 필요하고 공감 (Empathy)는 무조건적으로 좋고 찬양의 대상이다. 동정은 나의 관점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고 공감은 타인의 처지에 자신을 이입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니, 동정은 표면적인 것만 바라보고, 공감이 근본적인 원인을 인지해서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동정은 이래서 항상 억울하다.


Sympathy often involves a lot of judgement. Empathy has none. Sympathy involves understanding from your own perspective. Empathy involves putting yourself in the other person’s shoes and understanding WHY they may have these particular feelings. In becoming aware of the root cause of why a person feels the way they do, we can better understand and provide healthier options.

Sympathy’s favorite expression is “poor you”. It creates a sense of pity over the plight of the person. Empathy’s favorite expression is “I can understand how it feels. It must be really hard”. This helps a person to feel heard, understood and validated. Sympathy focuses on the surface meaning of statements, while empathy is sensitive to non-verbal cues. Having an awareness of people’s true meanings is helpful is maintaining that connection.

( Ref: The Difference Between Empathy and Sympathy 의 일부)


우리는 안다.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음을.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겨우 우리로부터임을 솔직히 안다. 내가 그의 인생을 완벽하게 똑같이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의 상황에 그 대신이 온전히 처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공감'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집단을 위한 고귀한 공감보다는 솔직하게 나의 입장에서 '동정'하는 것이 더 정직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타인이 집단의 산포에 드는 보통 사람이 아닐 경우, 공감은 고지식하다. 즉, 공감의 모든 아름다운 정의와 행동지침은 그 타인이 모두가 속한 '집단'에 알맞은 사람일 경우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 집단에 걸맞지 않은 이에 대해서도 동일한 가치관을 가지는지 나는 의문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p80


나는 "특별함"이 "평범함"으로 수렴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자식에게, 신규 입사자에게, 새로운 팀원에게. 그 수렴의 과정이 '자만'에서 '겸손'으로의 이행도 있었지만, "다름"이 "획일화"로 전락하거나, "부족함"이 "미달"로 고통받는 것도 많았다.


공감에 대한 이야기 <아몬드>를 읽고,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당연히 올바른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본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모두가 잘 알고 지키고 따르려고 하는데,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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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9-22 0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다 똑같으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두가 좋다고 해도 자신은 싫을 수도 있잖아요 지금까지 그런 거 잘 나타내지 못했지만, 별로 아니어도 그냥 많은 사람이 하자고 하면 따랐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돼서 다행입니다 그런 거 해야 하는 곳은 학교일 때가 많죠 여러 사람과 돕고 사는 건 괜찮지만 강요하면 안 좋을 것 같습니다 편도체가 작지 않아도 다른 사람 마음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초딩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초딩 2021-09-22 03:03   좋아요 4 | URL
언제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만 더 빨리 그렇게 다양성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
좋은 밤 아늑한 밤 되세요~ ☺️☺️☺️

파이버 2021-09-22 06: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몬드에서 윤재는 시종일관 무덤덤했지만 주변 인물들은 윤재에게서 인간적인? 무엇을 보았듯이(얻었듯이) 억지로 하는 공감보다는 다름을 그저 받아들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새벽에 초딩님 글을 읽고 공감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초딩 2021-09-22 16:45   좋아요 3 | URL
파이버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공감한다고 덤벼들었다가 (?) 한 방 맞고
한 번, 두 번 내려 놓고
분명하게 시간을 들여 다시 보았을 때 그나마 조금 공감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공감하지 못한 윤재에게 오히려 더 인간적임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연휴 편히 잘 보내세요~

새파랑 2021-09-22 07: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공감과 동정의 차이에 대해서 잘 이해했습니다. 이런 차이가 있다니~!! 초딩님 글은 항상 공감 동정 입니다.
두가지 같이 가시죠 ^^

초딩 2021-09-22 16:50   좋아요 4 | URL
아 ㅎㅎㅎ 네
이분법적 세상살이 보다는 이것도 저것도 모두 필요하고 좋구나하는 삶이 좋은 것 같습니다. 편향되지 않는이요.
남은 연휴도 잘 보내세요~ ☺️☺️☺️

독서괭 2021-09-22 08: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은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아몬드가 그런 뜻이었어요?? 전혀 생각도 못 했네요;; 공감과 동정에 대한 생각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공감이라는 게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초딩 2021-09-24 22:09   좋아요 0 | URL
^^ 아 감사합니다.
ㅜㅜ 그 페북이나 인스타의 라이크가 공감을 더 세속적으로 만드는 것 같기도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Jeremy 2021-09-22 0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뭐, 제가 이 책을 사서 읽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1996년에 나온 책으로” EQ 가 IQ 보다 더 중요하다”, 는
요새 들으면 진부하고 식상한 말을 퍼뜨린
“ Emotional Intelligence: Why It Can Matter More Than IQ”
by Daniel Goleman 을 그저 날림으로 휘리릭 읽었을 때
그가 만든 Term, “”Amygdala hijack” 때문에 주목받기 시작한,
제 눈엔 별로 Almond shape 으로 보이지도 않는
“amygdala” 를 소재로 한 것 같은데.

Wikipedia 참고하시고 깊이 생각을 전개해 나가신
Empathy vs. Sympathy 에 이어 하나 더 생각해야할 단어는 Compassion.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포괄적이고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Sympathy 를 가장 흔하게 쓰는, 굳이 좁은 의미 #1. 에서 “정의” 하는,
동정, 가엾게 여기는 감정이라 일컬을 땐
Patronizing 혹은 Condescending 하는 Nuance 를 담고 있기 때문에
문맥에서는 보통 Negative connotation 을 내포하는 것이고,
Empathy 는 정말 Neutral 하게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려 시도하는 것.

“Compassion” 이야말로 “Amygdala hijack” 의 반응처럼
이해와 공감을 넘어서서 도와주고 싶은 감정, 까지 포함하는
좀 더 Proactive 한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공감은 좀 하는 편인데 “Compassionate” 하기에는 너무 기운이 딸려서
어쩌면 그저 말로만 폭풍 공감하는 hypocrite 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딩 2021-09-24 22:18   좋아요 1 | URL
아하 Compassion 이 있었군요 ^^
(글은 진작에 읽었는데, 이제야 답글 드립니다)

사실, 번역서를 읽을 때, 원문의 해당 단어가 이런 이유 때문에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Compassion에 대해 좀 생각해보는 밤이 될 것 같아요 ^^
좋은 밤 되세요~

오거서 2021-09-22 14: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감과 동정을 굳이 구별해야 한다면 공감은 평등한 개념에 가깝고 동정은 우위의 개념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 약자가 강자를 동정하지 않으니까요. 초딩 님 글을 읽고 나니 다시 곰곰 생각해 보아야겠군요.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길!

초딩 2021-09-24 22:19   좋아요 0 | URL
Jeremy 님이 풀어주신 것처럼
영어도 한국말도 역시 동정은 ˝우위˝를 깔고 가는 것 같기는합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공감˝은 LIKE로 이미 변질되어 버린 것 같아요 ^^
답글이 늦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