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살아남기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7
정준규 그림, 코믹컴 글 / 아이세움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남기 시리즈는 우리 애들 애독서에요. 중딩 된 딸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엄마인 저는 아들이 재미나게 읽어주면 듣고 웃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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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매일 시읽기 63일 

허리케인Hurricane 
- 메리 올리버 

그 허리케인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것이었어. 바람이 
나무들을 쥐어뜯고, 여러 날 
비스듬한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졌지. 
허리케인의 손등이 모든 것들을 
후려쳤지. 나는 나무들이 휘고
잎들이 떨어져 다시 
흙 속으로 돌아가는 걸 지켜봤어. 
마치, 그것으로 끝이 난 것처럼. 
그건 내가 겪은 하나의 허리케인이었고, 
또 하나는 다른 종류의 허리케인으로, 
더 오래갔지. 그때 
나는 내 잎들이 포기하고 
떨어지는 걸 느꼈어. 허리케인의 손등이 
모든 것들을 후려쳤지. 하지만 
진짜 나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봐, 
그 여름이 끝나갈 무렵 
뭉툭한 가지들에서 새잎이 돋아났어. 
철이 아니었지, 그래, 
하지만 나무들은 멈출 수 없었지. 그들은 
전신주처럼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 그리고 잎이 난 다음엔 
꽃이 폈어. 어떤 것들에겐 
철이 아닌 때가 없지. 
나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어. 

And after the leaves came
blossoms. For some things
there are no wrong seasons.
Which is what I dream of for me. 

메리 올리버의 《천 개의 아침》을 천천히 읽는다. 메리 언니는 어려운 어휘를 거의 쓰지 않는다. 난해한 문구로 시를 치장하지도 않는다. 

저기, 허리케인에 휘고 잎들을 죄다 쥐어뜯긴 나무들이 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돋아나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을 줄 알았던 나무들이 뜬금없이, 난데없이 꿈틀거렸다. 봐라!!!! 나 아직 살아 있다!!!! 라고 말하듯, ˝뭉뚝한 가지들˝에서 새순을 쏘옥 내밀었다. 속았지,
메롱~~~. 이런 속임수, 이런 메롱이라면 달게 당하리. 자연의 경이로운 메롱.

˝어떤 것들에겐 / 철이 아닌 때가 없지.˝라는 대목을 읽다, 아, 감탄사를 내뱉었고, 노자의 도덕경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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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 또한 여러 면에서 하나의 근육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체육관에서 운동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체육관 밖에서도 돌봐야 하는 근육이라는 것이다.(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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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9 매일 시읽기 62일 

가을의 끝 
- 최승자 

자 이제는 놓아 버리자 
우리의 메마른 신경을. 
바람 저물고 
풀꽃 눈을 감듯. 

지난 여름 수액처럼 솟던 꿈 
아직 남아도는 푸른 피와 함께 
땅 속으로 땅 속으로 
오래 전에 죽은 용암의 중심으로 
부끄러움 더러움 모두 데리고 
터지지 않는 그 울음 속 
한 점 무늬로 사라져야겠네. 


최승자 시인의 ‘개 같은 가을이‘가 가을의 시작을 노래하는 시라면 ‘가을의 끝‘은 제목 그대로 가을의 끝을 노래한다. 쳐들어 오는 가을을 ‘개‘ 같다고 하며 서슬 퍼렇게 거부하던 시인은 저무는 가을 앞에서 바스라지는 나뭇잎처럼 메말라 버린 신경을 놓아버리겠다고 말한다. ˝부끄러움 더러움 모두 데리고˝ ˝땅 속으로 땅 속으로˝으로 내려가 ˝한 점 무늬로 사라˝지겠다고. 그런 뒤, 한겨울을 보내고 더 단단해져 푸른 잎으로 다시 태어나면 참 좋겠구나. 사람도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11월의 마지막을 하루 앞둔 날. 뒷산에 올랐다. 푸른 옷 벗은 크고 작은 초목들 위로 진눈깨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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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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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매일 시읽기 61일

내 청춘의 영원한
-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을 거의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 한 권의 시집에 실린 시를 몽땅 읽는 경우가 잘 없는데(얇은데도 쉽지 않다) 이 시집은 다 읽고야 말리라는 투지를, 까지는 아니고, 읽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시인의 내적 정서가 마음을 울렸고 기억해두고 싶은(물론 기억 못할) 시구들이 정말로 많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사랑>>을 요약해주는 시가 위의 저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 괴로움. 그리움. 이 세 가지 감정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이자 우리 인생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1981년 출간된 이 시집은 시인의 나이 스물두 살 때부터 서른까지 쓴 시들을 역순으로 배치해 놓았다. 1부는 1981년에, 2부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 3부는 대학 3학년때부터 대학 중퇴까지 쓴 시들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 나이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파릇파릇한 이십대 청춘의 시기를 기록한 것인데, 이 시집은 청춘의 풋풋함이나 낭만보다 청춘의 괴로움과 절망에 완전히 치우쳐 있다. 기형도의 <<잎 속의 검은 잎>> 여자 버전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기형도보다 절망의 나락이 더 깊어 보인다.

나무위키에는 최승자 시인에 대해 이렇게 쓰여 있다. ˝가족이 없었고, 서울의 세 평짜리 고시원에서, 여관방에서, 밥 대신 소주로, 불면의 시간으로 죽음 직전의 단계까지 가기도 하였다.˝ ​

시들을 보면 시인이 유복함이나 행복함과는 거리가 먼, 그것도 아주 먼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찌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 . . .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일찍기 나는) ˝애비는 역시 전화도 주지 않았다.˝(‘슬픈 기쁜 생일)

시인의 삶은 외롭고 슬프고 괴롭고 아프다. 많이도 가련하다.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고,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셔 보지만(‘외롭지 않기 위하여), 외로움과 괴로움은 시인의 몸에 ˝장전되어˝ 시인의 ˝뇌리를 겨누고 있다˝(‘외로움의 폭력‘). 외로워서 슬프고, 슬퍼서 외로운데, 슬픔은 도돌이표처럼 부메랑처럼 ˝튕겨져 나갔다 다시/ 튕겨져˝ 들어온다(‘청계천 엘러지‘). 시인의 어깨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슬픔의 외투˝가 걸쳐져 있다.

시들을 읽다 가슴이 얼마나 저릿저릿해지던지, 서른의 시인이 내 눈앞에 있다면 꼭 부둥켜안고서 등을 토닥이며 ˝힘들었구나, 애썼구나, 장하구나˝ 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시인처럼 나 또한 그 시절을 그렇게 힘겹게, 그렇게 꾸역꾸역 관통해왔기 때문이다.

시인의 이십 대는 ˝뼈아픈 사랑˝이 ˝한의 못˝을 이루고(‘버림받은 자들의 노래‘), 외로움이 ˝불침번˝처럼(‘과거를 가진 사람들‘) 서 있고, ˝고독의 핏물˝이 ˝골수 사이에서 출렁이고˝(‘외로움의 폭력‘), ˝절망의 골수분자˝가 ˝구더기처럼 꿈틀거리˝고(‘어느 여인이 종말‘), ˝저승의 물결 같은 선잠˝이 ˝머릿골을 하얗게˝ 씻긴다(‘선잠‘).

이 모든 감정들의 귀결은 그리움이다. 거머쥐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것들을 쥐고 싶은 간절함. 그 ˝그리움의 그림자들은/ 짓밟히며 짓밟히며/ 다시 일어˝선다(‘부질없는 물음‘). 그리하여 이렇게 노래한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 배워야 했다. / 다르게 사랑하는 법 / 감추는 법 건너 뛰는 법 부정하는 법, /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올 여름의 인생 공부‘ 중)

내 이십 중반부터 삼십까지는 아주 어둡고 긴 터널이었다. 그 어둠 속 빛이 되어 준 것 중 하나가 책이었다. 시인에겐 시를 쓰는 것이 저 시절의 어둠을 통과하게 만든 빛이 아니었을까. 52년생인 시인이, 2020년에 예순아홉의 할머니가 된 시인이 ˝아이처럼˝ 웃고 살고 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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