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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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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해설은 안타깝다. 열 편의 소설을 묶은 이 책을 왜 중언부언으로 지난하게 요약해서 그것을 해설이라고 제목 했는지 모르겠다.
부러움인지 깍아내림인지 모를 감정이 건조한 감상에 식은 콜라겐 덩어리처럼 섞여 있다.
정작 작가는 목에 기름칠을 하고 느끼한 말을 뱉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불균질한 사람들의 불균질한 이야기라고 한다. 해설이.
균질하지 않음에 대한 것이다. 균질은 표준이라는 잣대의 범위 안에 들어감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해설은 말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한다.
주택가 거리에서 엄마는 칼에 찔려 죽었고, 그 칼에 찔려 죽은 엄마의 딸과 스물두 살 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어 후 줄 곧 혼자 살았으며 ‘안간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게 살아온 여자가 트랙을 도는 운동장에서 만난다. 칼에 찔려 죽은 엄마는 남자친구가 자주 바뀌었고, 딸은 그렇게 자주 바뀌는 엄마의 남자 친구가 ‘아빠’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신혼이 그대로 박제된 것 같은 집에서 전처를 결코 잊지 못한 것 같은 남자와 6년을 사귀었지만, 자신이 전처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보여준 이후 어느 날 남자는 헤어지자고 한다. 그 여자는 그 전처의 레스토랑을 아빠와 간다.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는데, 엄마는 아빠의 근황이나 건강을 끊임없이 보고하라고 한다.
b는 5년 해외근무를 하면 전임 교수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갓 사귀기 시작했을 때이고, 말이 안 통하는 것이 무서워 해외여행도 가지 않는 아내가 눈에 밟혀 해외 근무를 하지 않았다. 

​“자네가 정말 잘못 셈한 게 뭔지 아나? 두 패가 따로 논다고 생각한 거였네” p87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 p88

​말 그대로 잘 못 생각한 것이다. b는 번번이 임용 심사에서 떨어졌고, 해외 근무를 다녀온 제자가 b의 경쟁자가 합류했고, 친구의 도움으로 다들 간다는 어느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끝내 갔을 때도, 하필이면 조미료 파동이 일어나서 b는 몸빵처럼 뉴스에 나와서 희생양으로 짜집기 당한 채 뉴스에 나왔다.  아내는 안타까움은 이미 퇴화되었고, b의 전락의 과장 내내 긁었다. 그 뉴스가 나왔을 때도 모질게 긁었다. 그 긁음에는 b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모든 가족이 모여 아침을 먹던 그 식탁에서 음식이며 식기를 모조리 아내에게 던졌고, 식탁 주변은 깨진 그릇 조각으로 발을 디딜 수 없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을 정리한 것은 안타깝게도 b가 아니라 아내였다”

​균질하다 불균질해졌거나, 애당초 불균질했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불균질한 삶을 불균질하다는 것처럼 서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의 해설처럼 말이다. 
엄마가 살인을 당했다. 바로 그 근처에 딸이 살고 있다. 그 딸의 집에 전세가 싸니 이사 가라고 소개받았다. 대부분 이혼했다. 착각으로 인생은 실패했다. 갑자기 버림받았다.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대들었다. 목 졸렸고, 오지게 맞았다. 박사 학위를 받는 데 16년이 걸린 아들은 아는 형의 제안으로 웹드라마 조명팀으로 합류했다. 그 아들은 행복하다는데 아비는 속이 타 죽는다. 허우대만 멀쩡했던 아빠는 동생이 대학에 들어가자 무일푼으로 엄마에게서 쫓겨났다. 그래서 딸의 집 거실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아빠는 엄마 명의의 차를 아직도 타고 다니고 보험료도 엄마가 낸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모든 것이 정신이 나간 것 같고, 정상에서 한참 벗어났고 이제는 정상과는 영영 이별인 것 같다. 낭패라는 말은 너무 가벼워 붙일 수도 없고, 모든 게 끝나버렸다는 말이 결론처럼 그리고 엔딩 커튼처럼 어울릴 뿐인 것 같다.

​“외로운 건 결론이지, 기분이 아니라고” p96

​고상한 감상을 가질 일 없는 우리 인생을 온통 기름이 튀고 먹는 이들을 번들번들하게 만드는 삼겹살이 아닌, 기름을 쫙 뺀 수육처럼 보여준다. 
수육에는 빠르게 한 잔 들이켜고 바닥에 탁하고 놓으며 소주를 마신다. 감정도 수육에서 빠진 기름처럼 하나 남지 않은 것 같지만, ‘탁’하는 여운은 그 어느 것보다 짧지만 길게 여운 된다.

​“외로운 건 결론이지, 기분이 아니라고.” p96

​<트랙을 도는 여자들>의 저자는 정말 추천사처럼 목에 기름칠 하나 하지 않고, 담백하기도 하고 직설적이기도 하고 투박하게 뱉어낸다.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문장도 간결하다. 군더더기 없이.
그래서 소설들은 서사되어 과거로부터 흘러와 현재에서 맴돌다 미래로 다시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독자를 그 소설의 한 가운데로 정확하게 내리꽂아준다. 소설 속 파라솔 대여 장사를 하는 할아버지가 신속하게 모래를 파고, 오전인지 오후인지 또는 바람이 부는지 날씨가 좋은지에 따라 요구되는 각에 맞춰 정확하게 파라솔을 꽂듯이, 우리를 소설 속 그 자리에 꽂아준다.
아주 정확해서 우리가 그 속의 어느 등장인물인 것 같은 착각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균질함이 우리 인생의 표준 잣대가 아니고 불균질함이 그 잣대여서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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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1-12-01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님의 이번 글은 정말 생각할 거리가 많네요.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해야할까요. 표준화가 다발적으로 진행된 수많은 개인들의 삶이 그렇지 않은 다른 삶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상황이라고 봐야하겠죠. 시민의 삶이 하나같이 균질화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이롭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초딩님.

오늘도 맑음 2021-12-02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 작가도 이책을 언급하던데요,
사실, 제겐 책속 줄거리보다, 초딩님의 리뷰가 훨 좋은 듯 싶네요ㅎㅎ
아직 읽어보지 않고 속단하면 안되겠지만, 줄거리만 보면 좀 식상한지라......
초딩님의 - 독자를 한 가운데로 꽂아준다...란 표현이랑, 파라솔 할아버지를 비유한 부분이 너무 좋네요^^ ㅎㅎㅎ 역시 초딩님 다운 멋진 표현입니다.
간결체라고 하시니, 공부도 할겸, 여유될때 한 번 챙겨봐야겠어요~!
 
[eBook]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 항바이러스제에서 신경안정제까지 | 인류에게 희망과 미래를 열어준 치료약의 역사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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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교양서를 읽을까? 왜 교양을 쌓아야 할까?
저자는 전공 서적은 전문 분야를 다루기에는 내용이 어려워 학생들이나 비전공자가 가렵게 읽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머리말에 밝힌다. 
재미와 실용성을 주는 교양서는 특히 중고등학교에서 꿈을 가지고 대학을 진학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비단 학생들이 꿈을 가지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 분야 또는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 또는 기관이나 회사에서는 꿈을 비전이라고도 명명할 것이다. 또는 소명 의식을 가지게 한다고도 할 것이다.
특히, 그런 역할을 할 교양서는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 더 나아가서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이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소개하는 첫 문장이
“역사를 좋아하는 약사” p2
로 시작한다. 그런 취지에서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를 썼고, 후속편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를 펴낸 것이다.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전편인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도 살까 했지만, 알라딘 평이 8점 대여서 우선 좀 미루어두었다.
어쨌든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는 내가 약사이며 저자인 정승규 님을 처음 만난 책이고, 그 첫인상은 무척 좋았다.
코로나 19로 무척 관심이 높아진 항바이러스제, 정신과 약, 구충제, 피임약, 탈모제, 위장약,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뇌 질환 치료제, 당뇨약, 유전자 치료제 등 정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필요하게 될 약 11가지를 저자의 약학 지식과 폭넓고 깊은 역사적 지식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각 약이 개발되기 전에 속수무책으로 고통받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거나 심해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건과 함께 자세히 다룸으로써 “인류 공헌”이라는 약 개발의 비전을 특히 청소년에게 심어준다.

미군 부대에서 처음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 전시 중여서 스페인 독감이 퍼진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국민들이 동요할까 봐 언론 통제를 한 것에 비해, 스페인은 중립국이어서 독감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고, 그로 인해 미국의 군부대에서 처음 발발한 독감이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지고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첫 장에 나와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도를 고취했다.

프로페시아와 같은 탈모제가 남성 전립선을 치료하는 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되어있지만, 함량은 1/5밖에 되지 않지만, 가격이 훨씬 비싼 이유는 탈모에 적합한지 “임상시험”을 거쳐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임을 알려줌으로써,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의 고비용에 대해서도 다루어준다. 

1940년대 흙에서 발견한 결핵 치료제 스트랩토마이신으로 불치병이던 결핵균을 없앨 수 있었지만, 스트랩토마이신은 장기간 약을 주사로 투여해서 불편했다. 또한 난청이 생기고 내성균이 나타나서 이를 극복하고 주사제가 아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결핵약들이 개발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소니아지드라고 하고 이 약은 지금도 사용된단다. 1951년 미국에서 이소니아지드 분자를 약간 변형 시켜 이프로니아지드를 만들었는데, 임상시험 중 이 약을 먹은 환자들의 식욕이 왕성해지고, 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우울증 치료제로 써보았는데, 우울증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약은 최초의 항우울제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프로니아지드를 복용하던 사람 중에 고혈압과 간독성이 나타났고, 결국 1961년 부작용으로 퇴출당했다고 한다. 우연히 약을 개발하는 경우와 아무리 훌륭한 약이라도 부작용이 심하면 있으면 제한하거나 금지된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또 한 번 개발 중의 임상 시험뿐만 아니라 시판 후 임상 시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또 한, 약 개발이라는 과정 자체가 우연과 발상의 전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아는 타미플루는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 부사장이었던 재일교포 한국인 김정은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굉장히 뿌듯했다. 1975년 신풍제약이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협력해서 얀센의 구충제 메벤다졸을 다른 제조법으로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 얀센은 자사 제품을 도용했다고 법적 제재를 가하려 했지만, 신풍제약의 구충제는 얀센의 것과는 합성법이 전혀 다르고 그때에는 물질 특허법이 도입되기 전이여서 얀센은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얀센의 구충제보다 훨씬 저렴하고 우수한 신풍제약의 구충제는 널리 보급되어 구충 사업에 큰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강이나 하천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회로 먹는 것을 즐겼는데, 이때 동물의 근육이나 내장에 흡충류 애벌레가 있었는데, 이 애벌레가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간, 폐, 창자에서 성충으로 자라서 병을 일으켰다. 그래서 낙동강 등에서 민물고기를 회로 자주 먹던 사람들은 40대가 되어 얼굴이 누렇게 붓고 앓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간흡충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우리나라 흡충 감염은 400만 명에 달했는데, 치료제인 바이엘사가 판매한 빌트리시드가 세계시장을 독점해서 약값이 비싸서 제대로 사 먹지 못했다. 이때 KIST 응용화학연구실장 김충섭 박사팀이 3년간 연구해서 1983년 새로운 방법으로 바이엘의 빌트리시드의 성분인 프라지콴텔 합성에 성공했다. 신풍제약은 이 합성법을 실용화해서 디스토시드를 만들었다. 게다가 바이엘의 제조법은 공장에서 만들 때 위험해서 대량생산을 할 수 없었는데, 신풍제약의 방법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독일 바이엘은 신풍제약에 특허권을 수십만 달러에 사려고 했지만, 신풍제약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국제적으로 연합해서 물질특허를 도입하게 압력을 가했고, 합성법이 아닌 화학적으로 제조되는 물질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물질특허제가 1987년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독일에서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약을 개발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가 말 그대로 큰코다친 것이다.
타미플루 개발과 신풍제약의 구충제 개발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고, 초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만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2019년 11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 시판승인을 받았다. 기존에 나온 약을 1~3개 복용해도 치료가 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에게 엑스코프리를 투여했을 때 12주 동안 28%가 전혀 발작이 생기지 않았다.” p268

2001년부터 기초 연구를 했고, 임상 시험과 인허가 과정을 모두 거쳐 개발되었다고 한다. 후보 물질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이고 FDA에 제출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국내기업이 자력으로 FDA 신약승인을 받은 첫 사례이다.
하지만, 외국 경우, 훌륭한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도 주목받지만, 그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노벨상을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SK바이오팜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의 경우는 신약 개발에는 항상 제약사나 CEO가 거론될 뿐 연구원들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국내의 암울한 현실도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지만, 그 꿈을 이루었을 때 조명받지 못하는 현재의 한국은 안타깝고 답답하다. 

2015년 개똥쑥에서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은 투유유屠幼 幼라는 중국 여성 과학자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연구를 지시하고 국가 주도로 개발했다고 마오쩌둥이 노벨상을 받을 수는 없다. 외국에서 개발된 신약개발 역사를 보면 제약회사보다는 실무를 담당한 인물을 중심으로 보도한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끈기를 갖춘 과학자가 없으면 신약을 만들 수 없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성과를 낸 과학자를 조명해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앞으로 언론의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기대한다. p270

<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는 약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사실들을 더해줌으로써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 청소년에게는 꿈을 관련 종사자에게는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며, 암울하고 답답한 국내 과학계의 현실을 비판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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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21-11-30 2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 정말 바쁘시죠?
이 시간에 글을 올리시는 것 보니, 정말 바쁘신것 같아요ㅎㅎ저도 요즘 그러고 있거든요ㅎㅎ
저 또한 정신없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달고 싶은데, 초딩님이 글을 올리고 시간 경과가 많이 되면 바쁘셔서, 댓글을 달아도 , 잘 못보시는 것 같아, 자꾸 대화를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반가운 마음에 후딱 인사만 남기고 갑니다.
후에 리뷰 다시 읽고 돌아오겠습니다~!
항상 건강관리 잘 하셔야 해요~!!!

초딩 2021-12-01 00:32   좋아요 3 | URL
ㅜㅜ 에고 요즘 바쁘네요 정말 ㅜㅜ 잘 지내시죠? 저도 무척 반가워요~
맑음님도 건강관리 잘 하시고요!
저도 다시 읽겠습니다~
혼자 11월이라고 마감을 치고 있어요 북플에 흐.
굿나잌이요!

scott 2021-11-30 09: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개똥쑥 피부에 좋은^^

초딩 2021-12-01 00:33   좋아요 2 | URL
ㅎㅎ scott!님 피부^^
얼마전에 클래식이 너무 좋아서 scott님 포스트를 한 참 돌아다녔어요 ^^
평소에 좀 더 자주 저장해둘껄 ㅜㅜ 이러고요.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12-01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신풍제약 이야기에 눈이 반짝^^
스페인 독감 이라는 명명을 일부러 피해가시는 분들에게서 저 말씀 많이 들었는데 이 책에도 나오나봐요^^
 
[eBook] 세상을 바꾼 플랫폼 성공 비법 - 고객의 비즈니스 가치를 연결하는 플랫포머
김성겸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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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기타 제조 기업인 펜더(Fender)는 2008년에 미국에서 145대의 기타를 판매했지만, 10년 만에 109만 대로 줄었고, 118년 역사의 경쟁사 깁슨도 2018년에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타를 사지 않았다. 정확히는 기타를 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학창 시절 기타를 메고 다니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고 몹시 부러웠지만, 지금 기타를 메고 다니는 친구를 보면 예술 쪽 학교에 진학을 했느냐고 생각할 만큼, 취미보다는 특별함으로 느껴진다.

2015년 CEO가 된 앤디 무니는 나이키와 디즈니에서 베테랑 마케터로 일했었다. 그는 왜 기타가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지 조사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람들은 데이터를 분석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타는 그냥 한물간 아날로그 골동품이 되어가는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추억의 제품으로 여기고 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가 오네 어쩔 수업지'라고 쉽게 단정하고 포기하듯 말이다.

데이터 조사 결과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었다.

기타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겼는데, 신규 고객의 절반이 넘는 수치가 여성 고객이었다.

제조업 당시에 대부분의 고객은 뮤지션이었지만, 현재 고객 중 전문 기타리스트는 10%에 불과했다.

기타 구매 후 3개월 만에 연주를 포기하고 더 이상 기타를 쳐다보지도 않는 고객이 90%에 달했다.

기타를 재구매하는 고객 패턴을 활용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했지만, 기타를 처음 사는 사람이 전체 구매 고객의 45%나 되었다. 한 번 기타를 사며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기타는 더 이상 치지 않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이다.


"초보자들이 기타에 그렇게 많이 도전하고, 그렇게 빨리 포기하는지 몰랐다. 5년간 팔린 기타의 절반을 여성이 구매했다는 사실에 회사의 모든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p97


통계 분석을 하고, 온라인 학습 대세를 고려해 미디어 강의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고객의 속도에 맞춰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은 특별히 여성 고객에게 적중했고, 코드를 모두 외우고 난 뒤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 하나를 외우면 그 코드로 최신곡을 짧게 칠 수 있게 했고, 영상 길이도 2분 내외로 정했다.

그렇게 출시한 앱이 펜더 플레이 Fender Play - Learn Guitar 이다.


Fender Play - Learn Guitar

매달 9.99달러를 내면 기타 강의를 무제한 구독 할 수 있다. 오프라인 학원이 20 ~ 30만 원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다. 무제한으로. 거기에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집에 머물며 악기를 배울  여건이 더 만들어졌다.

2017년 앱 출시 때 5억 달러였던 매출이 2019년에는 6억 달러로 늘었다.


그리고 202년 3월과 4월에 공장을 닫았어야 했지만, 펜더 앱의 활약으로 2020년 매출은 2019년보다 17% 증가한 7억 달러다.


Despite having to close factories in March and April 2020, Fender finished the year on a high of $700 million. Nearly 17% more than what was achieved in 2019. This success can be partially attributed to the new Fender Play App, through which the company ran special promotions in 2020.

Guitar Sales Statistics (2021) – Most Recent Guitar Industry Data!


펜더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서 기타를 배우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약진했다.


<사진은 오래전 서울역에서 찍은 것이다>


그래도 플랫폼 Platform 이란 무엇일까? 원래 뜻은 기차역의 승강장을 뜻한다. 플랫폼은 자신이 원하는 기차를 기다렸다 탈 수 있는 곳이다. 이 의미가 비즈니스 산업으로 확대되어 수요자인 고객 (승객)과 공급자인 제품 (기차)를 연결해주는 환경을 가리키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음식점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좋은 예이다. 산업의 인프라처럼 플랫폼은 수요자나 공급자를 위한 기반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고, 또한 공유된다. 배달을 위해 식당마다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배민이나 요기요의 잘 갖추어진 주문 시스템을 이용한다.

배민이나 요기요처럼 다른 업체들을 담는 경우도 있지만, 카톡처럼 자사의 여러 서비스를 담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이나 백화점처럼 여러 소매상 retail을 담는 것과 같은 이 플랫폼은 무작정 만들면 될까? 팩데믹이 모든 것을 가속화시키니 그 파도를 타고 파고의 정점에 올라탈 수 있을까?

펜더처럼 정확한 시장 데이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가구거리처럼 가구 업체들이 모두 모여있을 것을 원할 수도 있지만, 인테리어 업체와 각종 가구점이 모두 총 집합되어있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답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것이고, 기존에 없는 형태여서 분석할 데이터가 없다면 시뮬레이션을 해보거나 MVP (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어 타깃 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A minimum viable product (MVP) is a version of a product with just enough features to be usable by early customers who can then provide feedback for future product development.

Wikipedia - Minimum viable product


<세상을 바꾼 플랫폼 성공 비법>은 실리콘 밸리의 경영서처럼 많은 사례들을 다루고, 저자의 각 플랫폼에 대한 통찰력 (insight)를 즐겨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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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1-11-2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십대 때 베이스 배우고 싶은데 베이스 부터 안하고 사루비아 통기타부터 하다가 아 난 음악 영 아니구나 싶어서 치웠거든요? 그 기타 줄을 안 풀러놓고 새까맣게 몇년을 방치했더니 뒤틀리고 휘어져 버렸어요.;; 지금도 책장과 책상 사이에 파묻혀 있는데 사루비아에게 참 미안하게도 펜더 플레이 앱이 멋지게 느껴지는데 만약 다시 배우면 이 사루비아를 처분하게 되겠죠? 관리 소홀로 뒤틀리게 만들어서 넘 미안하네요. ㅠㅠ

희선 2021-11-26 0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타를 산 사람에 여성이 많고 샀다가 그만둔 사람도 많군요 혼자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그렇겠습니다 그걸 알아보고 기타를 배우게 해주다니, 그런 거 좋아할 사람 많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1-11-26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글 보니 기타를 다시 배워보고 싶어지네요 ㅋ 초보자중에 저도 포함되어 있는것 같아요 😅
역시 기본은 데이터군요~!!
 


짐 콜린스 (Jim Collins)다. 세계 3대 경영서 중의 한 권인 <Good to Great>의 저자이다. Good to Great의 주요 이론 중의 하나인 플라이휠 (Flywheel)을 제목으로 한 짐 콜린스 책들의 핸드 가이드북같이 <플라이휠을 돌려라 (Turning the Flywheel)>이 나왔다.

기업 경영에서 플라이휠을 돌린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 물론, <Good to Great>를 읽으면 자세히 알 수 있지만,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읽어야 한다. 나는 처음에 <Good to Great>를 소개받았을 때, 번역서가 없는 줄 알았다. 어떤 계기가 되어 하루 밤을 새워서 그 책을 거의 다 읽었지만, 위키피디아의 플라이휠을 읽어봐도 공학적인 내용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Flywheel (wikipedia)

A flywheel is a mechanical device which uses the conservation of angular momentum to store rotational energy; a form of kinetic energy proportional to the product of its moment of inertia and the square of its rotational speed. 

플라이휠은 회전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angular momentum conservation(각운동량 보존)을 사용하는 기계 장치라고 한다. 그리고 관성 운동과 회전 속도의 제곱 곱에 비례한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회전하는 운동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을 저장하기 위해 "각운동량 보존"을 이용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각운동량 보존 법칙(law of angular momentum conservation)

운동량 보존의 법칙과 함께 역학에서 중요한 법칙으로, 각운동량 보존에 대한 법칙이다. 즉 회전하고 있는 물체는 외부로부터 회전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물체의 각운동량이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


회전하는 물체는 외부로부터 회전력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작용이 없으면 항상 일정하다는 말이다. 물론, 마찰이 없다는 가정일 것이다. 이 말로 다시 정의를 풀어보면,

플라이휠은 회전하는 물체는 항상 일정하게 운동량을 보존한다는 것을 이용해서 회전 운동 에너지를 보존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관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엔진의 피스톤-실린더 왕복 운동을 플라이휠에 전달해서 고른 회전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러 개의 실린더가 폭발하면서 플라이휠에 운동 에너지를 전달해서 회전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원판이나 팽이를 계속해서 때려 회전 운동을 가속하는 것과 같다.


a form of kinetic energy proportional to the product of its moment of inertia and the square of its rotational speed. 

그리고 플라이휠은 관성 운동과 회전 속도의 제곱 곱에 비례한다고 하니, 힘이 가해져 점점 빨라지면, 관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플라이휠에 계속 힘을 가하면, 플라이휠이 점점 더 빨리 회전하면서 운동에너지가 증가하고 쉽게 멈추지 않게 되는 것처럼, 기업 경영에서도 플라이휠과 같은 원판을 찾아 꾸준히 힘을 가해 멈추지 않고 점점 더 성장하라는 것이 '플라이휠을 돌려라'이다.

플라이휠의 에너지가 관성과 속도의 제곱 곱이라는 것은 플라이휠의 초기 에너지는 아주 작다는 것이고, 그것은 가해진 힘도 미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을 계속해서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업에서 큰 목표를 얻기 위해 그 목표에 맞는 큰 활동을 할 수는 힘들지만, 그 목표를 위해 작지만 꾸준하게 활동하라는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냅킨에 그렸다는 플라이휠이다.

더 많은 제품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팔려는 비전이 있다)이 있고, 가격이 더 낮을수록, 고객의 방문은 증가하고, 고객이 증가하면 소개를 통해 새로운 고객이 더 방문하고, 구매가 늘어나니 점포와 배송망이 늘어나고, 점포와 배송망이 늘어나면 대량으로 제품 배송을 처리하니 물류비 고정비가 줄어들고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영업 이익이 늘어나니 다시 처음으로 더 많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은 꾸준히 제품군을 확대했고, 낮은 가격을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해서 성과를 이뤘고, 배송비 무료와 같은 아마존 프라임 등의 매혹적인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고객 감동과 그를 통한 구전 마케팅을 잘했다. 또한 물류 시스템에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를 도입해 물류비를 꾸준히 낮추고 있다.

즉, 그들은 거대한 플라이휠의 각 요소에 팽이에 채찍질하듯이 꾸준히 힘을 가하고, 거대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또 거듭나고 있다. 이제는 그 모멘텀이 지구가 돌아가 갈 것만 같다.


짐 콜린은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나 개인에도 플라이휠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

꾸준함이 답이라고 한다. 거기에 자신의 플라이휠을 찾아 각 요소들에 대한 활동을 꾸준히 할 때, 그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회전력을 가지고 거대하고 빠르게 멈춤 없이 돌아갈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식당에서 냅킨 위에 플라이휠을 그린 것처럼, 흰 종이를 꺼내 놓고 자신만의 플라이휠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목표를 가지게 되면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할지 구상한다. 그 구상의 각 활동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 활동이 다음 활동이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체인을 그려보자.

피스톤-실린더 운동이 계속해서 플라이휠에 힘을 가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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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1-21 12: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짐 콜린스의 저 책 계속 나오는걸 보니 꾸준히 읽나봐요! 저 취업할때 자기소개서 쓰면서 많이 인용했었던거 생각납니다ㅋㅋㅋ

초딩 2021-11-21 13:18   좋아요 3 | URL
ㅎㅎㅎ 역시 한발 앞서는 미미님이세요 :-)

페넬로페 2021-11-21 1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짐 콜린스
기억하겠습니다.
딸아이에게 알려줘야겠어요^^

초딩 2021-11-21 13:20   좋아요 4 | URL
미미님 이야기 하신 것처럼 면잡이나 업무에서 짐 콜린스 언급하면 많이 먹고 들어가는 것 같어요 :-)

새파랑 2021-11-21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프 베이소스가 그린 넵킨 그림은 왠지 어려운 말은 아닌거 같은데 저런 원동력이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군요. 왠지 북플의 플라이휠도 만들수 있을거 같아요~!!

mini74 2021-11-21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왜 자꾸 상모돌리기가 생각나죠 ㅎㅎ그래도 초딩님 글 읽으니 뭔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고 *^^*
 
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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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아름답게 찬미해서 읽는 이에게 노년을 기다리는 설렘을 주는 책이 얼마나 될까?

'시몬 드 보부아르'가 노년에 대해 논하였다고 하지만, 책 표지에서 한껏 진지함과 명석함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듯한 그녀의 인상은 노년을 대표한다기보다는 아직도 젊다는 것을 억지스럽게 보여주려는 것으로만 보인다.

우리의 새 소설이 그 '노년'에 대해 설렘을 갖게 해준다는 것은 신선함을 넘어, 디오니소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고대 철인부터 시간도 물질의 상전이인 것을 밝혀내고 있는 현대 물리학까지 풀지 못하고 더 아리송한 질문만을 할 수밖에 없는 '죽음' 이전의 '노년'을 받아들일 만 한 것으로 인식시켜주는 것은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고 초반에서 중반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동안, 노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모두가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도 문득 고뇌에 빠지는 '죽음'과 그 '죽음' 이전의 '노년'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이 책은 '동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혼불문학상

1998년 12월 세상을 떠난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崔明姬)의 문학 정신을 후대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한국 문단의 미래를 짊어질 문학인들의 초석을 다지는 한편, 심화된 한국 소설의 연구 발전을 위해 전주문화방송이 2011년 제정한 대한민국 문학상이다. 당선작은 상금 5,000만 원을 받으며,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2001년 혼불기념사업회에서 제정한 청년문학상과 혼불학술상 2개 부문도 통칭하여 혼불문학상으로 불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혼불문학상 [魂─文學賞] (두산백과)


이번 11회는 수준이 미달이라는 둥, 결선에 오른 작품들의 한계가 이렇다 저렇다는 말을 했지만,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혼불문학상'이 거룩해 보일 지경이니, 이 작품은 전주문화방송에게 큰 효자임에 틀림없다.


다시,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왜 노년을 기대하게 되었는 지로 돌아가 보자.

'노년'. 늙었다. 젊지 않다. 효율이 떨어진다. 근육은 늙음에 덜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어느 나이대가 넘어가면 급격히 쇠락하는 것 같다.

어느 토요일 수영장에서 모두들 제일 오른쪽 레인에서 오랫동안 자유형을 하고 계시는 분을 봤다. 70인지 80인지를 넘으신 분인데, 거의 한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쉼 없이 자유형을 하고 계셨다. 모두들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수영을 몇 개월만 열심히 한 20-40대는 그 속도로 한 시간 이상 수영하는 것이 유별나지 않다.

'운동'에서 '노년'은 더 서글프다. 운동의 매력에 빠지는 30대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이라는 후회에 빠진다.


첫 번째 구미를 당긴 것은 '은퇴'였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갑자기 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자존감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들렸다. 내가 요즘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그저 부러운 것일 수도 있다.

매일 출근해서 온종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지고, 그런 날들이 끝없이 반복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시간에 질식할 수도 있겠지만,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 풀어야 할 매듭들이 가득하다면, 더욱이 그 과정에서 그동안 미처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알고 있던 것 또한 새롭게 재 발견한다면, 그것은 정말 제2의 생을 살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

마흔한 살에 쓴 청년일지, 그리고 그 청년일지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써두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그는 미래의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써 내려가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실하게 살아온 새로운 삶을 은퇴하며 약속했던 일들을 하며 다시 또 새로운 생을 시작한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플라멩코를 배우고, 전처와 함께 기억 속으로 밀어버렸던 딸을 다시 만나고.

이혼 후에 재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청년일지에 쓰인 대로 자신이 버리고 다시는 찾지 않았던 이제는 마흔이 된 딸을 다시 찾으러 나설 때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온전하지 못한 가정의 가부장적이고 무책임한 늙은이의 이야기로도 생각했다. 지금의 그 행복한 가정에도 딸이 있으니 그 의도함이 너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했다.

재회한 딸을 만나기 전 그동안 지급하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하면 어떻해야 할지를 걱정하는 모습에는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야박하고 더 읽고 싶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고, 딸과 화해해나가는 모습은 스크린 넘어가 아닌 이쪽 편의 드라마였다.


수상소감에서 저자가 밝힌 소설의 배경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자가 열여섯이고 저자의 아버지가 마흔둘이셨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아버지의 이름을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부여했다. 이야기를 지어내듯이,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소설 속 아버지를 그려나갔다고 한다.


"아버지 없이 자라는 동안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의지한 모든 분께 노년의 삶을 상상할 여유를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버지를 잃은 모든 분께 아버지를 상상할 기회를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

아빠 나 잘했어? 나로 인해서, 아빠 행복해?"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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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9 0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는게 싫지만 노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라니~! 근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면 하루가 너무 길거 같은 생각도 들어요 😅 아버지의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했다니 뭉클하네요 ㅜㅜ 얼마나 그리웠으면~

초딩 2021-11-21 11:30   좋아요 2 | URL
저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출근길에 눈물 범벅되어서 엄청 ㅜㅜ 힘들었습니다.
는 부어 출근하면 안되니 ㅜㅜ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돌이 2021-11-19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노년을 정말 정말 기다리거든요. 이놈의 직장생활 진짜 너무 오래돼서요. ㅠ.ㅠ 일보다는 돈을 벌지 않는 삶이 너무 너무 살아보고 싶어서요. 이 책이 노년을 기대하게 만든다니 더더더 저에게 필요하겟네요. ㅎㅎ 근데 딱 걸리는거 저 아버지가 예전에 외면했던 딸을 찾아가는거요. 저는 솔직히 딸의 입장에서 과연 그렇게 화해하자고 찾아온 아버지가 반가울까 싶어지네요. 저같으면 사과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거 지나치게 아버지의 입장만 반영한게 아닌가 싶어서요. ^^

베터라이프 2021-11-20 15: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이 쓰신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제 노년이 어떨지 가끔 상상해 보곤 하는데 여전히 책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ㅋㅋ (초성체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요 지점에선 써야겠어요) 제 삶에서 책이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되었으니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나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 그리고 초딩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1-11-26 0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년의 삶을 기대하게 하는 소설이라니, 그런 소설도 있으면 괜찮겠네요 소설 속에는 나이 든 사람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지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생각나지만... 이 소설은 현실도 생각하게 할 듯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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