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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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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렇게 오랫동안 읽을 줄은 몰랐다.
100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내 자신에게 참을 수 없었던 것처럼,
100년하고도 100일 동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었다.


"콜롬비아의 세르반테스 (그 돈키호테의 작가)",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으로 불리우는 마르케스는 이 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이라는 노란글씨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작가를 20세기 최고의 만담꾼으로 칭송하고 있어 살짝 기대를 하며 책장을 넘겨갔다.


그런데,
올 겨울에 유행 지난 군고구마와 밤을 집앞 대로변에서 팔아도 손색 없을 것 같은 할아버지의 미소를 가진 마르케스의 흑백사진 몇장 뒤에 갑자기 나타난
조금 촌스럽고 또 조금 구수해보이는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

사소한 감정들을 느끼고 넘겨버린 이 페이지를 책의 중반이 지나기도 전부터
이름 모를 종교단체에 빠져 곧 다가올 세상의 종말에 구원받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서 얻은 티켓을 온몸으로 기도하며 들여다 보듯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호세 아르카디오", "아우렐리아노", "아우렐리아노 호세",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 "호세 아르카디오", ... 의 수 없이 조상의 이름을 반복하며 잘 죽지 않는 부엔디아 집안의 이야기를 읽으며 몇번을 들춰 봤는지 모른다.


기이하고 또 익살스러운 1928년 생 콜롬비아 작가님께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 엄마대신 "연구"라고 말했을 것 같은 문학 비평가들과 학자들이
건기에 아주 오랜만에 (100년이라고도 해보자) 맹수들이 먹고 남긴 사냥감을 본 하이에나나 독수리처럼 달려들어
파헤치고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들과 실험의 장을 담아 두셨다.


식민지로 지배와 억압을 받은 콜롬비아 역사를 조명했다거나
역사는 진실과 멀고 권력을 장악한 지배 계급이 조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포스터모던 역사이론과 밀접하고
이야기 (소설)가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메타픽션에 해당하고, 그래서 문학의 자의식 문제를 다뤄서 포스터모더니즘 문학과도 밀접하고
뱀의 혀는 울고 갈만큼 현란한 사실성에 푹 빠져서 집시들이 가져온 하늘을 나는 양탄자의 등장은 새로나온 자동차 모델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게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라는
이 모든 똑똑한 하이에나들의
배불리 하지만 조금 급하게 먹고나면 반듯이 트림을 한다는 원리와 형식과 같은 해설을 몇 번을 읽어도
무엇인가 허전한 구석이 있었다.


.
.
.
유사한 이름들이 너무 많이 나와 치매 예방에 정말 좋을 것 같은 이 책은
홍수가 나면 4년 11개월 정도는 나줘야 직성이 풀리는 거침 없는 확장의 이 책은
20년 동안 수 없이 내란을 일으키고 그 동안 17명의 아들 정도는 낳아도 평범한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을 우리에게 말해주려고 노벨문학상까지 탔을까?
.
.
.


고.독.

그 것을 말해주려고 했던 모양이다.

더듬이만 닿아도 전뇌가 공유되어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개미가 아닌,
우리 인간의 그 깊고 짙고
때로는 시지프 신화처럼 끝 없는 반복이 어리석어 보일만큼 묻어 있어 한심해보이기까지 한
고독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 같다.

향기로운 꽃 향기를 도취되어 맡듯이
마술적 리얼리즘에 잔뜩 취해
너무 깊어 빠진 것인지 헤어나온 것인지 도대체 분간할 수 없는 심연의
너무 슬퍼서 이제는 짜고 뜨거운 눈물은 다 말라서, 절대 멈출 수 없는 마른 눈물만 흘러나오는

그 고독을 맛보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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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08-29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년동안의 고독,,,,, 그 긴긴여정의 이야기를 인내와 첫페이지의 가계도만 의지하며 읽어나가다가,,, 최후의 마지막 한 장에서 무릎치게하는 그 반전같은 마법ㅋㅋ
긴 여름끝의 강렬한 소나기같이 시원해졌다고 해야하나,,, 봄볕에 나른하게 졸다가 얼음 바켓을 뒤집어 쓴 상쾌함,,, 그 마지막 한 장이 그랬어요ㅋㅋ ˝콜레라시대의 사랑˝도 마지막 대사에서 무릎치게하는 마술과 리얼의 살벌한 줄다리기가 좋았어요ㅋ 전혀 어울리지 않은 상극인 두 단어,,, 마술과 리얼이란 말을 이렇게 잘 버물려 놓는 작가라니ㅋ 쓰신 글이 재밌고, 공감되고,,, 잘 읽고 갑니다 좋은 책이 많아 덕분에 또 책 구입비가 초과하겠네요ㅋ

초딩 2016-08-30 12:13   좋아요 0 | URL
폭풍 라이크와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마르케스 찾기 2016-08-3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분들의, 어느 글이건,,, 와닿는 부분만 좋아요를 누르려했건만ㅋ 다,,, 어디 뺄 것 없이 다들 공감되고 좋은 책들 뿐이라,,
읽고 싶은 책만 늘어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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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헤이리 포레스타 녹색 테이블에서~>

 

 

어느 날 아이가 나도 모르게 자라서

"유신 정권이 머야? 무신 정권도 있어?"

라고 물어보면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네이버링으로 "어 잠깐만~"으로 겨우 번 시간 안에

답을 명쾌하게 못찾아

시간을 벌 말과 답을 함께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정말 요즘 나온 책 같지 않은 다소 구린 표지 디자인과

두꺼운 종이나 금박, 은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재활용지로만 만든 것 같은데, 가격은 무려 2만원에 가까운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를 사서 읽게 되었답니다.

 



정치와 종교의 "색깔"이 들어가게되면,

으레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그러다 앨코홀이라도 들어가는 날엔

무한 반복의 반복의 시간이 도래하게 되는 것을 잘 알고 또 보아와서


평소 그 두 분야에 대해서는 무색으로 일관되게 지낸답니다.

사실 두 분야를 논할 만한 얄팍한 지식 조차도 전 없답니다. -_-;


무튼~

전 정말 순수하게 제일 첫번째 이유를 선봉에 세워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좀 알아보려고 책을 들었는데,

책 표지의 "나의"가 왜 흰색으로 강조되었는지 알았어요.


100명의 역사가가 있다면 각자의 100가지 조금씩 또는 많이 다른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이죠 :)




이 후기를 쓰다 책을 다시 뒤적거리면서 발견한 아래 문장을 좀 더 주의 깊게 봤더라면,

한국현대사의 다른 책을 샀겠다 싶었어요 :)


"이 책에는 독자들이 모르는 사실이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_-; 전 그런 독자가 아니었어요 ㅜㅜ


그리고 저의 그런 후회를 아래 볼드체가 쐐기를 박아 주었답니다.

"사실을 많이 담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잘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말하려고 노력했다."



1/3지점까지 작가님의 엄청난 많은 생각들을 끊임없이 듣다보니,

충혈된 제 눈은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하지만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들은

"한 번에 3줄씩 읽기 신공"을 시도하고 있었어요. lol

"이러면 안돼!"라고 정신을 가다듬고,

정말 400여페이지를 마라톤하듯이 완주했어요. orz...




색깔이 있고, 중요하고, 또 꼭 짚고 넘어가야할 많은 일들과 인물들을 다룬 책인데,

제가 ㅜㅜ 너무 모자라서

이런식의 후기밖에 쓰지 못하네요.



한국현대사를 잘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

역사책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혼줄이 난 이야기였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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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베고자는남자 2015-06-0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리뷰에 상당한 공력을 쏟으시네요. 그만큼 책도 전력을 다해 읽으시는 것 같아요. 단 한권이라도 나를 던져서 말이죠. 전 바쁘기도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게을러서 대충 읽도 대충 몇 자 적는 것도 벅차답니다. 이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요...
 
탈무드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3
이동민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금 얇은 감이 있고, 삽화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핸드북용 탈무드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마지막 장 탈무드 소개도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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