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의 귀향.꿈의 노벨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7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모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로 내가 카사노바인데, 그 보잘것없는 늙음의 법칙이 왜 내게도 적용돼야 하는가‘ 나이들어 성적 매력이 사라져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53세의 카사노바와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한 부부의 숨겨진 욕망을 통해 결혼과 에로스적 욕망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티오피아 단세 모모라_M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티오피아 커피지만 산미가 강하지 않아 편안하다. 원두 소개글에는 고소함이 없다고 나와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소함과 향긋함이 잘 어우러진 밸런스가 좋은 커피이다. 원두 크기도 균일하고 단단해서 고급진 느낌. 요즘 알라딘 커피가 참 맘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그림 / 열린책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칠레의 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no 1953~2003)가 2000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나는 지금 죽어 가고 있건만 아직도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다. 나 자신과는 평화롭게 지냈는데. 그저 묵묵히 평화를 누렸건만. 그런데 느닷없이 이 일 저 일 떠올랐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칠레의 밤>은 세바스티안 우루티아 라크루아라는 신부이자 문학 평론가가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종의 회고록이다. 


소설은 1970년 선거에 의해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한 아옌데 정부, 정부의 개혁 정치에 대항해 일어난 군부 쿠데타 그리고 17년간 이어진 피토체트의 독재를 배경으로 한다. '이바카체'라는 필명으로 문단에서 활동한 한 사제의 고백(혹은 자기 변명)을 통해 칠레 문학과 지식인들의 위선을 고발하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씁쓸하다.


일례로 1973년 쿠데타가 성공하고 이바카체에게 수상한 두 남자가 접근, 피토체트와 몇몇 장군들에게 마르크스주의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함) 

10주에 걸친 강의를 끝내고 이바카체는 이 사실을 동료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이 일이 자신의 문인으로서의 경력에 해가 되진 않을지를 걱정하며 '침대에 대자로 누워'(p.116) 우는데, 나는 이 장면이 참으로 기가 막혔다. 처음에는 독재자 피노체트를 도왔다는 어떤 양심적인 가책으로 괴로워 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읽으니 자신의 알량한 문학 경력에 누가 될까 두려워 흘린 눈물이었던 것. 그것도 대자로 누워서. 참으로 추하고 역겹지 않은가!

더 이상 중압감을 견딜 수 없었던 이바카체는 이 사실을 자신을 키워준 문단의 권력자 페어웰에게 말하는데 웬걸, 페어웰은 '권력의 영역에 예기치 않게 진입한'(p.117) 그에게 오히려 질투심을 느끼는 게 아닌가!

이후 모든 문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누구도 이바카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 철권통치와 침묵의 시절 오히려 많은 사람이 서평과 평론을 끈질기게 계속 발표하는 나를 예찬했다. 많은 사람이 내 시를 칭송했고! 여러 사람이 내게 접근해 부탁을 했어! 나는 추천, 칠레식 호의, 소소한 경력 포장 등을 남발했고, 덕을 본 사람들은 내게 영원한 구원을 얻은 듯 감사했어!"(p.125)]


이 외에도 참으로 기가 막힌 일화가 또 있는데, 길지 않은 소설이니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칠레의 밤>은 문학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했던 작가의 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이다. 정치와 문단의 권력에 기생해 타락한 지식인들을 보여주면서 '문학은 어디에 있는 걸까?'(p140)라는 질문을 던진다. 천박한 문인과 지식인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칠레에서는 이렇게 문학을 하지. 하지만 어디 칠레에서만 그런가.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우루과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 푸르른 영국과 즐거운 이탈리아에서도 그런걸. 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아니 우리가, 시궁창에 처박히기 싫어서,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렇게들 한다고." (p.153)]


이 소설은 총 두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한 문장에서 문단이 바뀐다. 


"그 후 지랄 같은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늘 역사와 함께'(p.154)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쏟아낸 고백, 그러나 마지막에 남은 건 '지랄 같은 폭풍'이다.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성공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자살하자 이바카체가 내뱉은 말은 "참 평화롭군."(p.100)이었다. 그와는 참으로 대조되는 그의 마지막 모습, 마침내 자신의 위선과 비겁한 침묵에 더 이상 평온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4-03-20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볼라뇨 시리즈의 시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K문고에서 사서 정말 허겁지겁 읽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다시 읽게 되었을 때는 또 다른 느낌
으로 다가오더군요.

웰캄 투 볼라뇨 월드.

coolcat329 2024-03-20 23:39   좋아요 1 | URL
이번에 볼라뇨를 알고 보니 참 대단한 작가더라구요. 근데 50세, 한창 작품활동 할 시기에 떠나서 참 아쉬웠어요.
 
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과 의사>는 표제작을 포함 다섯 개의 중단편을 담고 있는 ‘브라질 문학의 거장‘ 마샤두 지 아시스(Machado de Assis 1839~1908)의 소설집으로 결코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를 특유의 해학적인 문체로 보여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4-03-1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관심 생깁니다. 고맙습니다!

coolcat329 2024-03-16 18:07   좋아요 1 | URL
이번에 마샤두 지 아시스의 책을 처음 읽고 맘에 들어서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을 바로 읽었는데, 40쪽에서 포기했습니다.ㅠㅠ 글이 정신산만해서 이해도 안되고 재미가 없더라구요...ㅠㅠ
죽은 사람이 주인공인 점과 작가가 브라질 문학을 대표하기에 기대가 컸는데 이렇게 초반 포기를 하게 되니 좀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Falstaff 2024-03-16 19:24   좋아요 1 | URL
˝나의 차가운 시신을 가장 먼저 갉아먹은 벌레에게 그리움이 가득한 기념품으로 이 사후 회고록을 헌정한다.˝
뭐 이런 헌사가 있는 작품으로.... ㅎㅎㅎ
브라스 꾸바스는 뭐 그렇다고 치고, 그 유령이 살아 생전 사랑했던 여인이 ˝비르질리아˝, 베르길리우스의 여성형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사려면 (저는 딱 십 년 전에 읽어서 당시 가치로) 소주 열 병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야 하는데, 소주 열 병을 마셔서 얻을 쾌락과 책을 읽어 느낄 수 있는 엑스터시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ㅎㅎㅎ 독자가 알아서 해야겠습지요.
하여간 저는 다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4-03-16 21: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ㅋ 헌사 읽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말이에요.😮‍💨
폴스타프님은 이 책이 소주 열 병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셨군요. 폴스타프님 리뷰가 없어서 궁금합니다.

페크pek0501 2024-03-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신, 인간 본성, 아이러니. 제가 끌리는 낱말들의 조합이군요.
책, 검색해 보겠습니다. 사고 싶은 책이 넘 많아욤.^^
 

외롭다, 살고 싶다. 외롭다...계속 되뇌이면서 그 슬픔을 극대화하여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 남자, 빅토르 바통. 아무리 바통이 한심하고 찌질해 보여도 친구를 사귀고 싶은 그 마음만은 순도100%이다.


친구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람, 빅토르 바통의 마지막 독백...너무 솔직해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 - P17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4-03-11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도서관에 들러서 이 책
한 번 보려고 빌려왔답니다.

살까도 싶었지만, 계속해서 책
을 사대기만 하고 못 읽어서요...

coolcat329 2024-03-11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참 사고 싶었는데 얇아서 그냥 빌려 읽었어요. 사놓고 안 읽은 책들만 보면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요.

이 책 저는 참 좋았습니다. 레삭매냐님 소감 기다릴게요.

새파랑 2024-03-11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통이 이 책 표지처럼 분위기 있는 사람이었다면 친구 사기기 쉬웠을텐데...
마지막 문장 너무 공감합니다~!!

coolcat329 2024-03-12 08:26   좋아요 1 | URL
표지 사진도 참 좋지 않나요? 한스 실베스터라는 사진 작가가 1961년 아일랜드의 어느 펍에서 찍은 사진이라네요. 당시 아일랜드 사람들이야말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았다는데, 사진이 소설과 너무 잘 어울려요.
근데 바통보다는 사진 속 인물이 더 잘생겨서 😂

Falstaff 2024-03-11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이 책 읽었습니다. 저는 한 외롭고 가난한 청년의 고독 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는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프롤로그 하나만 읽어도 본전은 뽑고 별점도 다섯 개 줄 만하더라고요. 묘사가 완전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지요.

coolcat329 2024-03-12 08:29   좋아요 1 | URL
와 프롤로그만으로도 별5! 저도 동감이에요.
묘사의 디테일이 정말 훌륭한 작품같아요.
작가가 병으로 일찍 떠나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폴스타프님 리뷰 찾으러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