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가 너무 자기 이야기 같다 하며 읽어보라고 한 책이었다.
오늘 너무 종로 바이브라 갑자기 떠올라버렸다.
바이올렛 때문에, 우리의 아지트 비슷한 것은 한동안 세종문화회관 뒷길 뽀모도로 부터 해서 그 대각선 길이 되었는데… 나는 산이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그 애의이야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 건 두 책 다 아니었지만 그 애가 혼자라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그 애가 사라지고 나서, 스무살이 되고 나서 뽀모도로에 정말 많이 갔다.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고 마늘빵을 시켜 남은 소스랑 먹었다.
내가 죽을 병에 걸렸을 때에도 머릿속에서 2000년의 종로 거리를 유령처럼 떠다니는 꿈을 내내 꾸었다. 그 애와 90년대 말의 친구들과 다 함께. 아직 동자원도 있고 대구 지하철 참사도 일어나기 전 시절로 돌아가니까 꿈에서는. 꿈속에서 죽으면 호상일 것 같았다. 안 들리고 안 보이는데 혹은 세상이 돌아버리게 선명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 꿈은 선명하니까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 때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소설로 썼는데, 내가 아직 안 죽어봐서 이야기가 안 끝난다 ㅋㅋㅋㅋㅋ 내가 죽어야 끝나는 이야기를 썼기에 미완성인데 그래도 당시 소설 쓰기 수업의 선생님이 다행히도 좋은 점수를 주셨다. 그 소설에선 그래도 너를 등장시키지 않았어. 그때 이후로 네 이야기를 쓰지는 않았어. 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너를 등장시켜 비참하게 하는 대신 너를 잊지 못하는 내가 죽어야 끝나는 이야기를 시작해버렸지. ㅋㅋㅋ 비겁하게도 실제 이야기를 많이 끌어옴으로써, 선생님이 사실을 폄훼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건지도.
그래서 그런가, 나의 퇴행은 언제나 종로 바이브로 나타난다. 되돌아간다면 그시절이지만 그 이후의 삶은 별로 살고 싶지는 않다.
애들은 지금 뭘 할까.
내가 끊어버린 인연들과 나를 끊은 인연들도 다 궁금하다.
그래도 그때보다 지금이 덜 고통스럽기를. 너희들의
아이들은 너희들 만나서 우리보단 조금 더 행복해졌기를.
아니 차라리 자기들이 행복한줄도 모르고 철이 없기를.

다시 볼 수 있으려나.

급식카드 쓰지 말고 우리집엔 눈치 보지 말고 당당히 들어와서 먹으라는 착한 짬뽕집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데 저녁은 그 집으로 가서 먹을까 고민중이다. 돈쭐 내줄만큼 여유 있는 것도 아니면서. ㅋㅋㅋ 그 앞에만 가면 눈물이 찡해서 ㅅㅅㅎ아저씨가 생각나거든.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조건없이, 아니 자라서 이 세상에 환원하라는 조건 하에 언플 없이 밥사주는 어른들은 정말 복 받아야 한다.
내가 ㅅㅎ아저씨 나이를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그런 어른이 되지 못했다. 분식집에서 먹다가 급식카드로 먹는 애들인 거 알면서 그 애들 거랑 내거 같이 계산해주지도 못했고, 집에서도 관심 없는 아이들 가르치는 거 너무 지쳐서 두번다시 애들 안 가르친다고 마음 먹었을 정도고. 나는 부끄럽지만 짬뽕집 사장은 너무나 대단한 것이다.

결론이 산으로 간다.

종로 빈대떡 땡기고 버거킹이 땡기고 신경숙 문장이 땡긴다. 이거 참….
메로나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무교동 돌아다니다 김떡순 먹고 싶다. 김떡순의 김은 김치전. 깻잎 들어간 떡볶이에다가. 크….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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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5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5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6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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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미지와 작가의 사유와 그 영화를 보았을 당시의 온도와 작가의 삶과 가족의 이미지가 겹쳐 읽힌다.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도 잘 어우러지는 것은 결국 그 모든 것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오랜 기간 한 편씩 영화보듯 읽었다. 독서할 때 차분해지는 사위를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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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25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작가님 다음 책 기달려요 ^ㅅ^

Persona 2022-05-25 16:08   좋아요 3 | URL
🥳 진짜요. 어나더 책!! ㅋㅋㅋ
문장이 섬세해서 꺼내 읽기 좋은 책이었어요. 🥰
 

돈이 궁하니 주식에 손을 대고 주식으로 식사비가 벌리니 공부가 안 된다.
공시 공부나 주식공부냐 심하게 망설이게 되고.
왜냐면 다음날 장을 준비 하기 위해 저녁이랑 새벽 시간을 장 공부하는데 쓰는데 그러면 장이 서는 오후 9시에서 3시까지 공시 공부도 잘 안 되기 마련이고. 장서는 처음이랑 끝 시간에만 바짝 집중하는 거긴 하지만 중간중간 또 상황도 보게 되고.
돈 벌면서 주식하는 사람들 새삼 대단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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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 쌤 이런 부분이 좋다. 이전 세대랑 말이 안 통해도 존중할 수 있고 화합할 수 있다. 내가 더 기운이 있으니까 더 배려하고 더 맞춰살면 된다. 다른 사람 앞에선 최대한 엄마 아빠 편 들고 남들 앞에서 무안주지 않을거다. 부모 면박주는 자식 치고 정상적인 자식 없는 거 같다.
나도 조심해야지. 맨날 염두에 둬야지.

그분들에게 "대화도 잘 안 되고, 컴퓨터도 잘 못 다루고, 아이돌 이름도 잘 모르고, 와 진짜 구닥다리야!" 하고 말하지 마세요. 그분들은 그런 데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관심은 오로지 하나, 바로 "후세대에게 절대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라는 일념밖에 없었던 분들이니까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바로 우리의 조부모님, 그리고 부모님들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앞만 보고 달려오시느라 주변을 잘 살피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옆도 돌아보고 살아야 해요. 물려받은 이 사회를 잘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다시 물려줘야 합니다. 나누고, 연대하고, 배려하는 사회. 우리 모두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발 더 앞으로 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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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돈을 못 쓰게 되었다고 해서 그냥 버린다면 결국 나라의 돈 한 냥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거야…….˝
하인은 이내 기가 죽었다.
˝또한 대장장이에게 세 낭을 주더라도 그 돈은 살아있는 돈이니나라의 돈이 줄어들 리가 없고 대장장이의 수입이 늘었으니 크게보아서는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이 아니겠느냐?˝
하인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54쪽

정승의 말을 보면 청렴하고 바람직한 위정자인 거 같기는 한데…
나 왜 이런 미담들 읽는 게 쉽지 않지?
때 탔나봐. 반성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나는 백성 시민에 가까워 그런가 싶고. 일단 요즘같으면 불량주화는 언젠가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서 나라에서 새로 찍어내고 폐기하겠지 싶고. 3전 주고 1전 고치는 것이 개인이 할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같다.
육효나 주역점을 나는 팔면 주사위와 육면 주사위로 하지만 척전법으로 할 땐 500원짜리로 한다. 태어난 연도나 귀한 주화를 발견하고 싶지만 아직 발견한 적이 없다. 태어난 연도도 유난히 적게 발행했던 연도의 동전도 아직 쥐어본 적이 없다.
문득 그렇게 흔하다는 상평통보 구해서 육효나 주역점을 쳐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아 이 착한 사람아…
나는 전임자 잘못을 덤터기 쓰는 게 정말 너무나 싫은데 덤터기 써서 내가 잘못 되더라도 일단 기회를 주자고 하네. 책임은 전가하고 공은 가로채는 거 이 두가지가 제일 밉상인 건데.

만약 이 돈을 못 쓰게 되었다고 해서 그냥 버린다면 결국 나라의 돈 한 냥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거야……."
하인은 이내 기가 죽었다.
"또한 대장장이에게 세 낭을 주더라도 그 돈은 살아있는 돈이니 나라의 돈이 줄어들 리가 없고 대장장이의 수입이 늘었으니 크게보아서는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이 아니겠느냐?"
하인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 P54

서로 객기를 부려 지기를 싫어하고 이기기만 좋아하게 되면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만약 저쪽에서 이치에 맞지 않게 내 백성을 괴롭힌다면 나는 백성의 목민관으로서 당연히 비호해야 하겠지만, 저쪽에서 주장하는 일이 공정하고 내 백성이 사납고 교만하여 나를 의지하는 숲으로 삼아 숨으려 한다면, 마땅히 죄를 다스리도록 해야 한다. - P64

만약 전관이 공금에 손을 댔거나 창고의 곡식을 축내고 허위 문서를 만들어 놓았다면, 그것을 금방 들추어 내지 말고 기한을 정하여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 기한이 지나도 배상하지 못하거든 상사와 의논하도록 한다. 또한 전관이 세력 있는 집안이거나 호족이어서 권세를 믿고 약한 자를 능멸하는 자세로 일을 처리하면서 뒷일은 걱정하지 않는 자라면, 강경하고 엄하게 대응하여 조금이라도 굽히지말아야 한다. 비록 이 때문에 자신이 죄를 입어서 평생 불우하게 되더라도 후회해서는 안 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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