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의 이번 책은 코로나에 따른 공간의 미래에 대해 다룬다. 그가 책을 거의 해마다 꼬박꼬박 내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사실 책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 책에도 지난 책에서 다룬 내용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를 공간의 측면에서 흥미롭고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먼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공손하고 겸손하게 전제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그렇다. 여러 요소 중 한 개만 잘못 예상해도 결과는 엉뚱하게 나온다. p7
미래의 예측은 단지 현재의 또 다른 해석에 불과할 수도 있고, 예견했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는 이미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기 바쁘고, 현재를 살아가기 바쁘니 과거에 예측했던 미래에 대한 회고는 부재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예측은 항상 틀린다고.
하지만, 유 교수는 그의 건축 지론인 다양성처럼 다양한 관점 (perspective)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그의 공간에 대한 오브제를 내놓는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p10
8월 15일 대유행 때, 회사는 전격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신규 입사자나 전략적인 TF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했다. 반기는 사람도 있었고, 불안한 사람들도 있었다. 대유행이 잠잠해졌을 때도, 파격적인 재택근무를 병행했고,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원격 근무를 지향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심지어 사무실 출근을 고집했던 친구들도 한 번 재택을 경험하면 재택을 선호했다. 관리자들은 불안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휴먼카인드에서도 더 높은 지능과 더 강한 육체를 가진 네안데르탈인을 호모사피엔스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친밀감 때문이고, 그 친밀감은 서로 잘 모방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 우수한 인재가 있는 집단보다는 우수한 인재는 적어도 집단 내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친밀감은
돌출하지 않은 눈썹뼈 (그래서 표정이 더 다양하다고 합니다), 얼굴 붉히기 (부끄러움 등의 감정 표현), 흰자위 (인간이 거의 유일하게 상대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고), 어른이 되어도 아이 같음이 있는 (왜소한 체격)이라는 유전학적 특성이라고 한다. 결국 이것은 대면하면서 일하는 것이 재택으로 일하는 것보다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 2천 명이 되자 회사는 전격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재택은 선택이 아니고 이젠 강제된 필수가 되었다. 사무실 근무를 고집했고, 재택을 해보지 못했던 나도 재택을 경험했다. 그런데, 나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었다. 재택이 좋았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퇴근과 동시에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아침 수영을 갔다 와도 한 시간 넘는 여유가 있었고, 퇴근해도 즉시 독서도 하고 산책도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곳은 집이다. 사무실 근무 때는 평일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과 주말 48시간으로 일주일에 108시간 머무는 공간이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7일 24시간으로 168시간 집에 머무르게 되어 집에서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 155% 늘어났다. 이 변화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늘려야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집값의 장벽을 넘기 힘들고, 미니멀리즘으로 나 혼자 살기처럼 집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도3농이다.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꼭 농촌이라기보다는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나 제주도 같은 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고 금요일 재택이 끝나면 그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서울과 같은 도시 생활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고, 특히 자녀가 있다면 학군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이니, 평일은 도시에서 살고 일상이 끝나면 지방으로 가는 것이다.
도시에서 평형을 늘리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지방에서 쾌적한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할 수 있을 것이다. 비좁은 서울집의 짐들도 분산시킬 수 있다.
그래도 두 집 살림은 고정비가 증가할 것이고 관리를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도 늘어날 것이다. 어쨌든 세컨드 하우스의 평일 4일은 공실과 같으니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세컨드 하우스를 에어비앤비로 호스트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관련 책 중 평점이 좋은 <나는 집도 없이 에어비앤비로 월세 받는다>를 읽었다. 이 책은 코로나 이전에 쓰인 책이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반지하나 계륵같이 월세를 받는 집을 꾸며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해서 60만 원대 월세 수입을 200만 원대로 늘리는 성공사례와 함께 호스트를 위한 방 꾸미기부터 숙박업 등록 및 운용까지 모든 것을 잘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책의 2/3까지 읽고 나니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연간 만만치가 않다. 거의 펜션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것만큼 신경 써야 하고 손도 많이 가고 사건 사고도 왕왕 있는 것 같다. 즉, 4도3농을 하기 위해 주업을 하면서 세컨드 하우스를 호스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누군가 한 명 더 있어야 했다. 4도3농의 세컨드 하우스 에어비앤비가 현실적이지 않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책을 후루룩 읽고 덮으려는 순간 핸디즈라는 호스트를 대신해서 숙소 청소, 침구 세탁 및 시설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서비스 업체 소개 대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호스트하고, 번 돈으로 청소 대행하면 언제나 새집 같은 곳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공실 위탁 운영까지 해준다!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예약 사이트를 통한 운영 및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p226
물론, 수수료를 지불해야겠지만, 매력적인 것 같다.
유 교수는 이야기한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p305
전 세계가 비행기로 연결되면서 대륙 간 이동 시간이 단축되었지만, 그로 인해 코로나가 지구촌 전체에 퍼져 팬데믹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전염병으로 공간이 변화가 요구된다. 4도3농을 이야기하는 집뿐만 아니라, 사무실, 학교, 종교시설 등도 집합하기 힘드니 더 잘게 쪼개어지고 서로 다른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활용도가 높아져야 한다. 물류 시스템 또한 배송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시티(WovenCity)'처럼 지하에 로봇들만 다니는 도로망을 구축해 그 로봇들이 배송하는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이 먼 미래에서 코로나로 급격히 앞당겨질 수 있다.
이 변화의 안에서 앞당겨지고 가속화된 것들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선택'을 던져주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선택은 19세기 석유와 수소의 결정에서 석유를 선택해 온난화를 겪게 한 것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p321
미래의 예측은 결국 선택의 근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 교수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공간의 관점에서 본 미래상을 우리의 선택을 위해 이야기해준다.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