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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어떤 베스트셀러 소설은 왠지 읽어보고 싶고, 어떤 베스트셀러 소설은 베스트셀러라서 읽기가 싫다. 그 미묘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모르겠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는 베스트셀러 소설이라서 읽어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소설의 장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읽으면 왠지 더 많은 사람이 읽게 된다. 소위 '맛집 효과' 다. <오베라는 남자> 또한 북플에서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이다. 기대이상이었다. 한동안 '오베' 라는 캐릭터가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오베는 멋진 남자였다.
<오베라는 남자>를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세번째 작품 <브릿마리 여기 있다>도 읽어보고 싶었다. 브릿마리는 작가의 두번째 작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에 등장한 재수없는 깐깐한 노인네이다. 두번째 작품에서 브릿마리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읽어보고 싶다.
서론이 길었다. 바로 결론을 말하자면,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재미도 감동도 있었다. 하지만 <오베라는 남자>에는 못 미쳤다. 아마도 내가 같은 남자인 '오베' 라는 캐릭터에 더 많이 감정이입되서 그런것 같다. '브릿마리' 도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러나 왠지 그녀가 입버릇처럼 내뱉은 '하' 라는 단어는 끝까지 적응되지 않았다. 문장자체도 좋은 문장이 많았지만, 너무 수사가 길고 장황한 설명이 늘어졌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작가가 읽어보지 않은 것 같다. 부디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스티븐 킹은 가능한한 최대한 간결하게 서술하라고 말한다. 누군가 말을 하면, 단지 짧게 '누구누가 말했다.' 라고 표현하라고 한다. 하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은 예를 들면 '누구누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라던지 '누구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던지 더 나아가서는 '누구누가 무엇무엇하듯이 말했다.' 처럼 길고 장황한 수사를 반복한다. 작가는 유머를 가미하기 위한 수사였지만 나는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거침없이 빠르게 읽힌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느낌이다. 숨 고를틈도 주지 않는다.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하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속으로는 빨려들어갈 수 없었다. 작가의 서술과 설명이 몰입을 방해한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소설을 읽는 느낌만 든다. 드물게 극적이고 몰입되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적었다.
뭔가 요나스 요나손도 그렇고 프레드릭 배크만도 그렇고 스웨덴 작가들에게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유머를 깃들여서 상황이나 인물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요나스 요나손은 성공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은 실패한 느낌이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소설이 나쁘진 않았는데, 계속 비판만하고 있다. 분명 재미도 감동도 있었다. 그러나 나를 유혹하지는 못했다. 갑자기 시원한 맥주와 스티븐 킹의 소설이 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