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들을 옮겨 적다보니 이 책에 별점 3점을 준 것이 후회가 되네요. 별점 3점을 줬지만, 아래의 문장들은 별점 5만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들은 때때로 저를 감동시킵니다. 그래서 제가 하루키씨를 좋아하는 것이겠죠. 하루키의 글들을 무언가를 깨닫게 해줍니다. 그래서 항상 고맙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읽은 책입니다. 투르게네프의 <루딘>과 <봄 물결>입니다.


 내가 <루딘>을 읽은 것은 대학생 때였고, 십오 년 전의 일이었다. 십오 년이 지나 배에 붕대를 감은 채 이 책을 읽자, 예전보다도 주인공인 루딘에 대해서 훨씬 더 호의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은 자신의 결점을 바로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성향이란 대략 스물다섯 살까지 정해져버리고, 그 뒤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본질을 바꿀 수 없다. 문제는 외부 세계가 그 성향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으로 압축될 뿐이다. 위스키의 취기도 한몫 거들어서, 나는 루딘을 동정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에는 동정심 같은 것을 거의 갖지 않지만, 투르게네프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게는 금세 동정을 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 <87지서> 시리즈의 등장인물에게조차 동정심을 느낀다. 아마도 그것은 내 자신의 인간성에 많은 결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점이 많은 인간은 똑같이 결점이 많은 인간에 대해 동정적이 되기 쉬운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등장인물이 안고 있는 결점은 가끔 결점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결점에 대해 백 퍼센트 동정을 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경우는 그 결점이 너무나도 커서 무감각하게 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p294~295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결점으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 인물들은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너무 뛰어나지만 결점을 가진 인간은 왠지 좀처럼 동정하기 어렵습니다. 



















 주인공은 <루딘>을 읽고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습니다. 예전에 지인이 스탕달의 <적과 흑>을 추천했었는데, 스탕달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열린책들과 믿음사 중 어떤 출판사를 선택할 것이냐인데요. 항상 짬뽕이냐 짜장면이냐처럼 두 출판사 중에서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책은 열린책들이 더 이쁜데 세일즈포인트는 민음사가 많아서 고민됩니다.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당신도 잘 이해할 수 없는 건가요?"

 "어떤 경우에는." 하고 나는 말했다. "훨씬 나중이 되어서야 그것을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때가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도 있었어. 대개의 경우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채 행동을 해버리게 되고 그것이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거야." 

 (중략)

 "하지만 그건 흔적을 남기지. 그리고 그 흔적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더듬을 수 있는 거야.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더듬어가듯이."

 "그것은 어디로 이어지나요?"

 "나 자신에게로." 하고 나는 대답했다. "마음이라는 건 그런 거야.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도 닿을 수 없어."   -p336


 너무 공감가는 글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알기가 힘든 걸까요? 왜 항상 뒤늦게 깨닫는 걸까요? 


 "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하고 살찐 여자아이는 말했다. "사랑이 없으면 세계는 창 밖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아요.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어요. 굉장히 많은 여자를 돈으로 산다고 해도, 오다가다 만난 수많은 여자들과 잔다고 해도, 그런 건 진실이 아니에요. 누구도 당신의 몸을 꼭 끌어안아주지는 않아요." -p421


 누군가가 몸을 꼭 끌어안아주고 누군가의 몸을 꼭 끌어안아주는 것이 사랑이라 정의내려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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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9-07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키의 초기작들은 다 좋아해요~ 이 책도 초기3부작(나와 쥐 연작)보다 어려운 듯도 했지만, 상반된 분위기의 두 세계가 교차되는 게 좋더라고요.
읽은 지 오래 되어 다시 읽고 싶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9-08 00:03   좋아요 0 | URL
저도 쥐 삼부작 좋아해요^^ 요즘 초기작부터 하루키 장편소설 다시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