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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ㅣ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평점 :
"남자는 모두 늑대"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하는 남자 중에 '자기는 제외하고' 라는 조건을 붙이면 99.9 %는 거짓입니다. 이 책 이후로는 "남자 모두 악어" 라는 말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를 포함해서요.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다락방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보고 싶던 책인데 마침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서 빌려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머야, 이런 나쁜 악어들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봤습니다. 하지만, 보다 보니 제 안에도 '악어성' 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여성분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여성문제, 성폭력, 성추행을 다룬 책입니다.
저자의 전략은 탁월했습니다. 남자는 악어로 그리고, 여자는 그대로 인간으로 그렸습니다. 때문에 책을 보는 독자는 여성의 시각에서 상황을 보고 여성에게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악어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사람은 없겠죠? 이 지점이 놀라운 지점이며, 저자의 탁월한 전략이 빛을 발하는 지점입니다. 그동안 삶의 많은 부분에서 여성에게 공감을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성은 남성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갑니다. 여성이 느끼는 불편과 공포, 분노를 느끼지 못하고 따라서 감정이입하지 못합니다.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여성뿐만아니라 약자,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서툽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악어성' 을 여과없이 드러내게 됩니다.
전에 저는 속칭 '바바리맨' 에 대해서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학창시절에 '바바리맨' 을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첫째, 바바리맨이 그렇게 많다는 점이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둘째, 바바리맨이 그렇게 많을 수 있다는 점이 의아했습니다. (어쩌면 둘다 똑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예전에는 폰이 없었겠지만), '바바리맨' 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거나 해서 경찰에 신고하면 그 '바바리맨' 은 평생을 후회하면 살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바리맨' 이 갖는 위험부담은 너무도 컸습니다. 그런 큰 위험부담을 않은 바바리맨이 많다는 사실과, 그런 바바리맨들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지금 깨닫고 보니 이런 생각은 다분히 남성의 시선에서만 바라본 생각입니다. 여성은 '바바리맨' 을 처음 보게 되면, 당황, 모욕감, 수치심, 공포, 분노 등의 감정때문에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될꺼 같습니다. 남성인 저는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 책도 많은 사람이 보아야 할 책입니다. 남성은 여성의 입장을 생각하게 해주고, 여성은 대응책에 대해 알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부끄러운 악어들이 사라지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성은 우리의 어머니이고, 누이나 동생, 혹은 배우자나 딸입니다. 왜 악어들은 그걸 모르는 걸까요? 악어들이 여성을 모욕하면, 그 악어들의 어머니나 딸들도 모욕을 받게 됩니다. 모두가 "악어 프로젝트" 와 함께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