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10점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에밀리 블런트, 베니치오 델 토로, 죠슈 브롤린

장르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일단 북다이제스터님께 감사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님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안 보고 넘어갈 뻔 했다. 놓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영화이다.

 

 나는 평점이 후한 편이지만 10점은 쉽게 주지 않는다. 나에겐 10점이라는 것은 10점 그 이상의 의미다. 10점 이상을 주고 싶은 작품들은 퉁쳐서 10점이고, 좋은 작품들은 9점에서 소수점자리까지 점수를 매긴다. 이 작품은 10점이 아깝지 않다.

 

 이 영화는 여배우 에밀리 브런트 때문에 볼까 했었지만, 영화가 홍보나 노출이 적었던 탓인지, 이 영화가 재밌는 영화, 좋은 영화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배우 에밀리 브런트는 <엣지 오브 투머로우>에서 처음 만난 여배우로 너무나 매력적인 여배우이다. 흡입력이 엄청나다. 극중 역활을 너무나 잘 소화한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감독은 잘 모르는 감독이고, 베니치오 델 토로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시종일관 영화에서 긴장의 끝을 쥐고 있는 남자다.

 

 

 

(여기서부터는 스포를 포함합니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바로 결말이었다. 결말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절망감이란.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했다. '아니, 북다이제스터님은 왜 이 영화를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하셨지? 이런 절망적이고 무자비한 영화를?' 하지만, 결국 나는 이 영화에 10점을 줬고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북다이제스터님의 선견지명에 경의를.

 

 사실 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이 영화와 같은 결말은 싫어하긴 하지만 비극은 먼가 묵직한 여운과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가 끝났어도 쉽게 영화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웰컴 투 후아레즈"

 

 이 영화의 강점은 첫째, 주제의식이다. 아주 불친절하고 현실적이고 잔혹하다. 때문에 이 영화는 아주 리얼하다. 정말로 리얼하다. 마치 정말 비밀작전이 진행되고 내가 그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현장 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아주 공포스럽다.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참여하고 있는 이 작전의 정체도 불투명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려 한다. 마약조직의 잔챙이들 말고, 우두머리를 소탕하고 싶다. 악의 근원을 뿌리 뽑고 싶다.

 하지만, 작전의 마지막에 와서야 모든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참여한 작전은 악을 소탕하려는 작전이 아니었다. 악을 또 다른 악으로 대체하는 작전에 불과했다.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의 보조에 불과했다. 미국정부는 멕시코의 거대 마약조직을 소탕할 수 없다면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관리하기 위해선 관리하기 편한 자를 조직의 우두머리에 두길 원한다. 이 작전은 바로 그런 목적에 의해, 그리고 알레한드로의 복수를 위해 짜여진 작전이었던 것이다. 힘이 없으면 자신의 정의를 관철할 수 없다. 힘이 곧 정의다. 이런 논리로 돌아가는 울타리 밖의 세상. 늑대들의 소굴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우리 현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현실에선 무수히 많은 사람이 섞여서 함께 살아간다. 각자의 정의가 있고, 각자의 목적이 있다. 모두가 모여서 협동과 협조를 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동상이몽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의 정의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옳지 않아.' '옳지 않은 일을 해서는 안되고, 그것을 묵인해서도 안돼!.' 하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는 부정의, 비리, 부조리를 마주한다. 그 때 우리는 우리의 정의를 고수할 힘이 없다. 자신의 정의를 지키고 싶지만, 영화에서 처럼 악은 머리 밑에 총구를 들이밀며 협박한다. "죽던지, 묵인하던지." 묵인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묵인하지 않겠다는 것은 곧 죽겠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곧 자살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누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정의를 관철할 수 있을까? 화가나는 상황이다. 주인공은 결국 그들의 작전을 묵인하고 작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에 싸인한다. 주인공은 그 싸인된 문서를 가지고 돌아가는 알레한드로에게 총을 겨눈다. 나는 속으로 '제길, 쏴버려!!'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깨닫는다. 알레한드로를 죽여도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악은 사라지지 않고, 대체될 뿐이라는 사실을.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비리, 부조리, 부당함과 마주하지만 그 때마다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려고 했다가는 당장에 빈깡통을 찰 것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면 곧 그 부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개인은 무력하다. 시스템이 조직이 언제나 우위에 선다. 절망감을 선사하는 고마운 영화이다. 극중에서 알레한드로는 주인공에서 조언한다. "작은 도시로 전근가게. 아직 법이 존재하는 곳으로." 참 감사한 조언이다.

 

 영화는 이러한 주제의식을 아주 잘 표현한다.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정말로 리얼하게 벌어지는 총격신, 그리고 주인공은 심지어 작전 중에 미끼로 이용당한다. 정말 나도 함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당하는 주인공, 그리고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 또 불명확한 작전. 작전에 투입된 사람들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산전수전 다겪은 프로들이다. FBI 정예요원인 주인공이 미숙한 초보로 보일 정도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런 주인공에 감정이입된다. 주인공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자신의 정의를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이용당하고 조롱당한다.

 

 이 영화는 지극히 리얼하다. 보통 영화가 보여주는 자비나 관용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살려줬으면 싶은 사람도 가차없이 죽인다. 보통 영화에서는 착한사람이나 어린아이, 여자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현실을 미화시키거나 포장하려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잔인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표현하는 개연성과 핍진성를 가진 작품을 좋아한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이라면 이해가 안되는 행동을 하는 순간, 나는 그 영화에 몰입할 수 없다. 영화 <쥬라기 월드>는 그런 면에서 정말 코미디였다.

 

 매우 불친절한 영화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척 좋았던 영화였다. 그리고 묵직하고 불편한 주제의식을 던지는 영화, <시카리오>였다. 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시길. 혹은 절망과 무력감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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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0 0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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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0 18: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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