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벨라루스(국가)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이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기억해두자. 러시아 느낌나는 이름이다.) 벨라루스는 옛 소련 옆의 인구 천만의 농업국가였다. 그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국가적 재앙을 당했다. 그리고 이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작가가 10년에 걸쳐 100명을 인터뷰해 집필한 책이다.

 

 음, 리뷰를 쓰지 않고 이렇게 페이퍼를 통해 책을 추천드리는 이유는 세가지이다. 첫째,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며, 둘째, 이 책을 언제 다 읽을지, 다 읽을 수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빨리 추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셋째, 이 책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세가지라고 했는데 하나로 요약하자면, 이 책이 피로 쓴 책이기 때문이다.

 

 책의 첫부분에 저자의 독백인터뷰를 읽으면서 곧바로 이 책은 충분히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책은 피로 쓴 글, 피로 쓴 책이다. 피가 서려있다. 그 피는 아직 채 마르지 않았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직 피로 쓴 글만 사랑한다. 글을 쓰려면 피로 써라.” 니체의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피로 쓴 글이다. 때문에 읽기가 너무 힘들다.

 

 100명의 인터뷰 내용이 한 명씩 차례차례 쓰여져 있다. 그런데, 첫번째부터 장난이 아니다. 너무나 슬프다. 너무나 너무나 슬프다. 말도 안되게 슬프다. 첫번째는 조금 부드럽게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이보다 슬픈 일화가 있을까봐 겁난다. 못 읽겠다. 용기를 읽어서 다시 읽어본다. 두번째 인터뷰, 세번째 인터뷰, 네번째 인터뷰... 못 읽겠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어떤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이 책을 다 읽었을까 궁금하다. 읽고 싶다. 하지만 못 읽겠다. 두렵다.

 

 요즘 난 울보가 되어버렸다. 슬픈영화를 보면 운다. 몰입이 너무 잘된다. 슬픈 책은 다행히 안 본 것 같다. 그런데 임자 만났다. 이 책 너무 슬프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살짝 책을 들춰봤는데 너무나 슬펐다. 울 것 같아서 얼른 내려놨다.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과거를 쓰고 있지만, 가끔 미래를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나도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과거를 읽고 있지만, 어쩌면 미래를 읽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담하건데, 분명 언젠가 또다른 원전사고가 있을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에 터졌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에 터졌다. 불과 삼십년도 안됐다. 향후 50년 혹은 향후 100년 안에 또 원전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보통 원전시설은 진도 8.0이상의 강진에도 끄덕없게 지어진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지진의 진도는 9.0이었다.

 

 원자력 발전 분명 경제적이다. 그리고 충분히 안전하다. 효율적이다. 하지만, 세상에 대가 없는 것은 없다. 언젠가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가를 거둬갈 때는 마치 세금처럼 철저하게 거둬갈 것이다. 언제 얼만큼 거둬갈 지 모르지만, 거둬갈 때는 인정사정 없이 걷어갈 것이다. 원자력은 인류가 다루기에 너무 위험한 것이 아닐까? 진도 8~8.9의 강진은 1년에 1건, 진도 9.0의 강진은 약 20년에 1건 발생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아슬아슬한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진이 원자력발전소를 피해가기를 바랄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에 대비해서 그리고 지진대를 피해서 충분하게 안전하게 지어진다." 라고. 그렇다면 나는 반문하고 싶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9.0의 지진이 올 줄 알고 지었을까?"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자세히 모른다. 어쩌면 9.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지어졌을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뿐만아니라 초대형해일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불가능한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는 불가능해 보이고 예측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인 것이다.

 

 너무 무거운 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되지만, '요즘 감정이 메마른 것 같아.' 라던가 '슬픈 영화나 책을 보고 눈물 쏙 빼고 싶어.' 라는 분들은 보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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