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9. 금요일 한글날.
나는 일기 쓰는것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기록을 다시 보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간혹 다시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면 정말 숨겨진 과거를 여행하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선생님의 숙제로 일기를 꾸준히 썼었다. 훗날 잠이 안와 뒤척이다 그 일기장을 다시 보게 됐었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아니 내가 이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야?' 일기장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기특하기도 하고, 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듯 했다.
20대 때 싸이월드를 하면서도 가끔 일기를 짤막하게 썼었다. 훗날 그 일기장을 다시 들춰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참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먼가 다람쥐쳇바퀴 돌듯이 삶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었다. 학기 초에는 "그래 이번 학기는 보람차고 열심히 살아보자!" 라고 결심을 했다가도 이내 결심은 흐려지고, 아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똑같은 레퍼토리의 반복이었다. 그 시절이 후회가 되지 않는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아무생각이 없었기에 오히려 하루하루 고민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바보들은 항상 기쁜 것 처럼.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안하게 되고 나도 안하게 되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일기를 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개방적인 공간이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내 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일기를 그냥 광장에 툭하고 던져놓는 듯한 기분. 그리고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항상 페이스북 친구이긴 하지만, 그 친구들의 전혀 알고 싶지 않는 이야기들이 범람해서 발길을 끊었다.
그 후로 최근 몇 년간 일기장에 일기를 써오고 있다. 요즘은 매일 쓰지는 않고,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몰아서 쓴다. 일기라기보다 일지, 짤막한 삶의 기록이라고 할까? 문장이라기 보다 함축된 단어의 나열.
알라딘 서재에 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을 몇 번 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페이스북과 같은 이유로 일기쓰기 꺼려졌었다. 북플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해야할까? 사람들이 모두 북플에 일기를 쓰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그건 재앙과도 같이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이지만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쓰고 싶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없어도 상관없다. 나중에 내가 읽게 되는 날이 올테니까. 자주는 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서재를 굉장히 많이 습관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 일기를 쓰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서재에는 들어왔는데 책이나 영화리뷰를 쓰기 싫을 때, 책을 읽고 싶지 않을 때, 그렇지만 먼가를 쓰고 싶을 때 일기를 쓰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오로라~^^님의 서재를 들어가보고 나니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일기 속에 좋은 정보를 담거나 책 리뷰나, 영화리뷰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서재를 방문하는 것도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