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성냥갑>은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입니다. 그가 잡지에 기고한 칼럼을 엮은 책입니다. 1990년에서 2000년에 실린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미난 글들도 있지만 시사적인 몇몇 글들은 배경지식이 없어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 글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요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스승과 말>을 손에 들고 있는데, (중략). 여기에는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스승에 대해]를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은 절정기의 비트겐슈타인을 상기시킨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만약 비트겐슈타인이 절정기의 아우구스티누스를 상기시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p73


 
















 아쉽게도 아우구스티누스의 <스승과 말>이란 제목의 책은 없고 <교사론>이란 책이 있는데, 언어와 기호에 대한 책입니다. 비트겐슈타인에 빗댄걸로 봐서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세계 3대 고백록 중에 하나였던 거 같은데 언젠가 읽고 싶은 책입니다.




  며칠 전 어느 철학부 학생이 나한테 와서, 잘 추론하는 법을 배우려면 무엇을 읽어야 할지 물었다. 나는 로크의 <인간 오성론>을 추천하였다. 그러자 그는 무엇 때문에 그 책이냐고 물었고, 나는 만약 그날 내 기분이 달랐다면 아마 플라톤이나 <방법 서설>을 추천했을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시작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로크를 읽으면 어려운 단어를 쓸 필요도 없이 친구들과 상냥하게 잡담하면서 잘 추론하였던 신사의 예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은 그 책을 읽으면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에 도움이 될는지 질문하였다. 나는 대답했다. 나중에 중고 자동차 판매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최소한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알게 될 것이다. 고전 읽기는 그런 데 도움이 된다. -p74

















 데이비드 흄의 <오성론>을 구매해서 읽고 있는데, 흄의 <오성론>을 읽기 전에 <존 로크의 인간 오성론 읽기>를 먼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코형님이 추천하기도 했고 이 책은 청소년들이 쉽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합니다. 목차를 보니 흄의 <오성론>과 겹치는 부분도 많고 이 책부터 읽어야겠습니다. 


 예전에 에코형님이 <방법 서설>을 추천해주셔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법 서설>도 괜찮았습니다. 쉽게 쓰인 책이었습니다. 



 <혹시 내가 둔감한 편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신사가 잠이 들기 전에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무려 30여 페이지를 할애한다는 사실을 나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올렌도르프 출판사의 편집자는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거절하였다. 전문 독자의 이 혹독한 판단은, 앙드레 베르나르가 푸슈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흥미로운 독후감과 거절 편지들을 모은 책에 실려 있다 <불쾌한 거절들> -p75 


 아쉽게도 앙드레 베르나르의 <불쾌한 거절들>이란 책은 찾을 수 없네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아쉽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수많은 위대한 고전들 중 많은 책들이 출판 거절을 당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무려 12개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아... 거절한 출판사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씀을. 


 <미네르바 성냥갑>1권 <5번 교항곡의 지겨움>이란 제목의 칼럼은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작품과 거절 이유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보고있으면 미소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소개하기가 어렵습니다. 책 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 영화에 대한 거절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JYP가 놓친 스타들' 이라고 검색해보아도 재밌으실 겁니다. 그도 아이유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를 놓쳤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칼럼을 다시 보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도 이런 일화가 있었군요. 


 메트로 영화사의 책임자 어빙 솔버그는 누군가에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판권을 사지 말라고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북 전쟁에 관한 어떤 영화도 돈벌이가 되지 않았어." 그리고 게리 쿠퍼는 렛 버틀러 역할을 거부한 후 말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실패가 될 거야.

 

 오늘날 물가를 고려했을 때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고 합니다. 뭐 그런거지요. <타이타닉>도 개봉 전까지 성공여부를 점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몇 번이나 제작이 중단될 뻔하고 영화 개봉 전까지 투자자들은 실패의 두려움으로 바들바들 떨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타이타익은 역대 흥행영화 순위 3위입니다. 


 뭐 이런 예는 들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 할 때 항상 겸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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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02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도 외면당했었군요?! 읽다보니 생각났는데요 미국 루이지애나도 프랑스 소유였는데 미 국무장관이 사야한다고 해서 지금의 미국 지도를 완성한것도 유명한 일화죠.아마 같은 분이 알레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야한다고 했는데 당시 큰 반대에 부딪혔었고 욕을 엄청들었다고 하네요 구매후 자원발견으로 가치상승했으나 그분은 비난만 받다 돌아가신 후라구요. 이런 정보들 너무 재밌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09-02 19:11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ㅎ 역사 속에서도 이런 재미난 사례들이 많죠ㅎㅎㅎ

저도 항상 읽을 것으로 예상하고 책을 구입하지만...ㅠ 인간의 예측 능력은 믿을 게 못 되나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