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놀이 3 - 나 찾아봐요



  놀이돌이가 커다란 상자에 숨는다. 이러면서 외친다. “아버지, 나 찾아봐요!” 얘야, 네가 뻔히 거기에 숨으면서 찾아보라고 외치면 너를 누가 못 찾을까? 그런데 이렇게 외치면서 가만히 숨으면 되게 재미나다. 놀이돌이가 이렇게 상자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불현듯이 내 어릴 적이 떠올랐다. 그래, 상자에 숨는 놀이는 ‘아무도 못 찾도록 하기’보다는 ‘얼른 나를 찾아보라’고 하는 재미가 훨씬 크구나 싶다. 나를 찾을 때까지 두근두근 조마조마 기다리는 기쁨이 매우 크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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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금을 먹을까? -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 고갱이 지식 백과 7
김준 지음, 이장미 그림 / 웃는돌고래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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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52



하늘이 내리고 해님과 바다가 베푼 선물

― 어떤 소금을 먹을까?

 김준 글

 이장미 그림

 웃는돌고래 펴냄, 2014.1.9. 14000원



  얼마 앞서까지 우리 집은 소금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굵은소금을 입에 물고 살살 녹인 뒤에 천천히 잇솔질을 했어요. 굵은소금을 쓰기 앞서는 숯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요즈음은 숯도 굵은소금도 아닌 이엠(EM) 발효액을 입에 머금은 뒤에 잇솔질을 해요.


  이렇게 여러 가지로 이를 닦은 까닭은 이도 이입니다만,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사는 우리 집 살림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서 쓰는 모든 물은 땅밑을 거쳐서 도랑을 지나 바다로 곧바로 스며들거든요. 조그마한 우리 집이지만 우리 집에서 어떤 물을 쓰고 버리느냐에 따라서 우리 집 밭자락도 달라지지만, 우리 마을도 우리 바다도 달라져요. 깨끗한 바다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집에서는 세제 한 방울도 계면활성제 거품 하나도 흙이나 바다로 스며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별아, 돌아가신 할머니가 부뚜막에 늘 소금 독을 모셔 두었던 것, 기억하니? 소금 독을 거기 둔 건 음식 간을 할 때 편하게 쓰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물 한 그릇과 함께 소금도 하얀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조왕신에게 올리기 위해서이기도 했어. (9쪽)



  김준 님이 글을 쓰고 이장미 님이 그림을 넣은 《어떤 소금을 먹을까?》(웃는돌고래,2014)라는 책을 가만히 읽어 봅니다. 이 책은 ‘섬 박사’인 김준 님이 이녁 막내딸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글쓴이 김준 님은 이녁 막내딸이 바다하고 살가이 사귀기를 바라면서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어떤 소금을 먹을까?》는 여러 가지 바다 이야기 가운데 ‘바다에서 얻는 소금’을 다룹니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소금밭의 결정지도 장판이 아니라 식품 안전에 문제가 없는 좋은 바닥재로 바뀌고 있어. 반가운 일이야. (23쪽)


수원에서 인천까지 놓인 기찻길이라고 해서 첫 글자를 따 ‘수인선’이라고 한 건데, 일본이 우리나라의 소금과 쌀을 인천항을 통해 실어 가기 쉬우라고 놓은 철도였거든. 그 사이에 소래 염전, 남동 염전, 군자 염전 등 큰 염전이 모여 있었지. (59쪽)



  우리가 먹는 소금은 여러 가지입니다. 아마 맨 먼저 느낄 수 있는 소금은 ‘몸에서 나는 땀’이지 싶어요. 아이들이 개구지게 뛰놀면서 흘리는 땀이나 어른들이 힘껏 일하면서 흘리는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다고 볼을 거쳐서 입술에 닿으면 짬쪼름한 맛이 나요. 땀은 ‘몸에서 나는 소금’이라고 할까요? 그야말로 개구지게 뛰논 아이들이라든지 힘껏 일한 어른들이 입은 옷을 보면 등판에 하얗게 ‘소금꽃(땀꽃)’이 핀다고도 할 만해요. 나는 아이들을 이끌고 자전거를 달릴 적마다 옷이 온통 하얀 꽃이 피곤 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바다에서 나는 소금을 먹지요. 바다가 먼 고장에서는 바위로 된 소금을 먹어요. 바다에서 나는 소금은 ‘바닷소금’입니다. 바위로 된 소금은 ‘바위소금’이에요. 우리가 널리 먹는 바닷소금은 ‘볕소금’이라고도 해요. 햇볕으로 얻는 소금이기 때문입니다. 햇볕이 바닷물을 말려서 얻으니 ‘바닷소금·볕소금’ 같은 이름이 잘 어울려요. 그리고 요새는 이 두 가지 이름 말고도 새로운 이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하늘소금’이에요. 하늘이 내린 선물 같은 소금이라는 뜻까지 담아서 ‘하늘소금’이라고도 합니다.



메주는 봄이 되면 장으로 변신했어. 항아리에 물을 붓고 소금을 듬뿍 넣은 뒤 메주를 담가 놔. 그 위에 숯과 솔잎, 붉은 고추를 올려놓고 장독에는 새끼줄을 감아 …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두면 까만 물이 생겨. 콩과 소금이 만나 만들어 낸 물이야. 그 물을 달이면 간장이 되고, 남아 있던 메주를 건져서 된장을 만들었지. (126쪽)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금을 먹기에 ‘바닷소금’입니다. 해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금을 먹으니 ‘볕소금’이에요. 또는 ‘해소금’이라 할 수 있어요. 하늘이 사람을 어여삐 여기는 숨결을 사랑하자면서 먹을 적에 ‘하늘소금’이에요. 가만히 보면 모두 같은 소금이지만, 소금을 마주하는 마음결마다 애틋하면서 포근한 이름이 태어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소금으로 간장도 된장도 고추장도 얻습니다. 이 소금으로 온갖 김치를 절입니다. 이 소금으로 물고기를 오래도록 재웁니다. 이 소금으로 나물맛을 더욱 깊게 냅니다. 이 소금으로 국도 맛나게 끓이지요. 이 소금이 있어서 더위도 씩씩하게 이길 만해요.


  우리는 어떤 소금을 먹을까요? 그냥 가게에서 사다 먹는 소금일까요? 아니면, 가게에서 사다 먹더라도 바다와 해님과 하늘이 고루 어루만지는 따사로운 숨결이 깃든 소금일까요? 어떤 영양소로만 먹는 소금이 아니라, 이 땅과 바다를 넉넉히 아끼고 보살피는 숨결을 즐겁게 받아들여서 먹는 소금이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미역국을 끓이면서 소금하고 간장을 알맞게 섞어서 간을 맞춥니다. 옥수수랑 감자를 찐 뒤에 밥상에 ‘하늘소금’을 한 종지 함께 올립니다. 이 소금을 즐겁게 누리면서 하루를 기쁘게 가꿉니다. 2016.6.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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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1 : 해안가



해안가

→ 바닷가


해안가(海岸-) = 바닷가

해안(海岸) :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부분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해안가’를 “= 바닷가”로 풀이하는데, 비슷한 한자말 ‘해변가’도 “= 바닷가”로 풀이합니다. 한자말 ‘해안’이나 ‘해변’은 모두 한국말로 ‘바닷가’를 가리켜요. 그러니 ‘해안’이나 ‘해변’이라는 낱말에 ‘-가’를 붙인다면 ‘바닷가가’ 꼴이 되지요. ‘해안’이나 ‘해변’ 같은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쓸 노릇이지만, 한국말 ‘바닷가’가 있다는 대목을 똑똑히 알아야지 싶습니다. 2016.6.25.흙.ㅅㄴㄹ



해안가에 바닷물이 고이는 움푹 파인 곳을

→ 바닷가에 바닷물이 고이는 움푹 파인 곳을

→ 바다 가장자리에 바닷물이 고이는 움푹 파인 곳을

《김준-어떤 소금을 먹을까?》(웃는돌고래,2014) 4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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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상관 相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 → 나와는 얽히지 않는 일 / 나와는 딴판인 일

 상관을 하지 않겠다 → 마음을 쓰지 않겠다 / 끼어들지 않겠다

 밀접히 상관되어 있을 것으로 → 가까이 얽혔을 것으로

 모두에게 상관되는 일 → 모두한테 얽힌 일

 아무나 상관할 수 없는 일 → 아무나 끼어들 수 없는 일


  ‘상관(相關)’은 “1. 서로 관련을 가짐 2. 남의 일에 간섭함 3. 남자와 여자가 육체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관련(關聯/關連)’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을 가리킨다 하고, ‘관계(關係)’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을 가리킨다 해요. 그러니까 ‘상관 = 관련 있음 = 관계 맺음 = 관련 있음’인 셈입니다. 뜻풀이가 빙글빙글 돌아요.


  아무튼 한국말로 치자면 ‘얽힌다’고 할 적에 ‘상관·관계·관련’ 같은 한자말을 쓴다고 할 만합니다. 얽히는 일이기에 ‘끼어들기’를 하고, 얽히려 하지 않기에는 ‘다른’ 일이 되거나 ‘딴판’이 되어요. 나하고 얽히지 않는다면 ‘좋다’고 하거나 ‘괜찮다’고 할 수 있으며, ‘되다’라는 낱말도 써 볼 만합니다. 2016.6.25.흙.ㅅㄴㄹ



새발의 피라도 상관없다

→ 새발에서 피라도 좋다

→ 새발에 맺힌 피라도 된다

→ 아주 하찮아도 괜찮다

《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강철의 연금술사 26》(학산문화사,2010) 143쪽


그거랑은 상관없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다른 일이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다르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딴판이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얽히지 않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스에츠구 유키/서현아 옮김-치하야후루 16》(학산문화사,2012) 17쪽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딴 거

→ 아무래도 좋아. 그딴 거

→ 아무래도 됐어. 그딴 거

→ 아무래도 어때. 그딴 거

→ 아무래도 괜찮아. 그딴 거

《오시미 수조/최윤정 옮김-악의 꽃 11》(학산문화사,2014)  28쪽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 너와 얽히지 않은 일이야

→ 너와 동떨어진 일이야

→ 넌 몰라도 될 일이야

→ 넌 끼어들지 말 일이야

《토우메 케이/이상은 옮김-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학산문화사,2016) 57쪽


이런저런 상관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런저런 곁말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런저런 말을 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래저래 끼어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58쪽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괜찮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된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아무렇지 않단 거고

《우니타 유미/김진희 옮김-푸르게 물드는 눈 2》(애니북스,2016) 10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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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다섯 가지 별 (2016.6.24.)



  마음으로 별을 그려 본다. 내 마음속에 파랗게 눈부신 별을 그려 본다. 언제나 튼튼하고 언제나 슬기로우며 언제나 넉넉한 살림이 되도록 온몸에 별을 그려 본다. 눈을 뜰 적이든 눈을 감을 적이든 파랗게 빛나면서 까맣다가 하얗다가 빨갛게 반짝이는 별을 그려 본다. 이 별은 불꽃일 수 있고 바람일 수 있다. 이 별은 사랑일 수 있고 꿈일 수 있다. 그래서 다섯모로 이루어진 별을 그리되, 다섯 가지 모마다 한 낱말씩 넣어 본다. ‘책·말·숲·삶·넋’을 넣는다. 오늘 나는 책을 짓고 말을 가꾸는 자리에 있는데, 앞으로는 숲을 짓고 삶을 가꾸면서, 바야흐로 넋을 곱게 살찌워서 새롭게 태어나는 고요누리에 가려는 꿈을 씨앗으로 심으려는 그림을 그려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람타공부/RAMT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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