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와 글쓰기


 옆지기 어버이가 시골집으로 나들이를 와 주신다. 옆지기 어머님이 김치를 담가 잔뜩 들고 와 주신다. 옆지기 어버이가 시골집으로 오시기 앞서 방바닥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치운다. 쓸고 닦는다. 아이가 자꾸 어지르는 물건을 아이를 타이르다가는 나무라다가는 하면서 스스로 치우도록 하는 한편, 아빠가 함께 치운다. 그러나 아이는 다 치운 제 놀잇감을 다시금 어지른다. 아빠는 또 아이를 불러 타이르며 제자리에 얌전히 놓도록 이끌고, 아이는 이내 다시 어지르는데, 아빠는 거듭거듭 한 가지를 놀고 나서 제자리에 곱게 치운 다음 다른 놀잇감을 갖고 놀라며 이른다.

 옆지기 어버이는 당신 딸아이네 시골집으로 오는 길이 많이 막히기도 하고, 살짝 헤매기도 하면서 무척 늦게 닿는다. 아이는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언제 오나 손꼽아 기다리며 졸음을 꾸역꾸역 참는 가운데, 애써 치운 놀잇감을 자꾸만 어질러 놓으며 놀고파 한다.

 드디어 아이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시골집에 닿고, 아이는 차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문을 활짝 열고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부르며 뛰쳐나간다. 늦게 닿은 어르신 두 분한테 밥을 차려 드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집안 어르신들이 자주는 아니어도 틈틈이 나들이를 와 주시면, 이때에 신나게 집안을 크게 쓸고 닦으며 치울 수 있다고. (4343.11.2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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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포스터를 붙이던 나무판. 이 나무판은 인천에 이 한 곳에만 남았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나 혼자만 사진으로 담아 놓는다.

 - 2010.11.10. 인천 동구 송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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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과 글쓰기


 달빛 예쁘게 보며
 햇빛 따사로이 받던
 골목 기와집 한 채
 가뭇없이 사라지며 5층짜리
 빌라로 태어나려 한다.
 아, 돈 많이 벌 만한 집으로
 새로 지어서 좋겠네요. (4343.11.2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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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집 사루비아 예쁘게 피어난 아래쪽으로 길가 틈에 어린 사루비아 하나 피었다. 어리다기보다 씨앗이 퍼져서 조그맣게 피어난 예쁜 꽃이다.

 - 2010.11.10. 인천 중구 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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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평도 사태를 이렇게 본다. 구지레하게 늘어놓기보다는 내 딸아이하고 나누고픈 이야기를 적바림해 본다. 


 싸움과 글쓰기


 아이 엄마가 뜨개질을 하며 양말을 뜬다. 거의 보름쯤 걸려 겨우 당신 양말 한 켤레를 빚어낸다. 드디어 첫 뜨개를 내놓았으니 이제 아이 양말도 한 켤레 뜰 수 있겠지. 아이 양말은 어른 양말보다 실이나 품이 조금 들 테니 조금 더 빨리 뜰 수 있을까 궁금하다. 아직은 느릿느릿이고 앞으로도 느릿느릿일 수 있는데, 뜨개질을 하여 옷 한 벌 마련하자면 얼마나 기나긴 나날에 걸쳐 많디많은 품을 들여야 할까. 사랑을 참다이 나누고 믿음을 곱게 함께하기까지는 얼마나 오래오래 마음과 생각과 넋과 얼을 쏟아야 하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을 바늘에 걸어 한 땀 두 땀 꿰다가 한눈이라도 팔면 그만 실을 도로 풀고 다시 떠야 한다. 흔들려서는 안 되고 흔들어도 안 된다. 착하고 어여삐 손을 놀려야 한다. 아이는 뜨개질하는 어머니 곁에 앉아 얌전히 책을 읽거나 놀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뜨개질은 그만하고 저랑 신나게 뛰어놀자면서 안기고 엎어지며 올라타곤 한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데에 온삶을 바쳐도 모자라지만, 모자라면서 얼마든지 즐겁기에 사랑하며 살아간다. 내 아이랑 내 아이 엄마랑, 여기에 아이 아빠랑 서로 툭탁질을 하면서 보낼 만큼 목숨줄이 길지 않기도 하지만, 목숨줄이 짧다 하더라도 낫을 무기처럼 휘두른다든지, 아예 무기 하나 벼려 휘두르고 다닐 겨를을 낼 수 없다. 무기를 벼리는 품과 땀과 겨를과 마음이 아깝고 안쓰러우며 슬프다. 주먹이 있으니까 다투고 무기가 있으니까 싸우며 군대가 있으니까 서로서로 죽이며 올라탄다. 둘째 또한 딸아이로 태어나면 좋겠다. 사내아이로 태어난다면 군대에 보내기 싫다. 군대에 가야 한다면, 아, 어떡해야 하나. 사람 죽이는 솜씨를 가르칠 뿐 아니라 몸에 단단히 배도록 하는 군대라는 데에, 푸르며 어린 넋을 어떻게 집어넣나. 사랑하며 살아가기에 즐거운 이 삶터에서 아이한테 사람 죽이는 이야기로 온마음과 온몸을 휘감도록 하는 수렁에 어떻게 밀어넣나. 처음부터 군대란 곳은 만들지 말았어야 했지만, 힘과 돈과 이름을 쥔 누군가가 군대를 만들었어도 힘이며 돈이며 이름이며 없거나 쥘 마음조차 없는 이라면 군대 아닌 논밭에서 땀을 흘리도록 힘을 쏟아야 할 텐데, 이렇게 해야 참 어버이요 참 어른일 텐데. (4343.11.2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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