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19.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

 메리베드 로비엑키스 글/작은 우주 옮김, 달팽이, 2004.7.21.



봄이 한껏 무르익으면서 차츰 수그러들어 여름으로 접어드는 오월에 작은아이가 문득 말한다. “우리 숲에서 살면 좋겠어. 그러면 마음껏 맨발로 뛰어놀 수 있잖아.” 그래, 맞단다. 숲에서는 우리뿐 아니라 누구라도 신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일하고 놀 만하지. 그러니 숲을 그리고 떠올리고 꿈꾸렴. 그렇게 나아가자. 우리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깃들어 보금자리를 지을 수 있으면, 나무처럼 살고 바위처럼 마실하고 꽃처럼 피고 풀처럼 싱그럽고 물처럼 맑고 바람처럼 새롭고 하늘처럼 파랗고 별처럼 빛나고 빗물처럼 산뜻한 살림을 지을 만하리라 느껴.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를 장만한 지 열다섯 해가 되었고, 이 책을 미처 다 읽지 않고 꽂아둔 줄 보름쯤 앞서 깨달았다. 새로 더듬더듬 읽어 본다. 알도 레오폴드 님이 쓴 글 가운데 《모래 군의 열두 달》이 ‘따님’ 출판사 옮김말로 나온 적 있는데 무척 아름답다. 가만 보니 이래저래 헛다리를 짚기도 했으나 씩씩하게 숲지기라는 길을 걸어가려는 꿈을 다부지게 붙잡고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살림을 보듬으려고 했기에 그토록 아름답게 글을 쓰기도 하는 삶을 누렸네 싶구나. 숲을 살리는 푸른 별꽃이라고 할 발자국에 내 마음을 띄워 보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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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 석초 스님이 자연에서 배운 인생 법칙
석초 지음 / 스토리닷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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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7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

 석초

 스토리닷

 2019.3.15.



저는 비를 좋아합니다. 우선 비로 인하여 하늘과 땅이 이어지니 이때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이로운 날입니다. (13쪽)


기독교의 누가복음을 보면 하늘나라는 내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불교에서는 마음을 깨치면 그대로 극락이라 했습니다. (15쪽)


목련나무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목련꽃이 되고, 철쭉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철쭉꽃이 되고, 장미꽃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장미꽃이 되고 …… (70쪽)


태풍에도 끄떡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바닥에 나 있는 연약한 풀입니다. (82쪽)


사람들은 때로 부자 부모를 부러워하지만, 자기를 잘 이끌어 주는 부모님이 계시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요. (139쪽)


태산같이 쌓인 일도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새 마무리가 됩니다. 손길이라는 것이 황무지도 꽃을 가꾸어 길을 만들면 마음길이 열려 발길을 닿게 합니다. (186쪽)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왜 오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안 온대서 서운해 하지 않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비가 온대서 반기지 않습니다. 비를 모를 적에는 빗물이 어떻게 내려서 이 땅을 적시는가를 하나도 안 쳐다봅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나무가 왜 서는가를 알 수 없습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서울에 나무가 있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무를 모를 적에는 숲을 밀어 고속도로를 내거나 골프장을 세우거나 관광지를 늘리거나 발전소를 올리거나 새도시를 키우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해를 모를 적에는 햇빛도 햇볕도 햇살도 알 수 없어요. 아침에 해가 뜨는지 저녁에 해가 지는지 쳐다볼 일도 없을 테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흐르는 나날이 될 만합니다.


  《사계절 스스로 꾸준히》(석초, 스토리닷, 2019)는 스님이라는 길을 걸어가다가 ‘스님’이라는 살림보다는 ‘숲’이라는 살림이 사람들한테 어떻게 스미는가를 문득문득 돌아보면서 곰곰이 헤아린 이야기를 다룹니다. 더 알거나 깊이 깨닫기보다는 철철이 마주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속속들이 알아채어도 좋은데, 이보다는 봄이며 여름이며 가을이며 겨울을 그 철에 흐르는 바람하고 볕하고 비를 돌아보면서 맞이해 보자는 이야기를 짚습니다.


  오월볕이란 얼마나 고울까요? 오월비란 얼마나 푸를까요? 오월에 싹트는 풀포기는 얼마나 이쁠까요? 오월에 피어나는 꽃은 얼마나 달콤할까요?


  유월도 칠월도 그렇지요. 나무에도 풀에도 꽃이 핍니다. 나무에도 풀에도 씨앗이 맺힙니다. 우리 삶에도 꽃이 피고 씨앗이 맺혀요. 우리 눈에도 삶이 자라고 꽃이 눈부셔요.


  한여름에도 건물에서만 지내면 추울 수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건물에서만 있으면 더울 수 있습니다. 바람을 같이 쐬요. 해를 같이 먹어요. 비를 같이 마셔요. 풀밭에서 맨발로 같이 춤추고 노래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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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5.18.


《오! 한강 1》

 김세영 글·허영만 그림, 원정출판사, 1988.3.10.



《오! 한강》이 새로 나왔단다. 《만화광장》하고 원정출판사 낱권책으로 벌써 까마득히 옛날이라 할 무렵 읽었기에 줄거리가 가물가물해서 차근차근 되읽어 보기로 한다. 첫걸음을 지나 두걸음을 읽는데 자꾸 한숨이 나온다. 그무렵이든 요즈음이든 이 만화책은 그린이 이름값을 내세워 사람들한테 ‘달콤하게 던져 준 미끼’로구나 싶다. 불꽃이 튀도록 부딪히는 이들 사이에서 연속극을 빚어내어, 이 연속극에 사로잡히도록 줄거리를 엮어, ‘삶이 아닌 연속극’을 쳐다보고 생각하도록 이끄는 틀이지 싶다. ‘그들’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며, 어떤 길을 갔는가를 살그마니 지나치는 틀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도록 이끌거나 생각을 건드리지 않고서, 이 물결하고 저 바람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풀포기로 보여주는 틀이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일은 어떻게 했을까. 두레란 무엇이고 품앗이란 무엇이었을까. 소작이란, 공출이란, 군대란, 권력이란, 총부리를 잡고서 마치 모든 것을 다 억누르면서 제멋대로 할 수 있으리라 여긴 그들 제국주의 군홧발하고, 이 군홧발을 고스란히 이은 독재자하고 재벌하고 문화·교욱 권력이란 무엇일까. 모두를 잇는 실마리 하나를 짚지 않을 적에는 어떤 ‘허수아비 각시탈’이 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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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5.17.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문성호 옮김, AK hobbybook, 2015.10.25.



두 아이가 조각그림을 빚었다. 저희끼리 노는 조각그림을 먼저 새로 빚더니 이모 이모부 조카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한테도 이 재미난 조각그림놀이를 누리도록 하고 싶다면서 어제그제 신나게 빚었다. 이렇게 빚은 조각그림을 글월자루에 따로 넣어서 우체국으로 간다. 큰아이더러 손수 주소를 적으라고 이른다. 나는 나대로 글월을 띄울 이웃님한테 드릴 동시를 우체국에 앉아서 쓴다. 모두 마치고서 글월을 다 부치고는 저자마실을 살짝 하고, 버스나루 곁에 있는 빈터로 가서 걸상에 앉아 들딸기를 먹는다. 어제 미리 딴 들딸기가 도시락이 되네.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은 우리 아이들한테 만화그리기에 이바지를 했을까? 틀림없이 이바지를 했다. 다만 아직 이 길잡이책에 흐르는 모든 맛을 다 누리지는 못한다. 마땅한 일이지. 하나씩 받아들이면 되고, 차근차근 익히면 되며, 스스로 새길을 헤아리면 된다. 만화 하느님인 데즈카 오사무 님도 대단하지. 날마다 만화책이며 만화영화를 엄청나게 그려내면서 이런 길잡이책은 언제 또 쓰셨을까. 하기는. 없는 틈을 내어 영화를 보았고 책을 읽은 이녁 아닌가. 틈이 없으니 “틈을 짜내”는 몸짓이며 걸음걸이로 꿈을 오롯이 일군 사람이 바로 이녁 아닌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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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젤로테와 마녀의 숲 2
타카야 나츠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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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68


《리젤로테와 마녀의 숲 2》

 타카야 나츠키

 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3.4.30.



“마녀에 대해서도 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소문이나 억측이 아니라 스스로의 경험과 체험으로 배우고 느끼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려고 해.” (69쪽)


“알겠어? 자기 입으로 자기를 재앙이라고 말하면 안 돼. 나는 ‘인간’이고 넌 ‘마녀’지. ‘재앙’이 아니야!” (96쪽)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인간 따위라며 깔보는 상대에게 이름도 대지 못하면 제 주제를 잘 아는 놈이군 하고 오히려 얕잡혀보일지도 몰라.” (125쪽)



《리젤로테와 마녀의 숲 2》(타카야 나츠키/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3)을 읽으니 첫걸음하고 사뭇 다르다. 첫걸음은 꽤 어수선하면서 줄거리가 흐리멍덩했다면, 두걸음에서는 확 나아지면서 줄거리가 또렷하다. 첫걸음에 자잘한 밑밥을 많이 깔려고 어수선했네 싶고, 두걸음에서는 이야기를 뚜벅뚜벅 나아가니 깔끔하면서 줄거리도 그림결도 살아난다.만화에 말을 굳이 많이 칠 까닭이 없다. 알맞게 자르고 가를 뿐 아니라 그림으로 줄거리를 담아내기도 해야 한다. 첫걸음을 볼 적에는 뒷걸음을 굳이 읽어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 뒷걸음을 보기로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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