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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9] 튀김닭



  예전에는 기름을 얻는 일이 수월하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밀반죽을 해서 부침개를 먹는다거나 달걀을 기름에 자글자글 부쳐서 먹는 일조차 무척 드물었어요. 요즈음은 기름을 쉽게 얻어서 흔히 쓰고, 닭고기를 먹을 적에도 흔히 튀겨서 먹어요. 예전에는 닭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뜨거운 물에 펄펄 끓여서 으레 먹었지만, 요새는 어디에나 ‘튀김닭’을 파는 가게가 매우 많아요. 튀겨서 먹는 닭이기에 ‘튀김닭’이고, 닭을 튀겨서 먹는다고 하면 ‘닭튀김’이에요. 튀겨서 먹는 국수라면 ‘튀김국수’가 될 테고, 고구마나 감자를 튀긴다면 ‘고구마튀김’이나 ‘감자튀김’이 되어요. 배추를 튀기면 ‘배추튀김’이 될 테고, 당근을 튀기면 ‘당근튀김’이 되어요. 햄버거를 파는 가게에서는 감자튀김만 팔기 일쑤인데, 집에서 튀김을 손수 해 본다면 배추나 당근도 한번 튀겨 보셔요. 배추튀김이나 당근튀김도 무척 맛있답니다. 감자나 고구마나 당근이나 시금치를 섞어서 튀길 적에는 ‘남새튀김’이 되어요. 그런데 ‘남새튀김’이라 말하는 어른은 드물고 ‘야채’라는 일본 한자말을 넣은 ‘야채튀김’이라 말하는 어른이 아주 많네요. 튀겨서 먹는 닭도 ‘치킨’이라는 영어를 쓰는 어른이 아주 많아요.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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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8] 풀밥



  사람마다 좋아하거나 즐기는 밥이 달라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풀을 즐기는 사람이 있어요. 몸에 안 맞기에 달걀을 못 먹는 사람이 있고, 몸에서 밀가루를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쌀밥을 맛나게 먹지만, 누군가는 탄수화물을 못 먹는 몸이라서 밥이 아닌 다른 것을 먹기도 해요. 빵을 몹시 좋아해서 잘 먹는 어린이가 있다면, 밀가루가 안 받기에 빵은 손에도 안 대는 어린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기를 좋아하며 자주 먹을 적에는 ‘고기밥’을 먹는다고 하거나 ‘고기를 먹는다’고 할 수 있어요. 풀을 즐기며 늘 먹을 적에는 ‘풀밥’을 먹는다고 하거나 ‘풀을 먹는다’고 할 만합니다. 고기도 풀도 다 먹으면 ‘그냥 밥’을 먹는다고 하거나 ‘다 먹는다’고 하면 될 테지요. 밥을 먹는 결이 다르니, 고기밥이나 풀밥을 먹는 몸짓은 ‘밥결’이라고 나타내 볼 수 있어요. 어른들은 고기밥을 ‘육식’이라 일컫고, 풀밥을 ‘채식’이라 일컫기도 해요. 4349.1.1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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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치유의


 치유의 숲 → 치유하는 숲 / 마음 씻는 숲

 치유의 노래 → 치유하는 노래 / 마음 달래는 노래

 치유의 글쓰기 → 치유하는 글쓰기 / 마음 씻는 글쓰기

 치유의 기도 → 치유 기도 / 마음 어루만지는 기도

 치유의 독서 → 치유 독서 / 마음 달래는 책읽기


  ‘치유(治癒)’는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치료(治療)’는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함”을 뜻한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은 ‘치유’를 “병을 다스려 낫게 하여 병을 낫게 함”으로 풀이한 셈입니다. 좀 엉뚱한 겹말풀이가 돼요. 다시 말하자면, 쉽게 “병을 다스려 낫게 하다”라 말하면 되는 셈이고, ‘치유’나 ‘치료’ 모두 “낫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병은 고칩니다. 아픈 사람을 돌보아 병이 낫게 합니다. 병은 씻어내거나 떨칠 수 있어요. 이렇게 ‘고치다’나 ‘낫게 하다’나 ‘씻다’나 ‘떨치다’ 같은 말을 쓰면 되고, 한자말 ‘치유·치료’를 꼭 쓰려 한다면 ‘치유 + -의’ 꼴이 아니라 ‘치유 + -하는’ 꼴로 알맞게 잘 쓸 노릇입니다. 4349.1.15.쇠.ㅅㄴㄹ



詩는 이러한 治癒의 기술의 하나이다

→ 시는 이렇게 마음을 씻어 주는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 시는 이렇게 마음을 달래 주는 기술이기도 하다

→ 시는 이렇게 마음을 다스려 주는 기술이다

《김우창-궁핍한 시대의 詩人》(민음사,1977) 382쪽


치유의 방법

→ 몸을 고칠 방법

→ 몸을 낫게 할 방법

→ 병을 씻어낼 길

→ 병을 떨쳐낼 길

《삶이보이는창》 51호(2006.7∼8) 4쪽


마치 무녀와도 같이 치유의 능력까지 가지고 계셨을 줄이야

→ 마치 무녀와도 같이 치유력까지 갖추셨을 줄이야

→ 마치 무녀와도 같이 몸을 고칠 힘까지 갖추셨을 줄이야

→ 마치 무녀와도 같이 몸을 낫게 할 힘까지 갖추셨을 줄이야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31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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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미미 微微


 미미하게 흔들리는 물살 →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살

 미미한 것이었다 → 자잘한 것이었다 / 아주 작은 것이었다


  ‘미미(微微)’는 “보잘것없이 아주 작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보잘것없다’나 ‘아주 작다’를 ‘미미’라는 한자를 빌어서 나타내는 셈입니다. 아주 작다고 한다면 ‘작디작다’라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잘디잘다’라 할 수 있습니다. ‘자잘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물살이라면 ‘잔잔하다’라는 낱말이 어울립니다. 묽기라면 ‘옅다’나 ‘묽다’라는 낱말이 어울리지요. 4349.1.15.쇠.ㅅㄴㄹ



농도가 미미해서 효과가 없는 듯이

→ 묽기가 옅에서 효과가 없는 듯이

→ 너무 묽어서 보람이 없는 듯이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303쪽


1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미미한 정도이다

→ 한 해에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하도록 적다

→ 한 해에 한 사람이 나올까 말까 할 만큼 매우 적다

《김경희-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2015) 85쪽


공룡의 눈에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존재겠지만

→ 공룡 눈에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목숨이겠지만

→ 공룡한테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찮은 목숨이겠지만

→ 공룡한테는 개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보잘것없는 목숨이겠지만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49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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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격하다 激


 조그만 일에 격하여 → 조그만 일에 불끈하여

 격한 어조 → 거친 말씨 / 거센 말씨

 격한 운동 → 거친 운동 / 거센 운동

 격한 목소리로 → 거친 목소리로 / 거센 목소리로


  ‘격(激)하다’는 “1. 갑작스럽게 성을 내거나 흥분하다 2. 기세나 감정 따위가 급하고 거세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갑작스레 불끈하다”나 “갑자기 발끈하다”라든지 ‘거세다’나 ‘거칠다’라 할 만합니다. 때로는 ‘북받치다’나 ‘울컥하다’를 쓸 만하고, 때로는 ‘드세다’나 ‘무시무시하다’를 쓸 만하기도 합니다. 4349.1.15.쇠.ㅅㄴㄹ



아빠의 감정도 격해졌다

→ 아버지 마음도 거칠어졌다

→ 아버지도 마음이 북받쳐 일어났다

→ 아버지도 울컥했다

→ 아버지도 크게 성을 냈다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안녕 기요시코》(양철북,2003) 226쪽


격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울컥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치솟았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짜증내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불끈했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 달아올랐던 마음이 가라앉으니

《박정희-나의 수채화 인생》(미다스북스,2005) 207쪽


워낙 격한 소리가 오고 가기에

→ 워낙 거친 소리가 오고 가기에

→ 워낙 큰 소리가 오고 가기에

→ 워낙 무시무시한 소리가 오고 가기에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65쪽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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