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8.


《한국 고라니》

 김백준·이배근·김영준 글, 국립생태원, 2016.3.28.



작은아이랑 깃털공놀이(배드민턴)를 한다. 그냥 ‘배드민턴’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깃털공(셔틀콕)을 톡톡 쳐서 띄우고 받으니 ‘깃털공놀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 하늘은 구름바다이다. 하늘을 보노라면 날에 따라 구름바다·구름물결·구름너울·구름밭·구름꽃이라 할 만큼 빛이며 결이 늘 다르다.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는데 풀죽임물(농약) 냄새가 짙다. 마늘밭마다 풀죽임물을 쏟아붓는다. 풀죽임물을 칠 적에는 한꺼번에 치니 온 시골이 죽음바람으로 흘러넘친다. 이 죽음수렁에서 산목숨(생명)이라 하는 먹을거리를 거둘 수 있을까? 죽음물결을 이루는 논밭이 사람들 숨빛을 북돋우는 슬기롭고 참된 노릇을 할 만할까? 박정희 새마을바람이 퍼뜨린 ‘정부·농협·대기업’ 죽음고리는 그야말로 시골을 죽이고, 온나라를 옥죄는 바보짓 아닌가? ‘스마트팜’ 따위를 하거나 논도랑을 잿빛(시멘트)으로 덮는 데에 해마다 목돈을 쏟아붓지 말고, 살림빛이 흐르는 길에 품이며 돈을 쓸 노릇 아닌가? 국립생태원이 《한국 고라니》를 펴낸 줄 뒤늦게 알았다. 나라 한켠에서는 값진 일을 했네. 안 파는 책(비매품)이 아니라 아직 장만할 수 있구나. 제대로 선 나라라면 “고라니·멧돼지와 함께사는 논밭살림”을 엮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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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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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7.


《나와 태양의 배》

 나카반 글·그림/이은주 옮김, 봄볕, 2021.12.7.



후박나무 꽃망울비를 맞는다. 후박나무는 꽃망울을 아주 많이 떨군다. 감나무나 고욤나무가 꽃송이를 그토록 많이 떨구는데, 후박나무는 꽃망울을 엄청나게 떨군다. “이렇게 많이 떨구어도 되나?” 하고 고개를 들어 후박나무를 살피면, 떨군 꽃망울보다 훨씬 많이 꽃을 피운다. 읍내 우체국으로 큰꾸러미를 부치러 간다. 5월에 포항에서 펼 노래꽃잔치(동시 전시회)에 쓸 노래꽃판이다. 판 하나는 가벼우나 서른을 모으니 묵직하다. 땀빼지 말자 싶어 느긋이 나간다. 천천히 걸으며 볕을 쬔다. 생각보다 일을 일찍 마친다. 어린이쉼터로 걸어간다. 나무 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뻗는다.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고서 《나와 태양의 배》를 가만히 되새긴다. 그림님이 어린 날 겪은 삶을 돌아보면서 오늘날 어른들이 아이 마음빛을 고요히 품어 주기를 바라는 뜻을 들려주는구나 싶다. 그런데 왜 나들배(여객선)를 그렸을까. ‘태양의 배’처럼 ‘해’란 우리말을 안 쓰고 ‘태양의’처럼 일본말씨를 그대로 둔 대목도 아쉽다. 온누리로 보면 해도 별이다. 스스로 빛나는 별처럼 모든 아이어른은 스스로 빛나는 별을 품은 숨결이다. 펴낸곳이 ‘봄볕’인데 ‘빛볕살’로 잇는 해를 조금 더 헤아려 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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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6.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글, 창작과비평사, 1994.10.31.



지난밤부터 벼락비가 내렸고, 봄들녘을 허벌나게 적시더니 천천히 빗줄기가 그치고, 저녁에 이르러 갠다. 홍성에서 길잡이(교사)로 일하는 이웃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마실을 가는 길에 고흥에 들르신다. 고흥에 그냥 찾아오기는 만만하지 않다. 곧장 들어오는 시외버스를 찾기도 쉽잖고, 몇 없으며, 그나마 읍내부터는 움직이기가 힘들지. 스스로 부릉이(자가용)를 끌고 오지 않고서는 잘 찾아오지 못하는 시골이다. 이웃님네 큰아이가 우리 책숲에서 대뜸 집은 책은 《밀림의 왕자 레오》이다. 알아보는 눈이 밝구나! 건사할 책(보관본)으로 장만해 두었으나 우리 아이들한테 안 읽힐 수 없어 비닐을 뜯었고, 아이들 손때를 엄청 탔다. 한 벌 더 장만하고 싶으나 테즈카 오사무 님 그림꽃책을 되사기는 참 어렵구나. 《마음의 수수밭》을 읽었다. 1994년에 처음 나온 노래책이네. 그해에는 이 노래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서른 해 즈음 지나서 읽자니 너무 말장난스럽다. 아마 지난날에 들추었어도 똑같이 말장난스럽다고 느꼈으리라. 노래는 노래인데 왜 자꾸 ‘고귀한 문학예술로 멋을 부려야 한다’고 여길까? 밤에 구름이 걷힌다. 별이 빛난다. 이튿날 제주로 들어설 이웃님도 오늘 별밤을 누리고 이 별빛을 온마음으로 품어 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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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5.


《버찌책방의 나날들, 두 번째 이야기》

 조예은 글·사진, 버찌책방, 2020.9.2.



읍내를 다녀오기로 한다. 조금 쉬고픈 마음이 굴뚝같으나 다녀오기는 해야 한다. 큰아이가 열다섯 살에 이르도록 ‘학교밖 청소년 지원’을 여태 한 적이 없던 고흥군·전남교육청에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뒤늦게 ‘예산이 된다’면서 ‘한 달 10만 원 교육비 지원’을 해준단다. 글자락(서류)을 쓰러 고흥군 청소년센터를 가는데, 그나마 ‘한 달 10만 원’ 가운데 7만 원만 책값·종이값·붓값으로 쓸 수 있고 3만 원은 곁배움책(참고서)을 사야 한다는구나. 참 웃기다고 생각하면서 말은 안 하고 웃기만 했다. “너희들은 학교밖 청소년이 검정고시를 치러 졸업장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는 틀에 갇혀서 사는구나” 같은 뜻을 에둘러서 부드러이 얘기하고 일어섰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옆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보리이삭이 팬다. 하늘은 구름바다이다. 저녁나절에 바깥마루를 덮는다. 비가 올 듯싶다. 《버찌책방의 나날들, 두 번째 이야기》를 지난해에 읽었다. 오늘까지 책숲 아닌 집에 둔 이 책을 이제 책숲으로 옮겨야지. 대전 〈버찌책방〉은 지난해에 책집을 닫은 뒤에 새롭게 열려고 차근차근 살피며 느린걸음으로 나아간다. 밖에서 보면 느린걸음일 텐데, 걷는 사람으로서는 스스로 즐거이 내딛는 하루걸음이리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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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4.


《셜리》

 모리 카오루 글·그림/김완 옮김, 북박스, 2007.9.27.



어느새 책더미가 겹겹이 있다. 이 책더미를 줄이려고 애쓰다가도 ‘책더미를 줄이려는 생각’은 새삼스레 책더미를 낳을 뿐일 텐데 하고 느낀다. 할 일을 차근차근 하고, 이 삶을 이 삶대로 바라보면서 어루만지면 어느 날 문득 모든 책이 책시렁에 알맞게 자리를 찾아서 떠나리라. 고흥은 진작 더운 낮이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되, 낮은 여름이다. 우리 집 나무가 가지치기에 시달려 키가 몹시 작던 2013년 무렵까지는 봄부터 매우 더웠고, 겨울에 몹시 차가웠다. 나무가 우람하게 마당이며 뒤꼍을 덮는 2014∼15년 즈음부터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포근하다. 빛꽃(과학)을 다루는 이들은 나무 한 그루가 바람날개(에어컨) 서른보다 훨씬 시원하게 둘레를 감싼다고 말하지만, 포근불(난로) 서른이 저리 가라 할 만큼 따뜻하게 감싸는 대목은 말하지 못하더라. 《셜리》를 읽었다. 모리 카오루라는 분이 《신부 이야기》를 왜 그리는지 알 만하더라. 좋아하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그리면 부드럽고, 이 좋아하는 눈빛을 차츰차츰 ‘사랑’으로 키우면 아름답겠지. 다만, 그림님은 늘 ‘좋아함’에서 그치고 ‘사랑’으로는 넘어서려 하지 않더라. 뭐,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나쁘지는 않지. 아름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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